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거듭 죄송...의혹 해소 위해 자녀 특혜 채용에 관해 감사 수용"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일 직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노태악(사진)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원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감사 범위를 두고는 선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관위 내부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치고 있는 점에 거듭 죄송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노태악 선관위원장이 주재한 전원회의에서 특혜 채용 의혹에 한정해 한시적·부분적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들이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1일 전원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바 있다.
선관위는 "아시다시피 저희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 기관으로 출범했으나 3·15 부정선거가 발생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재탄생했다"면서 "따라서 행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의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관위는 "그런데도 선관위에 대한 감사 범위에 관해 감사원과 선관위가 다투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발생한 선관위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다"면서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을 근거로 "감사원이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없다"며 감사를 거부해 왔다.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근거로 "근거와 전례가 있다"며 맞섰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선관위를 향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할 것과 노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해 왔다. 선관위가 이를 거부하며 노 선관위원장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자 최근 노 선관위원장과 선관위원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감사원도 선관위가 끝내 감사를 거부할 경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입장을 밝힌 뒤 강민국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오늘 선관위가 국민의 명령에 또다시 반쪽짜리 감사수용으로 국민을 기만했다"며 노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국민적 의혹이 너무 크다고 하면서 정작 선관위 감사 범위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등 떠밀려 사죄하는 것으로 여전히 국민에게 불복하는 모양새나 다름없다"며 "게다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선관위원 사퇴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여전히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국민 분노만 더욱 키웠을 뿐"이라고 했다.
선관위가 입장을 선회한 데에는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여론조사 기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선관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3.3%가 '이번 사안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물러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은 14.1%에 그쳤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편 여야는 전날(8일)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북한 해킹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다음 주 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오는 21일 본회의에서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