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글로벌 중추국가 위상 확인' 평가
"북핵문제 해결에만 의미부여 않아야" 지적도
뉴욕 유엔본부에서 6일(현지시간) 2024~2025년 임기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을 뽑는 총회가 열린 모습. / 뉴시스 |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한국이 6일(현지시간) 11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안보리는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으로 구성된다. 한국이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임기는 2024년 1월 1일부터 2년이다.
아시아태평양그룹에서 단독으로 입후보한 한국은 총 유효투표 192표 중 180표의 지지를 얻어 아태그룹 소속의 이사국으로 당선됐다. 함께 선출된 국가는 알제리·시에라리온(아프리카 대륙), 슬로베니아(동류럽), 가이아나(중남미)다. 비상임이사국 선거는 5개국씩 해마다 이뤄지고, 대륙별로 안배된다. 각 대륙 단독 후보로 나섰더라도 전체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안보리에 합류할 수 있다.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으로는 아프리카 3개국, 아시아 2개국, 동유럽 1개국, 중남미 2개국, 서유럽 및 기타 지역에 2개국이 할당돼 있다. 아시아 또 다른 비상임이사국가인 일본의 임기는 2023년부터 2년이다.
외교부는 7일 보도자료를 내 "안보리 내 평화유지와 평화구축, 여성·평화·안보 등 뿐만 아니라 사이버안보, 기후와 안보 등 신흥안보 논의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북한의 핵 개발 위협에 대한 안보리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이사국들과 긴밀히 협력해나갈 예정"이라고 기대했다.
전문가들도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글로벌 중추국가의 위상을 확인했다'고 평가한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 의미에 대해 "안보리야말로 보도되는 것처럼 다자 외교에 있어선 꽃"이라며 "우리가 거기에 이사국이 되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외교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라며 "한미일이 공조해 북한의 핵 문제와 미사일 발사체 문제와 관련해서 압박을 좀 더 유엔이 강하게 하는 그런 모멘텀을 만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보리 회의 규칙에 따르면 공식 의제 채택은 총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이 북핵문제 해결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데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 수행을 지향하는 만큼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의제를 선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은 이번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키워드에 맞춰 △평화유지(PKO)·평화구축에 대한 기여 △여성과 평화 안보에 대한 기여 △사이버안보에 대한 기여 △기후변화 극복에 대한 기여 등 네 가지 중점 과제를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공약으로 발표했다.
김동엽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한반도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차원에서 안보리를 접근하면 다른 국가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기후변화, 에너지, 사이버안보 등 초국가적 이슈에서 주체적 역할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