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뒤끝'에 과방위 휘청...우주항공청에 불똥?
입력: 2023.06.23 00:00 / 수정: 2023.06.23 00:00

與 "우주항공청 먼저" 野 "현안질의 함께 해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2일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처리에 이견이 없음에도 회의 진행 방식을 이유로 파행됐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2일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처리에 이견이 없음에도 회의 진행 방식을 이유로 파행됐다. 박성중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2일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처리에 이견이 없음에도 회의 진행 방식을 이유로 파행됐다. 후쿠시마 오염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 내정설 등을 장제원 상임위원장이 제외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는 장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의사일정 변경동의서 표결을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 속에 30여 분 만에 산회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로 열렸으나 안건은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간사인 박성중 의원을 제외하고 모든 의원이 불참했다.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방송법·KBS 수신료 분리 징수·후쿠시마 오염수 등 현안 질의가 산적해 있는데 장 위원장은 의사 진행 권한을 독점해서 현안 질의는 제쳐두고 정부가 관심 있는 우주항공청만 다루자고 했다. 야당의 공세를 피하려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야당이 마치 우주항공청에 반대한다는 식으로 선동하고 있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불참 사유로는 '사고'를 든 것으로 전해졌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장 위원장을 향해 "위원회 회의를 방해하는 장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장 위원장의 폭주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 위원장은 권한쟁의심판 변호사 해임, 의사일정 일방 통보 같은 몰상식을 일삼더니 오늘 첫 회의에는 나타나지도 않은 채 박성중 간사를 앞세워 정당한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며 "장 위원장은 일을 하러 국회에 온 것인지 싸움을 하러 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 위원장은 (민주당의 전체회의 소집 요구에) 마지못해 위원회를 열면서도 안건을 미정으로 통보하는 꼼수를 부렸다. 개회 요구서에 안건을 명시했음에도 여야 간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며 "자당 의원들이 요구한 일정과 안건은 야당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던 장 위원장이다. 지독한 이중잣대이자 월권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가 21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소통신위원회 현안 관련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가 21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소통신위원회 현안 관련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조 의원은 회의에서도 장 위원장을 두고 "첫 번째 회의인데 참석하지 않고 사회권을 넘기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말끝마다 '야당이 발목 잡기를 한다'고 거짓 선동을 하는데 그런 행위에 대해 즉각 사과하시고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위원장 선출 후) 첫 전체회의에 위원장이 참석을 못 하는 사고가 도대체 무슨 사고인지 몹시 궁금하다"면서 "사고가 아니라 회의를 고의로 하지 않으려는 행위라면 장 위원장은 상임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상임위를 운영할 거면 왜 위원장을 하냐"고 지적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민주당의 요구에 의해 열렸다.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박성중 의원은 "오늘 회의는 국회법 제52조에 따른 조승래 위원 등 10인 위원들의 개회 요구로 열렸다"면서 "의사일정에 대해서는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오늘 회의는 의사일정 없이 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과방위 과학기술원자력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출석했다. 소위에서는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법안 제정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다. 야당은 이미 공청회는 전체회의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전체회의에서 공청회를 진행한 뒤 소위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절차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장 위원장과 여당은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을 비롯해 소위에서 주요 법안을 처리해야만 전체회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전날(21일) 열린 소위에도 전면 불참했다. 협의 없이 날짜를 일방적으로 정해서 통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의원은 이날 회의장 앞에서 "(국민의힘) 단독으로 합의도 안 된 일정에 왜 참석하느냐"며 "지난 4월6일 정부가 (우주항공청 설립 관련) 법안을 제출했는데, (당시) 전체회의가 못 열린 것은 국민의힘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던 당시. /남용희 기자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던 당시. /남용희 기자

표면적으로는 의사일정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으로 보이지만 진짜 원인은 방송법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이날은 장 위원장이 전임 위원장이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선임한 변호사를 해임하면서 여야가 충돌을 빚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으로 과방위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소송의 피청구인은 당시 과방위원장이었던 정 의원이었는데 지난달 위원장이 교체되며 피청구인도 장 의원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장 위원장의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법제사법위원회와 과방위 간 권한쟁의심판은 자연인 장제원, 윤핵관 장제원이 아닌 국회 과방위원장 자격으로 진행하는 건"이라며 "장 위원장이 '개인 소신'을 운운하는 것은 상임위원장을 사적 전유물이자 정치적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몰상식한 언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이미 소송 수임료로 이미 1650만 원을 지급했고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 파기 시 성공보수 1100만 원까지 내게 돼 있다"며 "(장 위원장의) 독선으로 낭비된 국민 혈세 2750만 원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입법 폭주부터 사과하라"고 맞받았다. 그는 "권한쟁의심판의 변호사 비용 지출은 전임 위원장이 주도한 입법 폭주에서 비롯된 독수 독과"라며 "민주당이 지난 3월 과방위에서 방송3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직회부까지 시킨 원인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도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위에 불참한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은 우주항공청 특별법 조속한 처리에 합의하라"며 "과방위는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법안) 심의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28일 전체회의도 개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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