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인사 파동을 두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국정원 인사 파동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정원 인사 파동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박 전 원장은 17일 오후 페이스북에 최근 벌어진 국정원 인사 파동에 대해 "세계 최고 정보기관중 하나인 국정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 혼란으로 조직의 비밀인 1급 부서장의 숫자가 27명이라는 보도, 또 1급 7명이 보직 해제, 그리고 지난 10여 개월 만에 최고 정보기관에서 30년 안팎 재직한 최고 베테랑 정보기관원 34명, 2~3급 간부 백 수 십여 명들이 무보직 대기, 교육, 파견 등에 대해서 법적 소송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조직의 붕괴"라고 진단했다.

박 전 원장은 특히 국정원의 인사 파동이 북한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국정원은 대북해외정보 수집 및 분석, 사이버 보안, 산업스파이, 마약, 보이스피싱 등의 업무로 국민 생명과 재산, 국익을 보호한다"며 "만약 작금의 보도대로 이런 국정원이라면 김정은이 웃는다. 김정은의 기쁨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께서는 해외 순방 출발 전에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은 "만약 작금의 보도대로 이런 국정원이라면 김정은이 웃는다. 김정은의 기쁨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께서는 해외 순방 출발 전에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도 국정원 인사 파동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내부 알력싸움으로 연일 '소리 나는' 국정원, '소리 없이' 일하는 국가기관 맞습니까?"라며 국정원의 '국가 안보와 국민 보호를 위해 소리 없이 헌신하겠다'는 원훈을 비꼬았다.

강 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은 소리 없기는커녕, 인사 파동, 알력 다툼을 생중계하며 연일 가장 큰 소리를 내고 있는 국가기관이 됐다. 이게 무슨 꼴"이라며 "제사는 뒷전이고 젯밥 욕심에 다들 눈이 먼 것 같다. 심지어 안보를 입에 달고 사는 대통령까지 개입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 파동,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1급 간부 20여 명을 퇴직시키며 대폭 물갈이를 한 데 이어, 한 달 뒤에는 조상준 기조실장이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사퇴했다.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1급 간부 인사가 5일 만에 뒤집혔고, 김규현 국정원장이 해외 파트를 총괄하는 1차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강 대변인은 "국정원 내부 기강이 무너진 것도 심각하지만, 이 소식이 보도를 통해 여과 없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며 "윤 대통령이 그 내홍에 끼어 있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정보력을 국제 사회는 뭐라고 생각할까? 1년 내내 알력 다툼하고 파벌 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국정원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정말 무능해도 너무 무능한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뒤죽박죽 인사, 모두 윤 대통령이 재가한 것 아닙니까? 대통령이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인지 이제라도 좀 성찰하라"고 직격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