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마지막 대정부질문도 '오염수' 신경전…與 김예지 의원엔 기립박수 쏟아져
입력: 2023.06.14 19:48 / 수정: 2023.06.14 19:48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 이동관 관련 질의에 여야 '신경전'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권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임명 문제 등을 놓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날선 질문을 던지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새롬 기자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권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임명 문제' 등을 놓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날선 질문을 던지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권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 임명 문제' 등을 놓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날선 질문을 던지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당사자성을 강조하며 장애인 문제의 실태와 개선점을 지적한 한 여당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박수 세례를 받기도 했다.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이 있었던 이날은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질의에 나선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총리에게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했을 시에 신체로 방사성 물질이 들어오면 내부 피폭으로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와 여당을 직격했다.

남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과학만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며 "일본 정부가 안전하다면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총리는 "일본이 하겠다는 30년 동안의 방류 과정에 집요하게, 철저하게 국제기구와 협력하면서 과학적인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일본이 검토한 것을 대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답했다.

또 남 의원은 "일본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고통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민들은 (피폭 우려에) 소금을 사재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한 총리에게 물었다.

한 총리는 "저희가 검토하고 분석해 본 바에 의하면 이것은 방류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니고 그동안 기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남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해 핵종에 오염된 물고기를 장시간 섭취하면 사람에게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에 대해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철저한 과학적 검증이 우선된다면 내부 피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 과학적으로 위험하다고 확인되면 국민 건강을 맞서겠다"며 최우선으로 생각해 방류에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야당 순서로 등장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의 과거 행보를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져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고 의원은 이 특보가 2010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작성 지시한 문건이라며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란 제목의 국정원 문건을 공개했다.

2010년 1월 13일 국정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문서 서두에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 보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도 활동 강화 필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고 의원은 문건을 공개하며 "해당 문건의 내용을 보면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이 만든) 보도지침의 망령이 부활한 듯하다. 이동관 특보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절대 임명돼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해당 문건은 서두에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보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도활동 강화 필요'라고 밝혀 언론 통제를 통한 선거 개입 목적으로 문건이 작성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언론인 사찰을 자행해 방송사 내부 동향을 파악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비판적 언론인을 배제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한 총리를 향해 문서에 쓰인 '건전보도 유도'라는 문구를 가리키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한 총리는 "며칠에 만든 것이냐"며 "그 자료의 진정성이랄까, 일종의 진실한 그러한 문서로서의 서류인지에 대해 저에게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고 의원은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고, 한 총리는 "의원이 말했다고 제가 믿어야 할 책임은 없다"고 되받아쳤다.

한 총리 답변에 민주당 의석에선 항의하는 고성이 나왔다. 국민의힘 측도 이에 맞서 항의하며 본회의장이 소란해지기도 했다.

고 의원이 "그렇다면 허위 문건을 총리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한 총리는 "구체성과 명확한 기초적인 것을 말하지 않으면 제가 (정확성을) 입증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한 구절을 말하면서 제 의견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고 의원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라고 말하지 않았나"라고 항의하자 한 총리는 "의원이 말했다고 제가 믿어야 할 책임은 없다"고 따졌다.

고민정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 관련 질의를 마친 뒤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이새롬 기자
고민정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 관련 질의를 마친 뒤 여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이새롬 기자

양측 설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고 의원의 질타에도 한 총리는 "허위 문서라고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 총리는 고 의원이 국회법에 따라 대정부질문 48시간 전에 질의 요지를 제출해야 하는데 국회법을 어겼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한 총리는 "국회법을 좀 보시라"라며 민주당 의석에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 왜 나왔냐'는 고 의원의 질타에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단히 비합리적이고, 대단히 비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고 의원의 질의 이후에도 여야 간 설전이 계속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총리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석으로 돌아가는 고 의원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한편 이날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장애인 학대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위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과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 등과 관련해 질의에 나섰다. 연설 도중 김 의원을 향해 여야의 박수가 쏟아지기도 하며 훈훈함을 선사한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장애인 학대 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인 학대 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게 법무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김 의원은 판결문 분석 결과 2017년부터 3년간 장애인 학대 사건 피의자의 42%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배경을 한 장관에게 설명하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져 학대 피해 장애인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장애인 학대 사건 수사·재판에서 장애인 피해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보조인 제도'가 사문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장관을 향해 "장애인 인권 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신 만큼 장애인 학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을 담당하도록 하는 장애인 학대 특례법 제정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마지막 연설에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박수를 보냈다. /이새롬 기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마지막 연설에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박수를 보냈다. /이새롬 기자

질의를 마친 김 의원의 마지막 연설에 의원들 다수가 감명받기도 했다. 김 의원은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작은 어항에서는 10cm를 넘지 못하지만, 수족관에서는 30cm, 강물에서는 1m 넘게 자라나는 그런 물고기"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아직도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그리고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고 비유하며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균등 속에서 재능을 많이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강물이 돼주시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저 또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분들을 대변해 모든 국민이 당당한 주권자가 될 수 있도록 진정한 여러분의 힘 곧 국민의힘 김예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설을 마쳤다. 김 의원이 발언을 마치자, 여야를 막론하고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 의원들은 일어나 김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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