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수능 킬러문항 배제' 두고 野 "쑥대밭 만드냐" 총공세
입력: 2023.06.22 00:00 / 수정: 2023.06.22 00:00

민주당 지도부·교육위 의원, 尹 '킬러문항 배제' 사과 촉구
與 "킬러문항 배제는 이재명 대선 공약" 역공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수능(대입수항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움직임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모의고사 당시 시험을 치르고 있는 고3 학생들. /이새롬 기자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수능(대입수항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움직임을 두고 여야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모의고사 당시 시험을 치르고 있는 고3 학생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윤석열 정부의 '수능(대입수항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움직임을 두고 여야가 공방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논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 참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총공세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킬러문항 배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당시 후보 공약이었다며 역공을 폈다.

여야의 '수능' 논란은 윤 대통령이 수능을 5개월여 앞둔 지난 15일 초고난도 문제인 이른바 '킬러문항' 출제를 금지하라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하면서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당시 '킬러문항'이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행태"라며 "약자인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수능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험생들과 국민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21일 당 지도부는 물론 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전면에 나서 정부의 실책을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 현장이 그야말로 아수라장, 쑥대밭이 됐다"며 "지금 대한민국 교육의 최대 리스크는 윤석열 대통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이 대표가 정부와 여당에서 자신이 수사와 재판을 받는 상황을 '사법리스크'라고 표현하는 것을 되갚아 준 발언으로 읽힌다.

이어 그는 "집권 여당은 수습하기는커녕 '대통령이 교육 전문가다'라며 치켜세우고, 30년 교육 전문가라는 교육부 수장은 경력조차 무색하게 '대통령에게 배웠다'라면서 대통령을 두둔하는 데 여념이 없다"며 "더 큰 문제는 대혼란을 초래하고 다시 나 몰라라 하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킬러문항 배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제도를 바꾸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고심과 연구 끝에 혼란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고 조언했다. /이새롬 기자
이 대표는 "정부는 (킬러문항 배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제도를 바꾸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고심과 연구 끝에 혼란이 없도록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고 조언했다. /이새롬 기자

정청래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입시 비리를 수사해 봐서 수능 전문가라고 하는데, 그럼 음주 단속한 경찰관은 술 제조 명인이냐"라며 "그럼 정치 수사를 많이 한 윤 대통령인데 정치는 왜 꽝이냐"라고 비꼬았다.

이날 오후에는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 주 중으로 교육위 전체 회의 일정을 여야 합의를 통해 개의하자고 여당에 요청한 상황이다. 이들은 '킬러문항 배제'가 사교육 경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에 대해 "사교육 문제는 수능 난이도, 그것도 킬러문항 하나로 결코 해결될 수 없다"라며 "논술, 면접, 실기, 인·적성 검사 등 또 다른 곳에서 변별력을 확보하려 사교육 시장으로 아이들이 내몰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대통령의 사교육 걱정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사교육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사교육 최대 유발자인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와 학업성취도평가 확대·시행을 결정하는 앞뒤 안 맞는 일이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교육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9월 국회 교육위 속기록을 보면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킬러문항은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기보다 난이도 조절 내지는 변별력을 위해 출제해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며 "또 수능이 5개월도 안 남은 시기에 대통령 말 한마디로 1년간 준비한 프로세스가 무너질 수는 없는 것이다. (교육과 관련해) 계속 윤 대통령이 엇박자를 내는 걸 보면 메시지를 담당하는 대통령실 보좌진의 문제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도 "윤 대통령이 '킬러문항 배제'를 통해 부에 따른 교육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려 했다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예민한 시기에 담당자까지 경질시켜 가며 수능과 관련한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시간을 최소 2~3년은 가지고 해결해야 할 걸 '한 번에 해 보겠다'고 하니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만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킬러문항 배제'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태세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킬러문항 배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전달)된 게 아니라 교육행정을 하는 교육 당국자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를 엄호했다. /이새롬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킬러문항 배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전달)된 게 아니라 교육행정을 하는 교육 당국자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부를 엄호했다. /이새롬 기자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킬러문항 배제'와 관련해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전달)된 게 아니라 교육행정을 하는 교육 당국자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난 3월부터 이미 킬러문항 문제 등을 고쳐야 한다,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3월 지적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을 윤 대통령이 6월 모의고사 문제를 두고 지적했으므로 '돌발 발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비판에 이 총장은 "킬러문항 없애자는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라고 맞받아쳤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교육과정에 없는 킬러문항 배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었고 민주당도 사교육을 근절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혁의 시급함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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