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귀국 후 정계 복귀 시사…민주 내홍 심화할까
입력: 2023.06.07 00:00 / 수정: 2023.06.07 08:57

NY "대한민국 위기…제 할 바 하겠다"
비명계 구심점 역할 관측…'개딸' 공세 불가피 시각도


지난해 6월 미국 연수를 떠났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 전 대표가 오는 24일 귀국한다. 당내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사실상 정계 복귀를 예고했다. 사진 왼쪽은 이재명 대표. /더팩트 DB
지난해 6월 미국 연수를 떠났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 전 대표가 오는 24일 귀국한다. 당내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사실상 정계 복귀를 예고했다. 사진 왼쪽은 이재명 대표. /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정치 활동 재개를 예고했다. 자당 몫 상임위원장 선출 문제와 대의원제 폐지, 혁신위 등으로 '친명계'(친이재명)와 '비명계'(비이재명) 간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린다. 오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당 안팎의 문제점을 원만하게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와 동시에 더 거친 집안싸움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1년간 미국 연수를 마친 뒤 오는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의 생존과 국민의 생활을 위해 제가 할 바를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학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국제정치를 공부해 왔다.

이 전 대표는 특히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면서 "국가를 위한 저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고 했다. 여야의 대립과 민생 악화 등 영향으로 무당층이 급증하는 현상을 우회적으로 거론하면서 사실상 정치 활동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5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가) 전기세를 올려놓고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이야기한다"라며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로서 역할이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첫 번째로는 일을 하겠다고 하신 걸 봐서 정치 재개 선언을 한 것이고 두 번째는 역할을 찾겠다는 것"이라며 "본인이 쓴소리하는 큰 어른으로서 역할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2020 전당대회 돈 봉투 논란에 이어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로 대형 악재가 겹친 상태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노조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를 부각하며 돌파구 마련에 힘을 쏟고 있지만, 당 내부 역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면서 국가를 위한 저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고 적었다. /남용희 기자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는 길을 잃고,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잃었다"면서 "국가를 위한 저의 책임을 깊이 생각하겠다"고 적었다. /남용희 기자

당 지도부는 5일 혁신기구를 이끌 수장으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을 추대했는데, 선임 직후 과거 이 대표를 지지하는 글이나 천안함 자폭설 등이 재조명되면서 부적절한 인선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비명계는 이 이사장이 사실상 '친이재명' 인사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검증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임명 철회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파열음이 나온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직 사수를 위해 비명계 박광온 원내대표의 원내지도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과방위원장을 맡은 정 최고위원은 과방위와 행안위원장직을 여야가 1년씩 맡기로 합의한 것을 근거로 행안위원장직을 맡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나눠먹기식 상임위원장 배분은 당 쇄신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1년 전 여야 합의에 따라 "행안위원장은 정청래"라 공식 발표했는데도 이를 민주당이 이행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이 나를 반대했다면 차라리 이해는 가겠는데, 민주당이 민주당을 반대하고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찬성하다니 이 무슨 황당한 결과인가"라고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 갈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복귀한다면, 내홍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 세력은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해 집안싸움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딸 세력이 이 전 대표를 너무 적대시하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복귀한다면) 집요하게 공격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귀국하는 것 자체만으로 비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명계의 목소리가 조금 더 분명해지고 조금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한국에 돌아와 정계에 복귀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약간의 버팀목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억지로 이 대표를 끌어내리려 한다든지, 세 확장과 공천권 행사 등을 위해 노골적인 견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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