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TV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발표 뒷말..."왜 질문 안 받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민원실 인근에서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반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고 최고위원은 이날 '백지'로 된 항의서한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뉴시스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대통령실이 KBS TV 수신료와 전기 요금을 분리해 납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TV 수신료 분리 징수에 반대한다"며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다. 하지만 '백지'로 된 항의서한을 대통령실에 제출한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이 가운데 대통령실이 30년째 이어온 TV 수신료 납부 방식을 바꾸려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자들의 질의응답 없이 일방적 발표만 해 '불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보다 180배 많은 세슘이 검출돼 국민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가짜뉴스, 괴담을 퍼트리고 있다", "민주당이 돈 봉투, 코인 게이트 등 여러 악재에 대한 국면 전환용으로 괴담을 조장한다" 등의 주장을 펼쳤다.
-국민의힘의 '우리가 하면 문제가 없고, 상대 정당이 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의 내로남불적인 태도를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고민정 "尹 '언론 탄압·장악' 묵과할 수 없다"더니…'백지' 항의
-더불어민주당 언론자유특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과방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7일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반대한다'면서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어. 그런데 뜬금없이 항의 서한 내용(?)이 화제가 됐네?
-앞서 지난 5일 대통령실은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해 법령을 개정하고,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했다고 발표했어.
지난 7일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 인근에서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반대 규탄 발언을 하는 모습. /뉴시스 |
-민주당 언론자유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앞까지 찾아가서 한 규탄 발언에서 "'언론 탄압'과 '언론 장악'이라는 말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지경까지 왔다"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을 앞둔 상황에서 언론 탄압과 언론 장악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이 계속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어.
-규탄 발언을 끝낸 민주당 의원들은 현장에서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지. 고 최고위원은 '수신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엉터리 여론조사로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개정 추진 공영방송 죽이기 중단하라!'는 제목이 인쇄된 서류 봉투를 건네며 "자세한 내용은 이 안에 들어있으니까, 대통령과 같이 논의해달라"고 당부했어.
-이후 서류 봉투 안에는 아무것도 인쇄되지 않은 백지 A4 용지 두 장만 들어있던 것이 확인돼 논란이 일었어. 처음엔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러 '백지 항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지.
-알고 보니 '백지 두 장'의 의미는 '실수'였다고 해. 고 최고위원은 9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백지 서한 제출은 실수였다"고 인정했어. 이어 그는 "한편으로는 잘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며 "백지를 넣었더니 대통령실이 처음으로 반응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어.
-고 최고위원은 "여태까지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도 해 보고, 규탄도 해 보고 그랬는데 대통령실이 한 번도 가타부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어쨌든 대통령실이 반응하는구나. 그래서 이게 정권을 향한 방법도 옛날 방식을 벗어나서 뭔가 새로운 방식을 계속 고민해 봐야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어.
-매사에 긍정적인 태도는 좋지만(?),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 실수는 달라. 다음에도 대통령실에 '백지 항의서한'을 제출하면 국민들도 민주당의 일 처리에 의구심을 표하지 않을까 싶어.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국민 참여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질의는 받지 않았다.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제안심사위원회 개최 관련 브리핑하는 강 수석. /뉴시스 |
◆대통령실, "질문 안 받고 그냥 갈 거예요?" 항의에도 'TV 수신료 분리 징수' 질의응답 '생략'
-대통령실이 지난 5일 '월 2500원'인 KBS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해서 납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권고한 것을 두고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네.
-대통령실은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국민참여토론으로 여론 수렴을 해왔어. 그 결과를 5일 발표하면서 '수신료 분리 징수 방안' 마련을 지시한 거야. 대통령실에 따르면 국민 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 의견 6만4000여 건 중 '분리 징수' 의견이 2만여 건(31.5%)에 달했다고 해. 'TV 수신료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약 3만8000여 건으로 가장 많았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이 같은 여론 결과를 밝히면서 "도입 후 30여 년간 유지해 온 수신료, 전기 요금의 통합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했다"고 했어. 또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도 마련할 것을 권고했어.
-집에 TV가 없고, 수신료 환불을 해봤던 입장에서, 이번 권고안에 공감해. 현재는 방송법 시행령에서 '(위탁 징수 사업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는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국전력이 3년 단위로 KBS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 납부 청구서에 합산해서 받아왔지. 하지만 이런 방식은 국민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인 민주당도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법안을 내기도 했어.
-다만 아쉬운 점은 대통령실의 기조와 정부 정책을 전달하는 방식이 참 딱딱하다는 거야. 강 수석은 국민 참여 토론 결과와 부처 권고안 내용만 발표한 후 브리핑룸을 빠져나갔어. 1994년부터 30년째 이어진 '수신료 징수 방법 변경'은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특히 KBS 공적 책임 이행 방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 물어볼 내용이 많았는데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안 받은 거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이 6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브리핑에 참석했던 기자들 모두 당황했어. 일부 기자들이 이동하는 강 수석에게 "질문 안 받고 그냥 가실 거예요?"라고 강하게 항의했는데도 이를 뒤로한 채 떠났어. 기자들 사이에선 "질문을 안 받을 거면 그냥 서면 브리핑으로 내놓지 왜 브리핑을 했는지 모르겠다", "질문을 완전 차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왔어.
-국민참여토론 3차 주제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을 다룰 예정이야. 이 역시 이번처럼 본인 인증을 통한 추천 또는 비추천 투표와 게시판 댓글 방식으로 여론을 모은다고 해. 보수·진보 진영이 극단적으로 갈린 우리 사회 현실에서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본인 인증을 하고 들어가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남기는 사람은 윤석열 정권에 우호적인 경우가 많을 텐데, 이런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언론과의 질의응답은 회피하는 것은 '불통'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소통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대통령실이 고려했으면 해.
-소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윤석열 대통령의 두 번째 기자회견은 언제쯤 열릴 것 같아?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에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여러 차례 보도가 나왔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어. 최근 노동 이슈 문제, 언론 통제 논란 등이 주목받고 있어서 적절한 시기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임 1주년 당시 "언론을 통한 다양한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야. 대통령 메시지를 국민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대통령실이 '소통' 노력을 더 기울였으면 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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