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尹, 조국 일가 비리 수사...대입 제도에 해박"
유승민 "대통령 본인이 잘못 해놓고 남탓 한두번 아냐"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19일 뒷수습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극히 타당한 발언"이라고 엄호하며 혼란의 책임을 교육부에 돌리는 한편 "윤 대통령은 '입시 전문가'"라며 적극 옹호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여당이 나서서 수습하는 모양새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교육부를 향해 "공정 수능의 의지를 담은 지극히 타당한 대통령의 발언을 교육부가 국민께 잘못 전달하면서 혼란이 발생한 데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부 구성원, 특히 책임 있는 정부 부처 직책에 있는 정부 관계자는 신중하지 않은 발언으로 논란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마땅하다"며 "국민에 와닿는 파급력 큰 사안에 소홀한 당국자가 생긴다면 그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운 수능'을 예고했다는 해석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3시간 만에 "공교육 밖 내용을 출제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불공정함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교육부 대입 국장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민의힘은 이날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교육 전문가 등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성급한 발언으로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시험 문제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은 사교육비, 공교육 정상화에 대해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수능 혼란이 일어날 수가 없다. 누가 왜, 뭐 때문에 혼란스러운 건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윤 대통령을 향해 "교육 문외한"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를 수사한 검찰 시절 이력을 거론하면서, '교육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은 검찰 초년생인 시보 때부터 수십 년 동안 검찰 생활을 하며 입시 부정 사건을 수도 없이 다뤄왔다"며 "특히 조국 일가의 대입 부정 사건을 수사 지휘하는 등 대입 제도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라고 주장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저도 전문가지만 (윤 대통령이) 특히 입시에 대해 수사를 여러 번 하면서 상당히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를 해 (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많이 배우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직접 강조하셨기 때문에 교육부 수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내에 이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직원들에게도 강조했다"며 "그동안 관성적, 미온적으로 해 온 것에 대해 교육부도 철저히 반성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발언 논란이 이어지자 19일 "그동안 관성적, 미온적으로 해 온 것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이 부총리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취약계층 대학생 학자금 지원 확대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당 지도부까지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야당은 국민의힘의 이같은 대응에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는 멈추라"며 "대통령이 수사 지휘하듯 교육 정책을 뜯어고치려고 하는데, 여당 정책위의장과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칭송만 하고 있으니 부끄럽지도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시 비리를 수사해 봤으니 해박한 교육 전문가라는 말이 가당키나 하느냐"며 "그 말대로라면 경제 수사한 검사에게 기업을 맡기고, 원전 수사한 검사에게 에너지 정책을 맡기면 되겠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떠드는 것이냐"며 "이쯤 되면 해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당정협의회 결과 발표를 두고 "킬러문항 몇 개 손질해서 사교육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복잡다단한 한국의 교육 문제를 수박 겉핥기로 식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당정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모른다면 무지한 것이고, 알면서도 이리 단순한 걸 대책으로 내놓았다면 이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의 의중을 받들기 위한 당정의 눈물겨운 노력에 가깝다. 참으로 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쑥 폭탄을 던져놓고는 또다시 대통령은 남 탓만 하고 있고, 장관은 대통령에게 사과를 표한다"며 "둘 다 틀렸다.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에 관한 빈곤한 철학과 내용을 내보일 때마다 국민들은 백년지대계를 망칠까 불안하기만 하다"면서 "선무당 짓으로 사람 잡는 대통령과 그에 조응해 춤추는 당정 모두, 교육개혁을 논할 자격 없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베트남 순방길에 오르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1호기에 탑승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수능을 150일 앞두고 본인의 발언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심각한 혼란을 야기하자, 그 책임을 교육부 장관에 떠넘긴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실은 '학교 수업과 공교육 교과 과정은 비슷해 보이지만, 완벽하게 다른 말'이라고 한다"며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것이냐. 이걸 해명이라고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 과정에 비문학을 가르치는 '독서' 과목이 있고, 그 취지가 문해력을 길러 대학에 가서 어떤 과목이든 수업할 수 있는 이해력과 판단력을 높이기 위한 것임을 여태 몰랐단 말이냐"며 "국어 교과서가 몇 종류인지는 아는지, 대입 예고제에 따라 정부를 믿고 교육 과정을 따라온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얼마나 클지 가늠이나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유 전 의원은 "예측 가능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불확실성은 경제에서도, 교육에서도 최악"이라며 "'내가 비문학 문제 내지 말라고 했잖아' 이 한마디로 대한민국 입시가 바뀐다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제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본인이 잘못해 놓고 남 탓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주 69시간 노동 때도 그랬다. 문제가 불거지니 장관 탓을 했다. '바이든-날리면'은 청력이 나쁜 국민들 탓을 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여당이 나서서 수습하는 모양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대통령의 스타일을 잘 봐야 한다. 교육부 장관 처음에 내정했다가 낙마했다. 박순애 전 장관은 35일 만에 장관을 그만두게 됐는데, 그때도 취학 연령 5세로 낮추는 문제를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한테 보고하고 대통령이 신속히 검토하라 그랬다가 문제가 되니까 교육부 장관 경질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무언가 생각이 한 번 딱 들면 시스템이건 대안이건 심층적인 또 연구건 검토건 이런 거 없이 바로 그냥 지시하는 것"이라며 "선무당 사람 잡듯이 뭐 하나가 꽂히면 바로 그것을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니까 대통령실이나 참모들, 또 관계 부처에서는 어처구니없는 변명과 해명, 수습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 분야에 걸쳐서 그렇다. 주 69시간제도 그렇고 최근 국정원 인사 같은 경우는 대통령이 재가했다가 일주일 만에 번복했다"면서 "대통령의 생각을 즉흥적으로 바꾸게 된 단편적인 소스가 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대통령이 휘둘린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