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찬반 의사 밝히고 총선 때 심판받아야"
"오염수 방류 현실화되면 日 농축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해야"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일본 도쿄전력이 지난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출 설비의 시험 운전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투기가 초읽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 불안감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산업계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여당은 야권이 괴담을 퍼트려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규탄하고 있다. 여야 합의로 진행하기로 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청문회도 여야의 견해차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오염수 해양 방류는 점점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13일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난 윤재갑(68, 초선, 전남 해남·완도·진도) 의원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결사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3월 30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에서 삭발을 단행했고, 4월에는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현지 점검을 위해 일본 후쿠시마를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윤재갑 의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명운을 걸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새롬 기자 |
◆"與, 오염수 방류 규탄했다가 말 바꿔…삼권분립 흔들려"
이날 마주한 윤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부의 '불통'을 문제 삼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3월과 5월) 두 차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에도 브리핑을 안 했다. 일본 언론에선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가 수산물 수입을 재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결국, 우리 국민이 윤 대통령을 어떻게 보겠나."
여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이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느라 자기 의견을 다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2021년 4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 규탄 결의안'을 발의했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박진 외교부 장관, 현 국가안보실장인 조태용 전 의원,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 등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현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이 주도했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은 말을 안 하거나 바꿨다. 현 정부 들어서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했던 분들이 언제 그렇게 얘기했냐는 식이다. 삼권분립이 아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윤 의원은 작심한 듯 말을 이어 갔다. "문재인 정부에선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 검증단에 우리 전문가 참여 및 파견, 한국과 긴밀한 협조를 주장했다. 그런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이러한 원칙과 맥을 윤석열 정부도 같이한다고 얘기하길래 '윤석열 정부는 툭 하면 전 정부 탓을 하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현 정부는 일본을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 너무 일본에 편향돼 있다."
특히 윤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명운을 걸고 '국민 투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원전 오염수의 객관적인 안정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라는 취지다. 윤 의원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매스컴 등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우리 국민들이 여러 가지 정보들을 직접 실시간으로 다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정부가 주장하는 게 과학이고, 야당과 국민이 얘기하는 건 괴담이라는 건 설득력이 없다. 국회의원들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찬반 의사를 명확히 하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재갑 의원은 정부와 여야가 초당적 자세로 협력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
◆"오염수 해양 방류 현실화되면, 국민 피해 최소화해야"
일본 정부는 이르면 7월 오염수를 해양에 버릴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한 민주당은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에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대한 잠정조치 청구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연대하면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계획을 중단할 때까지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은 "일본 정부는 안전하다고 하면서 오염수가 방류되면 자국 어민 피해 배상금 4조 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스스로 원전 오염수의 위험성과 수산인 피해를 인정하는 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으로 방류하면 피해가 없다, 마실 수 있다, 해류의 흐름이 우리한테는 안 온다는 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섞인 물이 우리 해역에 도달하든, 도달하지 않든, 수산물 소비 기피는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정부는 우리 어민들 소득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여야가 초당적 자세로 협력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방류가 시작된다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후쿠시마현을 비롯한 인근 8개 현의 수산물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의 모든 농·축·수산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이러한 수입 금지 조치가 어렵다면, 현재 식약처에서 시행하는 세슘·요오드 농도만을 분석하는 감마핵종(감마선) 검사뿐만 아니라 스트론튬·플루토늄 등까지 검사할 수 있는 베타핵종(베타선) 검사도 추가해, 모든 일본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보다 정밀하고 꼼꼼한 검사 기준을 마련해 우리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염수 방류 대응 특별법 제정 △유통이력관리·원산지표시 강화 △소비위축 손실보상금 실시계획 수립 등 정부 차원의 수산 분야 피해 대책 마련과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재갑 의원은 "원전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고 나면 그다음 수습책은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전국어민회총연맹 회원들과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국어민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장윤석 인턴기자 |
◆"전남의 수산업, 막심한 피해 넘어 궤멸까지 우려"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윤 의원은 "원전 오염수 방류가 현실이 되고 우리나라 바다에서 방사성 물질이 소량이라도 검출된다면, 수산업이 핵심인 우리 해남·완도·진도의 지역경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원전 오염수 유출 사고 이후 국내 소비자의 80% 이상이 수산물 소비를 줄였고, 재래시장은 40%, 대형마트는 20%씩 수산물 소비위축 현상이 발생했다. 더욱이 국내 수산물 생산량 60%에 육박하는 전남의 수산업은 막심한 피해를 넘어 궤멸까지 우려되는 상황으로, 지역 주민들께서는 반드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아달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철회하는 게 '상수'라고 하는 그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윤 의원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고 나면 그다음 수습책은 거의 없다. 우리 어민과 수산업의 피해가 눈에 훤히 보인다. 또한 해양 오염은 심각한 문제다. 최후의 순간까지 저지해야 한다."
☞윤재갑 의원은 누구? 전남 해남 출신으로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한 해군 항해 장교로 임관해 해군 소장으로 예편했다. 해군에서 제1함대사령관, 해군군수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했으며,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초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