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쉬 파파스쿠아 주한조지아 대사 초청강연
"외세 침략 역사와 고유 문화 지닌 조지아, 한국과 공통적"
조지아 와인 숙성에 쓰이는 토기 크베브리. '크베브리 방식'은 조지아 전통 와인 양조법이다. /조지아정부관광청 제공 |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조지아는 외세의 침략 경험과 독립을 거듭했던 역사와 고유한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타라쉬 파파스쿠아(Tarash Papaskua) 주한조지아 대사는 7일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조지아를 소개하며 한국과의 공통점을 문화와 역사적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조지아 젊은이들도 케이팝과 케이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많고, 대학에서도 한국어 강좌 수요가 높다"며 "최근 몇 년동안 한국을 방문하는 조지아인들도 많아졌는데, 한국의 소프트파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초청강연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자치회가 주최했다.
조지아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있는 나라다. 위로는 러시아, 남서쪽으로는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동쪽으론 아제르바이잔과 접해 있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토면적은 6만9700㎢로 한반도의 0.3배 정도다. 2022년 기준 인구는 368만명, 수도 트빌리시에 약 120만 명이 살고 있다. 한국과는 1992년 12월부터 수교했고 교민 195명이 거주한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지역에 위치한 조지아는 위로는 러시아, 남서쪽으로는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동쪽으론 아제르바이잔과 접해 있다. /구글 지도 캡처 |
조지아는 동서양이 만나는 길목에 위치한 탓에 이웃 국가 침략이 잦았다. 왕국 체제를 유지하던 조지아는 몽고, 페르시아, 오스만 제국, 러시아 침략에 의한 지배를 거쳐 국경과 수도가 여러 번 바뀌기도 했다. 1917년 혁명으로 러시아 제국이 붕괴되자 조지아는 조지아 민주 공화국을 세우고 독립을 선언했다. 그러나 1921년 조지아를 점령한 볼셰비키의 붉은 군대는 조지아를 '그루지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소련에 포함시켰다. 우리에게 조지아보다 러시아식 표기인 그루지야란 지명이 익숙한 이유다. 1991년 4월 9일 독립을 선언한 조지아는 그 해 '조지아 공화국'이 됐다.
2008년 러시아는 대규모 군사적 침략을 단행해 조지아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도 국제 규범과 원칙을 위반하며 조지아 지역 일부를 계속 점령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그루지야로 부르지 말아달라'는 조지아 정부 요청에 따라 2010년부터 조지아를 공식 국가 명칭으로 쓰고 있다. 조지아인 스스로는 자국을 '사카르트벨로(Sakartvelo)', 자국민을 '카르트벨리(kartveli)'라고 부른다.
타라쉬 파파스쿠아(Tarash Papaskua) 주한조지아 대사는 7일 한남동 주민센터에사 '조지아는 어떤 나라일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타라쉬 대사는 영어로 강연했고 주최측인 한남동 주민자치회에서 동시통역을 맡았다. / 주한조지아대사관 제공 |
역사적 부침을 겪으면서도 조지아는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해왔다. 가장 대표적이고, 세계적인 것은 바로 와인이다.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온화한 대륙성 아열대 기후를 보이는 조지아는 8000년에 이르는 와인 생산 역사 기록을 지닌 와인의 최초 산지다.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도 조지아 출신으로, 조지아 와인을 즐겨 마셨다.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도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보다 조지아 와인을 더 좋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오크통 숙성 방식과 구별되는, 특별한 조지아 전통 양조법도 있다. 바닥이 뾰족하게 생긴 큰 토기 크베브리(Qvevri)에 포도를 껍질째 으깨서 진흙으로 밀봉하는, '크베브리 방식'이다. 크베브리를 사용한 조지아의 전통 양조법은 2013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조지아국립와인청(조지아와인청)에 등록된 와인 생산 농장만 250여개에 달한다. 조지아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도 525종 이상으로 다양하다. 청포도로는 전체 재배면적 43%를 차지하는 르카치텔리(Rkhatsiteli), 적포도로는 전체 재배면적 10%를 차지하는 사페라비(Saperavi)가 유명하다. 대표적인 와인 산지는 조지아 와인의 70%를 생산하는 카헤티(Kakheti) 지역으로, 오랜 기간 크베브리 방식을 지켜온 곳이기도 하다.
7일 조지아 대사 초청 강연에서는 조지아 와인 시음회도 함께 진행됐다. 사진은 르카치텔리 품종의 화이트 와인./ 조채원 기자 |
조지아 정부는 2022년부터 전략적으로 조지아 와인 인지도 향상과 해외시장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표적 시장은 미국, 영국, 폴란드, 독일, 발트 해 국가(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조지아와인청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조지아 와인은 66개국에 1억 4400만 리터, 2억 5250만 달러(한화 약 3271억 원) 상당의 와인이 수출됐다. 1991년 조지아가 독립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한다. 수출 수익은 2021년 대비 5.5%, 물량은 30% 증가했는데 조지아 전체 수출액(55억9200만 달러) 비중의 4.5%를 차지한다. 올해 1분기 동안엔 1950만 리터, 5700만 달러 상당의 와인이 48개국에 팔렸다. 2022년도 같은 분기 대비 양으로는 25%, 수출액으론 22% 늘어난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조지아 와인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조지아 와인은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입소문이 나 있다. 하지만 일부 판매처에서만 구입할 수 있을 뿐 쉽게 접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타라쉬 대사는 "한국인들도 우리의 DNA이자 일상인 조지아 와인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오는 22일 열리는 서울 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 조지아 와인 14개 업체가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