이낙연, 귀국 후 첫 일정은 'DJ' 참배…정치 재개 신호탄
입력: 2023.06.29 00:00 / 수정: 2023.06.29 00:00

李 "국민이 괴로운 시기, 원점에서 정치 다시 생각"
당분간 정중동 행보 관측…친명계 촉각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 있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1년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24일 귀국한 이후 첫 외부 일정이다. 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가 정치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 있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1년간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24일 귀국한 이후 첫 외부 일정이다. 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가 정치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24일 귀국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외부 일정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사실상 정치 재개를 위한 몸풀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국내에 복귀한 이후 친이낙연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향후 당내 역학관계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 있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귀국한 이후 나흘 만의 첫 공개 외부 일정이다. '친낙계' 설훈·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동행했다. 이 전 대표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고 김 전 대통령은 제 정치의 원점"이라며 "1년 전 출국할 때도 여기 와서 출국 인사를 드렸던 것처럼 귀국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한 물음에 "우선 인사드릴 곳은 인사를 드릴 것이고, 현재까지는 거기까지 정했다"고만 언급했다. '역할론' 등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대중 정신은 제 정치의 원점"이라며 "나라가 어지럽고 국민이 괴로운 시기, 원점에서 정치를 다시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당 안팎에선 이 전 대표의 김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두고 정치 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선주자급 유력 정치인들이 잠행을 깨고 다시 현실 정치로 돌아올 때, 정치 지도자 묘역이나 역사적 기념비를 찾아 참배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며 "이 전 대표도 같은 포석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이 전 대표의 '정치 원점' 발언을 두고 "(당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생각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면서 "그렇다고 본인이 더는 정치를 안 하겠다는 얘기는 더 아닐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가 계속 자리를 지킬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낙연 전 대표는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앞서 이 전 대표는 사실상 정치 재개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24일 귀국길에서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며 "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지금 세계는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지켜보는 이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낙연 전 대표가 국내에 복귀한 이후 친이낙연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친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 /이새롬 기자
이낙연 전 대표가 국내에 복귀한 이후 친이낙연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친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 /이새롬 기자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책임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전 대표가 그런 각오를 밝힌 부분들은 어찌 됐든 본인이 지금까지 했던 정치와는 조금 더 다르게 사안을 보고, 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 전 대표가 당분간 정치권 추이를 지켜보며 정중동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지율 정체와 연이은 악재로 민주당이 위기인 상황에서 당내 계파 갈등을 초래하는 정치적 행보는 이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표는 조만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친낙계 인사들이 활발하게 당내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쏟아내는 점은 친명계와 신경전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 대표가 지난 25일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라며 '원팀'을 강조했지만, 친낙계 일각에서 "이 전 대표의 악마화에 이 대표도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보인다.

친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생경제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많은데,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당을 향한 공세는 아무런 실익도 없고 그런 식으로 선명성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이 대표와 통합의 길을 가야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서 "정치 행보를 본격적으로 하시기 전에 꼭 하셔야 할 한 가지 일이 있다. 이 대표부터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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