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후원 '오픈런'?…이재명 후원금 1억 5000만 원 '30분 컷'
입력: 2023.06.03 00:01 / 수정: 2023.06.03 00:01

"코인 투자 경험 있다"...진격의 황보승희·조정훈 의원
류호정, 기자석 앉아 민주당 백브리핑 지켜봐 '눈길'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더팩트>가 지난달 16~29일 김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299명의 가상자산 보유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거대 양당 지도부의 사실상 제지 속에 76명의 의원이 답했다. 사진은 잠행을 이어간 김 의원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시 지역사무소 내 불 꺼진 사무실에서 고심하는 모습. /안산=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더팩트>가 지난달 16~29일 김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299명의 가상자산 보유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거대 양당 지도부의 사실상 제지 속에 76명의 의원이 답했다. 사진은 잠행을 이어간 김 의원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안산시 지역사무소 내 불 꺼진 사무실에서 고심하는 모습. /안산=이새롬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미완의'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뒷얘기…당 지도부 방침에 '회신 철회', 보도 후 뒤늦게 회신한 의원도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일명 코인) 투자·거래 의혹 불똥이 전체 국회의원들로 번졌어. 다른 국회의원들도 김 의원과 비슷한 거래를 하지 않았을까 의심하는 국민들의 시선이 적지 않아.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더팩트>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보도했는데, 응답률에서 아쉬움이 있네?

-맞아. 국회팀 취재기자들이 5월 16~22일 김 의원을 제외한 다른 국회의원 299명의 사무실에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관련 설문지'를 전달하고, 29일까지 회신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76명'의 의원이 답을 줬어. 사실 답변을 준 의원은 더 많아. 하지만 우리 조사가 진행되던 중 여야 지도부가 국회 차원에서 현역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하기로 하면서, 언론사 조사에는 응하지 말 것을 요청해 "답변을 안 한 것으로 해 달라"고 회신을 철회한 의원들이 있었어.

-결론적으로 전체 의원의 약 25%가량이 가상자산 조사에 응해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70명이 넘는 적지 않은 의원들이 답을 준 만큼 고심 끝에 취재 과정을 담아서 그 결과를 보도했어. 그런데 보도가 막상 나가고 나니 뒤늦게 설문조사에 회신한 의원들도 있었어. 가상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의원들이 자신도 '투자 경험이 없다'고 답한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려달라는 것이었지. 그래서 보도 후 추가로 입장을 알려온 의원들의 입장을 내부 논의 끝에 반영하기도 했어.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 경험을 묻는 <더팩트> 설문조사에 각각 청년들의 가상화폐 투자 붐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는 차원, 신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투자했고,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투자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50% 이상이었다. /더팩트 DB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 경험을 묻는 <더팩트> 설문조사에 각각 "청년들의 가상화폐 투자 붐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는 차원", "신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투자했고,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투자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50% 이상이었다. /더팩트 DB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발 코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해당 거래소에서 코인 투자를 했는데 그 내역이 외부로 알려질 수 있는가'라는 문의가 쇄도했다고 해. 여야 지도부의 언론 조사에 응하지 마라는 방침도 있었지만, 투자 배경이 떳떳하지 않은 의원들은 일부러 답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아. 반대로 황보승희(국민의힘)·조정훈(시대전환) 의원은 당당하게 투자 배경을 설명하며 경험 사실을 밝혀 눈길을 끌었지.

-황보승희 의원은 "청년들의 가상화폐 투자 붐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는 차원"에서, 조정훈 의원은 "신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각각 소액을 투자했고,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 이들의 투자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해

-국회 차원에서 한다는 전수조사는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남국 방지법'이 통과돼 6월 말까지 의원들은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자신의 가상자산 투자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해. 하지만 의원들의 '양심'에 맞긴 자진 신고로 투명하고 정확한 전수조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야. 관련한 국회 정무위원회 결의안도 본회의에서 가결된 이후 국민권익위원회가 의원들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여야의 입장은 달라. 민주당은 "동의서를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받아 권익위에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의 동의서를 제출받을지를 두고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어. 국민의힘 쪽에선 조사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의서를 제출할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어.

-국회 차원에서 조사할 테니 언론 조사에는 응하지 마라는 게 여야 거대 정당 지도부의 방침이었는데, 이후 돌아가는 국회 분위기를 보면 가까운 시일 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고, 그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되기는 쉽지 않아 보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오전 9시 30분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다고 자신의 SNS에 공지했다. 후원금 1억 5000만 원은 29분 만에 마감됐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이재명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오전 9시 30분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다고 자신의 SNS에 공지했다. 후원금 1억 5000만 원은 29분 만에 마감됐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이재명' 갈무리

◆후원하려면 '오픈런'?…이재명 후원금 1억 5000만 원 '30분 컷'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후원금 모금 시작 이후 29분 만에 국회의원 후원금 연간 한도인 1억5000만 원을 채워서 화제가 됐다고?

