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벽 기도' 참석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압박 시위에 "면담 요청 없어"
입력: 2023.06.14 11:59 / 수정: 2023.06.14 15:56

고개 푹 숙인 채 새벽 기도, 흐느끼는 듯한 모습도
"유가족 위해 기도 하고, 위할 방법 최대한 찾고 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4일 지역 내 한 교회의 새벽 기도에 참석한 모습이 <더팩트>에 포착됐다. 사진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는 박희영 구청장. /임영무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4일 지역 내 한 교회의 새벽 기도에 참석한 모습이 <더팩트>에 포착됐다. 사진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는 박희영 구청장.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용산=설상미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4일 새벽 용산구 내 한 교회에서 예배하는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박 구청장은 남편과 함께 새벽 기도회에 참석해 예배 내내 고개를 숙이고 기도했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5시 21분께 홀로 용산구의 한 교회 새벽 기도회에 참석했다. 검정색 재킷과 바지를 입고, 검정 운동화를 신은 박 구청장은 초췌하고 파리한 모습이었다. 이어 박 구청장의 배우자가 들어와 교회 내 일부 성도들과 인사한 후 박 구청장 옆에 앉았다. 해당 교회는 이태원 참사 장소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녹사평역 인근에 있는 곳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배우자와 함께 14일 서울 용산구 내 한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다. /설상미 기자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배우자와 함께 14일 서울 용산구 내 한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다. /설상미 기자

오전 5시 30분에 시작된 예배는 20분간 진행됐다. 이날 예배에서 목회자는 구약성경 이사야서 말씀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를 긍휼히 여기고, 삶 속에 삶을 감당하기 위해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예배 내내 박 구청장은 힘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계속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불안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예배가 끝난 후 불이 꺼진 예배 홀에서 박 구청장은 15분가량 새벽 기도를 이어갔고, 몸을 계속 떨며 흐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구청장의 건강 상태는 실제로도 좋지 않아 보였다. 오전 6시 10분쯤 박 구청장은 예배 홀에서 나온 후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배우자에게 "속이 안 좋으니, 약을 좀 달라"라고 했고, 배우자는 "갖다주겠다"라며 "병원을 가보자"라고 대답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4일 오전 배우자와 용산구 내 한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다. /설상미 기자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4일 오전 배우자와 용산구 내 한 교회에서 새벽 기도를 드리고 있다. /설상미 기자

새벽 기도를 마치고 교회를 나서는 박 구청장에게 <더팩트> 기자가 신분을 밝힌 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유가족분들에게 너무나도 죄송하다"며 "유가족분들을 위해 정말 기도를 많이 하고 있고, 또 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최대한 찾고 있다. 제가 지금 무슨 말씀을 드려도 얼마나 속상하시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언제 만날 계획이냐'는 질문엔 "구속될 때 여러 가지 제한들이 있다"며 "피해자 측과 불필요한 접촉을 해서는 안 되지만 구청장으로서…"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자가 대신 "피해자 측에서 면담 요청도 안 했고, 만나자고 그러면 '사퇴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박 구청장도 "(피해자 측이 만남 요청을) 하지 않으셨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구청장은 "언론을 피하고 싶은 게 아니다"라며 "유족들에게 만족스러운 회담이나, 무엇을 들을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거지, 일부러 피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유가족 등이 사퇴를 압박하며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제가 업무에 복귀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피해자 측의 면담 요청도 없었다"며 "선출직이라 여러 가지를 반영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어 박 구청장은 "제가 지금 너무 힘들고, 회개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 앞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6시 15분쯤 박 구청장은 비서진과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 배우자는 기자에게 "오늘 예배에서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위해 박 구청장과 함께 손잡고 기도했다"고 따로 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된 박 구청장은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보석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해 지난 7일 풀려났다. 이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용산구청 정문과 민원실 앞에서 박 구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 구청장은 석방된 후 다음 날인 8일 정상 출근했지만, 유가족들의 항의로 9일과 12일 연차를 냈다. 이태원 유가족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계속 항의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박 구청장과 면담해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본인이 구청장직에서 사퇴한 후 가족들에게 진정히 사과한다는 뜻을 밝힌다면 면담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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