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까지 소환하는 민주당 인사들
지난 19일과 20일,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각각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을, 김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각 상대 진영에서는 야유와 고성을 지르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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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어김없는 고성·야유…품격 잃은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지난 19일과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각각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어. 신경전이 치열했던 연설로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맞아. 이 대표는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민생·경제·정치·외교·국민안전을 포기한 '5포 정권' '국민포기정권'으로 규정했어. 특히 "지난 1년, 우리 사회 곳곳은 '거대하고 지속적인 퇴행'을 겪었다"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다" 등 윤석열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어. 이 대표가 정부·여당을 지적할 때마다 국민의힘 의석에선 고성과 야유가 나왔어. 솔직히, 낯선 풍경은 아니야.
-안타까운 현실이네. 김 대표의 연설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잖아.
-그렇지. 김 대표는 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을 맹비난했어.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부동산(집)값 폭등, 탈원전, 조국 사태 등을 꼬집었어. 또, 민주당에 대해선 한마디로 '비리 정당' '방탄 정당'이라고 질타했어. 그러면서 "거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매섭게 꾸짖어 주시라"며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어.
-특히 김 대표는 마치 야당 대표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어. 목청을 키워 전 정권과 민주당을 때리는 모습에서 야성을 느꼈기 때문이야(웃음). 보통 야당에서 현 정권을 비판할 때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할 수 있는데,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됐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이 소리치는 모습. 이재명 대표는 연설을 들으며 웃고 있다. /뉴시스 |
-이를 두고 여당 핵심 관계자는 이같이 귀띔하더라고. 김 대표가 국민이 지켜보는 연설에서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고, 실제 당원과 지지층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말이야. 평소 김 대표가 소위 '싸움닭'처럼 윽박지르는 모습은 자주 보이지 않거든. 연설을 계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은 또 있어. 김 대표가 연설하는 가운데 민주당 진영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나 봐. 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김 대표를 향해 "울산 땅, 땅.땅.땅"이라고 외쳤어.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지. 이러한 광경에 발끈한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정 의원의 이름을 거명하며 "당신 지금 본회의장이야!"라고 언성을 높였어. 정 의원은 웃는 낯으로 "왜 그래!"라고 받아쳤어. 정 의원 옆에 앉은 이 대표는 웃는 표정이더라고. 이러한 모습이 재밌었나 봐.
-우리 정치권의 구태가 여전히 남았다는 비판의 댓글이 많더라고. 우리 정치가 성숙하고 품격 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인 걸까. 상호 존중과 배려의 정신도 없어 보였어. 여야가 서로 비난만 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특히 이날 본회의장엔 경북 울진에서 수학여행을 온 초등학생들이 방청석에 앉아 김 대표의 연설을 지켜봤어. 여야 의원 간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현장이 고스란히 초등학생들이 지켜봤지. 학생들이 방청하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런 민낯을 보였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성이 절실해 보여.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 창당설'을 언급하자 "개똥 같은 소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팩트 DB |
◆"개똥 같은 소리" "강아지도 영어 한다"
-정치인들은 발언할 때 '비유'를 섞는 걸 좋아하더라고. 공개회의 모두발언 때도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인물의 전쟁 전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사자성어를 종종 쓰기도 하지.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현안 관련 발언을 하면서 '개'를 소환하고 있네.
-개라고 하기엔 애매할 수도 있지만...먼저 '개' 비유를 쓴 건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야. 우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에 출연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추측에 관해 "개똥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호사가들이 옛날에는 취재를 좀 한 다음에 설을 유포했는데 요즘은 앉아서 진짜 마음대로 (설을 유포한다) 여의도의 피카소 그룹들, 추상화 그리는 애들…"이라며 다소 격하게 발언했지.
-우 의원이 말한 '여의도 피카소 그룹'은 누구야?
-우 의원이 지적한 '개똥 같은 소리'는 아마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발언 같아. 박 전 원장은 지난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와 관련해 "무소속 혹은 신당 창당의 가능성이 있는데, 저는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둔다. 제 판단이다. 그리고 조 전 장관의 지역구는 광주다"라고 말했어. 이를 두고 우 의원은 박 전 원장에게 "감 떨어졌다"고 직격하기도 했어.
-우 의원은 조 전 장관과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본인과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조 전 장관은 우 의원에게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어서 2심 재판에 전념하고 싶다. (제가 총선에) 출마하냐, 안 하냐를 주제의 대상으로 안 삼았으면 좋겠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하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대통령실이 파리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영어가 유창했다는 홍보를 두고 "지금은 강아지도 영어 하는 세상"이라고 비꼬았다. /남윤호 기자 |
-우 의원이 '소설가'로 지목한 박 전 원장도 '개 비유'를 최근 사용했다고?
-박 전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의 '영어 연설' 실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대통령실을 두고 22일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은 강아지도 영어 하는 세상"이라고 발언했어.
-박 전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영어 제일 잘하시는 분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금 한덕수 국무총리도 잘한다. 영어로 하려면 그분들이 대통령 해야지 왜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 (영어 연설한다는 홍보는) 그냥 그만하라"고 덧붙였어. 박 전 원장의 발언으로 영어 연설을 못 하는 기자는 한 마리의 개가 되었다는 슬픈 농담이 있어(웃음).
-우 의원이나 박 전 원장이나 평소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언론의 노출이 높은 인사들인데. 다만 자신의 영향력이나 공인으로서의 면모를 고려했을 때 사용하는 언어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