-이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자신의 페이스북 등 SNS에 "잠시 후 11시, 이재명 후원회를 연다"는 글을 게재했어. 이 대표는 "기득권 앞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이재명의 든든한 정치 동반자가 돼 달라. 오직 국민께만 빚진 정치인으로 살겠다"며 후원을 독려했지. 말미에는 '1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공지도 함께였어.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인 한 명이 모을 수 있는 연간 후원금 모금 한도는 1억 5000만 원이야. 다만 선거가 있는 해에는 지역구 의원에 한해 3억 원까지 모금할 수 있어.

-이 대표가 예고한 11시가 되자 '재명이네마을' '이재명갤러리' 등에는 '후원 인증' '후원 완료' 등의 제목으로 글이 올라오며 지지자들의 후원 세례가 이어졌어. 다들 자기가 후원하기도 전에 모금액이 다 찰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더라고. 한 지지자는 후원이 거의 다 찬 시각쯤에 '힘겹게 후원했다'며 200원을 후원한 인증사진을 남겼더라고. 이 지지자는 후원 인증글에서 '처음엔 5만 원에서 금액을 점점 줄여서 이체해도 계속 실패하기에 계속 금액을 낮춰 입금하다 보니 200원밖에 입금이 안 되더라. 장난으로 후원한 거 아니다'라며 이 대표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어.

이 대표 지지자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 후원에 성공했다는 인증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뜨거웠던 후원 경쟁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갈무리
이 대표 지지자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 후원에 성공했다는 인증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뜨거웠던 후원 경쟁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 갈무리

-이 대표는 29분 만에 후원이 마감된 사실을 알리며 "한 푼 한 푼에 담긴 고단한 삶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며 "보내주신 정성을 잊지 않고 국민의 더 나은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어.

-이 대표가 후원 모금을 진행한 데 대해서는 자신의 강한 기반인 '팬덤'의 위용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올린 후원 모금을 보고 "지금 당내에서 계속 이 대표를 향해 '강성 팬덤과의 결별'을 하라고 요구하는 상황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후원금이 빠른 속도로 마감되는 걸 의원들에게 보여주면서 '나 아직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그런 것 같다"며 "경기도 때부터 '쇼잉'(보여주기)을 잘하시던 분 아닌가?"라고 말했어.

민주당 서영교(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수진(비례·왼쪽에서 세 번째)) 의원과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권 공권력 남용을 주장하며 규탄하는 모습. /신진환 기자
민주당 서영교(왼쪽에서 다섯 번째), 이수진(비례·왼쪽에서 세 번째)) 의원과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권 공권력 남용을 주장하며 규탄하는 모습. /신진환 기자

◆노동자 유혈 사태 회견을 안타깝게 바라본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의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면서 경찰이 캡사이신을 준비하는 등 만발의 준비 태세를 갖췄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노조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관계자가 경찰의 진압봉에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졌어. 이 관계자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강제 연행돼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어. 이를 두고 민주당은 공권력의 불법적 남용이라며 윤석열 정권을 규탄했어. 정의당도 "노동자를 향한 전쟁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어.

-국민의힘은 어떤 반응이야?

-노조의 계속된 집회로 극심한 차량 정체 등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불법'에 대해서만큼은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이야. 시민의 자유를 지키기 것은 정부의 기본적 책무라는 게 이유야. 김기현 대표는 '특권 세력에게는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이수진(비례) 의원 등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의 노조원 폭력 진압 사태와 관련해 백브리핑을 하는 가운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기자석에 앉아 지켜보는 모습. /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이수진(비례) 의원 등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의 노조원 폭력 진압 사태와 관련해 백브리핑을 하는 가운데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기자석에 앉아 지켜보는 모습. /신진환 기자

-또한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일 논평에서 "한국노총 간부는 체포 과정에서 40cm가 넘는 정글도를 소지하고 쇠 파이프 등을 경찰을 향해 휘두르는 등 폭력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며 "경찰은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 있었고, 한국노총 간부의 추락 위험을 감안해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진압하게 된 것"이라고 했어. 민주당을 향해 "불법을 방치하고 불법과 호흡하며 살아가자는 말이냐"고 되묻기도 했어.

-정치권이 노조 집회를 두고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네.

-민주당 서영교, 이수진(비례) 의원 등과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모였어. 이 자리에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 등 폭력 진압에 대한 규탄 성명을 냈는데, 당시 유혈 사태 사진까지 피켓으로 만들어 윤석열 정권을 규탄했어.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고?

-응.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백브리핑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했는데, 기자석에 낯익은 인물이 보이더라고. 자신이 신청한 기자회견 순서를 기다리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었어. 기자석 중앙에 앉아 민주당 의원들의 백브리핑을 듣고 있더라고. 정 의원의 표정을 보니, 심각한 얼굴이었는데, 안타까워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어. 현역 의원이 다른 당의 백브리핑을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일은 보기 드물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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