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사태' 속 민주당 의원들 방중 논란
입력: 2023.06.16 00:00 / 수정: 2023.06.16 00:00

野 "정해진 일정, 문화 교류 차원" vs 與 "나라 팔아먹을 짓"
전문가 "지지층 결집 위한 정치 공세 지양해야"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의 화동에서 시작된 대중 외교 논란이 정치권 전반에 번진 가운데 10여 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교류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새롬 기자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의 화동에서 시작된 '대중 외교 논란'이 정치권 전반에 번진 가운데 10여 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교류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와의 회동에서 시작된 '대중 외교 논란'이 정치권 전반에 번진 가운데 10여 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교류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대중 관계가 소원할수록 야당은 관계 회복을 위해 정해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반면 여당은 방문 시기와 비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야당 의원들의 중국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의원 등 7명은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오는 18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베이징, 티베트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중 일정은 문화교류 차원에서 '미리 정해진'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은 당초 여당 의원들의 참여도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중국 방문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정 의원은 출국 전 공항에서 "이번 방중에 대해 중국 입장을 홍보하는 들러리가 되지 않느냐고 우려한다.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정치적 만남은 거의 없다"며 "철저히 문화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방중"이라고 설명했다.

도종환 의원은 당 일각에서 방중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당에서 상황이 이런데 꼭 지금 가야 되느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박 의원 말대로 국제박람회가 16일부터 18일 열린다"며 "저희만 초청받은 것이 아니고 아시아 또 다른 나라의 많은 정치, 외교, 국제단체 관계자들이 초청돼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은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방문의 시기나 적절성 등과 관련해 비판이 나오자 이들은 문화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새롬 기자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7명은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했다. 방문의 시기나 적절성 등과 관련해 비판이 나오자 이들은 "문화교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새롬 기자

앞서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의원을 포함한 방중단이 중국 측 초청으로 12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싱하이밍 대사의 강성 발언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야당이 '외교 갈라치기'를 하기 위해 중국행을 택한 것이며 비판했다.

중국 일정을 소화 중인 홍익표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싱 대사 발언 논란 속 방중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대해 "한국 국민들의 생각과 우려를 중국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방중 일정의 경우, 두 달 전부터 협의를 지속해 2~3주 전에 일정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여러 가지 한중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중국과 대화를 하면 좋겠다는 여론이 높았다"며 일각의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아무리 나라가 어렵고 여러 가지 정쟁에 졌다고 해서 외교 문제를 정쟁으로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은 민주당 의원들의 중국행이 '뇌물 외유'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5명이 중국을 방문 중인 와중에 오늘 7명이 추가로 방중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언론 보도를 보니 그 비용을 중국이 댄다고 한다. 나라를 팔아먹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그 비용이 얼마인지, 비용을 왜 중국이 부담하는지, 왜 이런 뇌물성 비용 부담을 지원받는 것인지 여부를 밝혀주길 바란다"며 "이 사건은 외교 참사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는 자당 의원들이 대거 중국으로 떠난 것에 관해 입장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한중 관계의 일시적 경색을 차치하고 예정된 방한 교류 일정을 진행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외교 책무 아니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정성호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라도 가서 중국과의 접촉 라인을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오히려 방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옹호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더팩트>와 만나 의원들의 방중 일정과 관련해 "억지로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 자체도 국제 결례가 될 것이므로 그것도 문제다. 외교 관계가 일시적으로 경색되는 국면이 다가오더라도 나라 간 교류할 사람들은 외교를 해야 한다"라며 "(지난번에) 한일 의원연맹의 경우 여당에서도 (지난 1월) 일본행을 가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우리 당을 향해 여당이 공격하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 논란 등을 고려했을 때 의원들의 방중 일정 시기를 조절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진은 싱하이밍 대사. /뉴시스
민주당 일각에서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 논란' 등을 고려했을 때 의원들의 방중 일정 시기를 조절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진은 싱하이밍 대사. /뉴시스

반면 '싱하이밍 대사 발언 논란' 등 대중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의원들의 방중 일정 시기를 조절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 일정은 통상 몇 개월 전부터 협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 조율이 어려울 수도 있을 테지만, 이번 방중 일정을 썩 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외교상 갈등이 생기는 시기에는 통상 일정을 미루기도 한다. 이럴 때는 위원회 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하자'고 주장했어야 한다고 본다. 의욕이 지나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얘기가 딱 맞는 말"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정치권 밖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방중 시기의 적절성을 떠나 반사이익을 얻기 위한 여야의 정치 공방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이든 일본이든 외교와 문화교류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방문해야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뭔가. 다만 시기적으로 '지금 그 나라에 굳이 가야 하나'라고 하는 것은 상대 정당을 정치 공세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상대방의 약한 고리를 정당화시켜 지지 기반을 확산시키려 하는 정치 공세는 여야가 다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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