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디지털 질서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는 윤 대통령. /뉴시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디지털 사회 고도화에 대응하는 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르본 대학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늘날 세계 대부분 국가의 법체계와 국제규범 질서는 프랑스 혁명 정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면서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새로운 규범 질서가 정립됐듯이 저는 작년 9월 유엔 총회와 뉴욕 대학에서 뉴욕 이니셔티브 선언하며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구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디지털 고도화에 따른 국제사회 변화와 위기를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대표되는 디지털은 우리가 그동안 풀지 못한 문제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발명, 기술개발, 예술 창작 등 사람과 AI의 콜라보를 통한 놀라운 성과 만들어 내는 한편 그 독창성의 원천과 법적 권리관계에 관해 엄청난 혼란을 빚어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중대한 사회적 리스크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디지털 질서의 근간이 될 윤리규범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디지털화에 따른 위기)을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디지털은 국경이 없고 연결성과 즉시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 디지털 질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상해온 '디지털 윤리 규범'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디지털은 프랑스 혁명 사상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자유를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데 사용돼선 안 된다는 윤리 원칙을 가장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디지털 개발과 사용에 있어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절대 가치로 존중되고 나아가 인류의 후생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보상체계, 디지털 개발과 사용 기회의 개방성과 공정성도 강조했다.

아울러 "디지털 개발과 사용은 공동체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위험에 대한 정보는 즉각적으로 공유되고 공표돼야 하며 상응하는 적정 조치가 이뤄지는 규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유지돼야 한다"면서 "그 규제를 위반하는 것은 불법 행위로서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규제 시스템의 작동, 다시 말해 디지털 규범의 집행에 관해 국제사회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면서 디지털 질서 규범 제정을 위해 UN(국제연합) 산하에 국제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윤리규범 제정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 순방 계기마다 해당 나라의 유수 대학을 찾아 토론을 해왔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계기에는 뉴욕 대학교를 찾아 '디지털 자유 시민을 위한 연대'에 관해,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는 '인공지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에는 지난 1월 다보스 포럼 참석 계기에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을 찾아서 양자기술 석학과의 대화를 가졌고,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계기에는 MIT에서 디지털바이오 대화, 하버드 대학교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과 질의응답을 가진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 뉴욕 구상에서 밝힌 디지털 격차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디지털 AI 시대의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 창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에 공개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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