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무단으로 결석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여당 대표가 '무노동 무임금' 정치 개혁을 외치는 상황에서 상습적으로 본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의원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직 의원이 구속되면 의정활동을 할 수 없다. 의원으로서 기본 책무를 다하지 못함에도 현재로선 구속을 사유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법적 근거가 없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회는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은 기본 책무라고 할 수 있다. 본회의는 입법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데, 21대 국회에서 무단으로 결석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여당 대표가 '무노동 무임금' 정치 개혁을 외치는 상황에서 상습적으로 본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의원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더팩트>가 열린국회정보 국회의원 본회의 출결 현황과 참여연대 '열려라 국회'를 참고해 21대 의원들의 본회의(2020년 6월 5일 제379회 1차부터 지난 13일 제407회 2차 본회의까지 총 133회) 출석 여부를 집계한 결과, 여야 의원들 가운데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28회)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27회)이 가장 많이 결석했다.

결석은 의원이 사고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청가·출장·결석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회의에 불참한 것을 말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이 사고로 국회에 출석하지 못하게 되거나 출석하지 못한 때에는 청가서 또는 결석신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출장은 의장이 허가하거나 인정하는 의정활동의 일환으로서 국내외 공식적인 업무수행을 의미한다.

결석률이 높은 상위 10명 중 9명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이달곤(24회)·권성동·정운천·홍문표(이상 22회)·강기윤·배현진·이용·태영호(이상 21회) 의원 차례다. 김희국·박성중(19회) 의원의 결석 횟수도 20회에 육박했다. 이상민 의원은 12번 결석해 민주당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021년 391회 1차부터 14차 본회의 중 7번을 포함해 모두 9번 결석했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결렬되자, 2020년 6월에 열렸던 379회 임시회 중 모두 3차례 '전원 불참'했다. 민주당의 주도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던 7차 본회의 때도 마찬가지다. 그해 10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정순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도 보이콧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있었던 400회 정기회 10차 본회의 때만 유일하게 전원 불참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결석률이 높은 배경이다. 하지만 당론에 따라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석 횟수가 현저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국무위원만 봐도 그렇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추경호 의원(22회)과 통일부 장관 권영세 의원(36회), 외교부 장관 박진 의원(21회)의 결석률은 전체 의원 중 최상위권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8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 황희 의원(5회), 전 통일부 장관 이인영 의원(2회)과 대비된다. 물론 이들도 청가 횟수가 겸직하지 않은 의원들보다 많지만, 결석 횟수만 놓고 따지면 여당 의원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제3자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에 50회 불참했다. 2021년 10월 수사단계에서 구속됐다가, 2022년 3월 보석 석방됐고, 그해 9월 1심 실형 선고와 동시에 다시 법정 구속됐다. 아직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지 않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어, 정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않고도 월 1000만 원이 넘는 세비를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민주당 출신 이상직 전 의원은 사실상 의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1대 의원들의 본회의(2020년 6월 5일 제379회 1차부터 지난 13일 제407회 2차 본회의까지 총 133회) 출석 여부를 집계한 결과, 여야 의원들 가운데 김태호(왼쪽) 국민의힘 의원(28회)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27회)이 가장 많이 결석했다./남윤호·남용희 기자

의원이 구속된 때에는 그 기간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의 담긴 '국회의원수당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의원이 특별한 사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출석하지 않는 일수에 해당하는 만큼 수당,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 등도 해당 상임위원회(운영위)에 머물러 있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의원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출근 안 하고, 일 안 하면, 월급도 안 받는 것이 상식이고 양심이라는 것을 우리도 깨달아야 한다"면서 '무노동 무임금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의원이 회의에 무단결석하더라도 별다른 '페널티'는 없다. 3만 원 정도의 활동비를 못 받을 뿐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기강과 직업윤리가 바닥에 많이 추락했다"며 "회의에 나오지 않는 만큼 수당을 주지 않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많지만, 번번이 회기 만료 등 이유로 무산되면서 관련한 근거가 없다 보니 국민의 세금이 새고 있다"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