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자폭설' '친명계' 잇따른 '편파 지적'에 자진사임
"당내 의견 물었어야"…당내 반응은 '예정된 수순'
더불어민주당이 5일 당 혁신 기구 위원장으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당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5일 당 혁신 기구 위원장으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을 임명했으나 하루도 안 돼 자진 사의 의사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과거 이재명 대표의 구명운동을 하는 등 '친명(이재명)계'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과거 SNS를 통해 '천안함 자폭설' '한국 대선 미 정보기관 개입설'을 주장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진 가운데 당내 철회 촉구 목소리가 나오자 결국 이 위원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당내 의견을 묻지 않고 '독단적 인사'를 진행한 것이라는 불만이 표출되며 당내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민주당 혁신 기구 위원장에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임명 약 10시간 만에 전격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오후 6시 55분께 공지를 통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는 한국 사회의 현재 처한 상황을 압축하는 사건(천안함 사건)이라는 것이 저의 개인적 소견"이라면서도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 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과거 SNS 등을 통해 '천안함 자폭설', '대선 미국 개입설' 등을 주장한 사실이 밝혀지며 임명과 동시에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기구를 맡아 이끌 책임자로 이 명예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혁신기구의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 지도부는 혁신기구가 마련한 혁신안을 존중하고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이 이사장에게 힘을 실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14일 당 쇄신 의원총회 이후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하기 위해 당 차원 혁신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 거액 코인 보유 의혹' 등 당내 연이은 악재로 인해 의원들 사이 당 혁신 요구가 빗발친 데에 따른 것이다.
이 위원장은 김근태계 인사로 1983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발기인으로 초대 상임위원을 지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19년 이 대표가 경기지사 당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구성된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 대책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 지도부는 이 위원장은 외부에서 추천받은 인물로 당 지도부의 논의 과정 이후 이 대표가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 위원장의 향후 역할에 대해 "(그 역할은) 지금부터 이 위원장에게 주어진 숙제이고 당 지도부는 (이 위원장이) 잘 해낼 거라 믿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 위원장 임명 사실이 밝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과거 올렸던 SNS 내용들이 재조명되면서 '자질 논란'이 일었다. 사진은 이 위원장이 과거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갈무리 |
반면 이 위원장 임명 사실이 밝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과거 올렸던 SNS 내용들이 재조명되면서 '자질 논란'이 일었다. 그는 SNS에 주로 국내외 정치 현안에 관한 내용의 글을 주로 올렸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는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글을 주로 올렸는데, 특히 윤 대통령을 '윤가'라 지칭하며 강경하게 퇴진을 주장했다.
지난달, 이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미 정보기구들의 그간 행태와 기법에 대해 때마침 중국이 상세한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아마도 지난 한국대선에도 이들 미 정보 조직들이 분명 깊이 개입했으리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지난 2월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조작했고,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도 조작됐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가 하면,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도 드러났다.
관련해 당 지도부는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은 '자유 의사 표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 수석대변인은 관련해 "(페이스북 내용 중 일부는 당 지도부가) 알고 있는 부분도 있겠으나 전체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한다"라며 "윤석열 퇴진 운동도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방식이 있는 건데 그걸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외부인이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 논란을 묻자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인사를 철회할 생각이 있는지' '지명 배경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두고 정치권은 술렁였다. 민주당 내에서도 혁신위원장 선정에 사전검증 절차가 허술했던 것이라며 이 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위원장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이래경이란 분 당내 논의도 전혀 안 되었고 전혀 검증도 안 되었으며 오히려 이재명 대표 쪽에 기울어 있는 분이라니 더 이상 기대할 것도 없겠다"라고 일갈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래경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 오히려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당내 또 다른 리스크를 추가할 뿐"이라며 이 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천안함 사건' 관계자들까지 이 대표의 의견 표명을 촉구하고 나서며 문제는 더 커졌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은 이 위원장의 '천안함 자폭설'을 두고 "현충일(6일) 선물 잘 받았다"며 "(이 대표는) 오늘까지 입장 밝혀주시고 연락 바란다. 해촉 등 조치 연락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장에서 천안함 유족, 생존장병들이 찾아뵙겠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는 현충일에 '천안함 자폭설'이 당내 악재가 되는 것을 막고, 친명계 인사를 임명했다는 '계파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이 위원장의 자진 사임 의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의 임명과 '광속 사퇴'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새롬 기자 |
당내에서는 이 위원장의 임명과 '광속 사퇴'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 대표가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친명'계 인사 임명을 강행해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의 자진 사임을 두고 "'천안함 자폭설'도 그렇고, 혁신을 하겠다면서 친명 위원장을 앉히니 탈이 난 것이다. 들어보니 경기도지사 당시 측근이 이 위원장과 가까워 추천했다고 하더라"라며 "이 대표가 임명한 사람이 하루도 안 가 사임한 것만 봐도 이 대표의 리더십이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임명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이 위원장의 인선을 두고 "전형적 운동권 방식의 인사 임명이다. 제대로 된 사람을 데려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혁신위원장에게 전권을 준다 해놓고는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친명계 강성 인사를 데리고 온 것이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