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관위원 전원 사퇴" 촉구...총선 전 기 싸움? 찍어내기?
입력: 2023.06.07 00:00 / 수정: 2023.06.07 00:00

국민의힘 "선관위, 이미 자정능력 잃어...책임자 전원 사퇴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선관위 사퇴 및 감사원 감사 즉각 수용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남용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선관위 사퇴 및 감사원 감사 즉각 수용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5일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 '선관위원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던 것에서 한층 높아진 수위다. 노 선관위원장이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는 데다 선관위도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자 초강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둔 기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의총을 열고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중앙선관위원 전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를 향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할 것과,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뼈를 깎는 조직개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서 "선관위는 이미 자정능력을 잃었다. 하루라도 빨리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면서 "채용 비리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노 선관위원장과 중앙선관위원 전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움직임은 총선을 앞둔 '기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총선을 10개월 남겨두고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민주당 편향'에 대해 선관위에 경고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내는 것"이라며 "선관위원장 사퇴는 이걸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 동안 임명한 사람이 다수"라며 "국민의힘은 지난 선거에서의 현수막 논란. 소쿠리투표 이런 것들 관련해서 선관위가 (선거 환경을) 민주당에 유리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선관위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 '총선 전략'이라고 봤다. 그는 "전·현직 사무총장 자식들의 '아빠 찬스' 취직을 부각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나아가 감사원 감사가 얼마나 정당한지, 윤석열 정부가 얼마나 정의와 공정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 청년에게 호소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관위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와 관련 국정조사를 받기로 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특별 감사 결과와 채용 제도 개선 등 자체 개선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선관위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와 관련 국정조사를 받기로 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특별 감사 결과와 채용 제도 개선 등 자체 개선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인 감사원이 감사하는 건 선관위의 독립성·중립성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에도 위배된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찬스' 논란은 철저히 수사·조사돼야 하지만, 정부·여당이 이를 빌미로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노 선관위원장이 교체되지 않더라도 선관위에 '불공정' 프레임을 씌워 공개적으로 압박해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의도로 보고 있다.

선관위만이 아니라 대법관 인사와도 연결되는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법관이 바뀔 때가 됐다. 그런데 노 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임기가 좀 더 남았다"면서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기존의 인사를 내쫓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관을 마음에 안 든다고 찍어내는 것 자체가 말할 필요 없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관위원장은 선거에서 선관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상징성이 있다. 대법관 중에서 선관위원장을 임명하는 건 정치적 독립성 때문"이라며 "선관위원장이 대법관을 겸임하면서 큰 틀의 방침만 정하고 실제로는 선관위 사무총장과 상임위원들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걸 알면서도 노 선관위원장을 공격하는 건 대법관 구성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 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8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이중 김명수 대법원장이 2명을 선택해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이 특정 후보 2명에 대해 '이념 성향'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은 전례가 없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총 11건의 특혜채용 의심 사례를 보고했다. /남용희 기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총 11건의 특혜채용 의심 사례를 보고했다. /남용희 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노 선관위원장 후임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라는 점을 들며 '선관위 장악 시도'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그간 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판단을 하는 등 편향된 입장을 보여왔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 9명 중에서 임명하는데 대개 대법관 출신들이 맡아왔다. 선관위원 9명 중 대통령이 3명, 대법원장이 3명, 국회가 여야 합의로 3명을 임명했다. 그런데 노 선관위원장은 대법원장 임명 몫"이라며 "노 선관위원장은 김 대법원장이 임명했다. 노 선관위원장이 그만두면 후임도 김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노 선관위원장의 사퇴 여부가 국민의힘에 좋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내로남불' 현수막 외에도 유권자들이 '보궐선거 왜 하나요?'라는 현수막을 붙이려 하니까 선관위가 위법으로 판단했다"며 "뿐만 아니라 전 TBS 라디오 뉴스 공장 진행자였던 김어준 씨가 '일합시다'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를 '일(1)합시다'라고 표기했다. 결국 '1번 찍자'는 것인데 그건 또 괜찮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당시 후보 부부에 대해 주술, 굿, 무당, 이런 프레임을 씌우고 정치공세를 했다. 그 단어만 봐도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다 알 정도인데도 선관위가 그건 또 허용했다"며 선관위가 편향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이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늘 중립적인 인사가 맡아온 선관위 상임위원에 자기 대선 캠프에서 자기 특보를 한 사람을 임명하면서 그렇게 된 일"이라며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우리 당에서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비판했지만,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밀어붙였다. 그렇게 되니 선관위의 중립성, 공정성을 지킬 수가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터진 채용 특혜는 부패, 비리 사건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다 관계가 있다. 정권이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줬으니 이런 짓을 서슴없이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선관위 사퇴 등을 촉구했다. /남용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의원들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채용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선관위 사퇴 등을 촉구했다. /남용희 기자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는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감사원법과 헌법이 충돌하면 당연히 헌법을 따라야 한다. 이는 감사원법이 헌법을 반영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감사원법을 바꿔야 할 문제고, 이걸 명확히 따지려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관위 사태와 별개로 정치권에서 해결책을 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법률적인 판단은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결론이 나겠지만, 삼권분립에 따라 입법부와 사법부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나머지 선관위 등은 당연히 감사 대상"이라고 봤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2일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을 근거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다. 헌법 제97조는 감사원이 '행정기관의 직무 감찰'에 대해 감사한다고 돼 있다. 선관위는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며, 행정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제17조에 국회·법원·헌법재판소·선관위의 감사는 해당 기관의 장이 실시한다고 돼 있는 점도 들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에서 입법부·사법부만 감찰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선관위는 감사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또 2016년, 2019년 선관위에 대해 인사 감사를 실시한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지만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 '부분적 직무감찰 수용' 의견이 나오는 등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끝내 직무감찰을 거부하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검찰 수사 의뢰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감사원은 지난 1일과 2일 선관위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선관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날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 일정 협의에 착수했으나 조사 범위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의 회동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채용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는 큰 틀에서 생각이 같다"면서도 "세부적인 기간, 범위, 조사계획서에 포함될 내용 등 굉장히 광범위한 부분을 다 논의해야 합의가 돼야 발표할 수 있다. 협상 중인 상황에서 그 내용을 공개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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