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설문] 국회의원 299명 '가상자산 보유' 물었더니…투자자 더 있다
입력: 2023.05.31 00:00 / 수정: 2023.06.01 14:39

'투자 경험자' 신산업 경험 차원서 투자
황보승희·조정훈 수익률, 각각 마이너스 78%·50%
거대 양당 "언론사 조사 응하지 말라"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더팩트>가 16~29일 김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299명의 가상자산 보유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거대 양당 지도부의 사실상 언론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 속 76명의 의원이 답했다. 사진은 잠행을 이어가는 김 의원이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지역사무소 내 불 꺼진 사무실에서 고심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더팩트>가 16~29일 김 의원을 제외한 국회의원 299명의 가상자산 보유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거대 양당 지도부의 사실상 "언론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 속 76명의 의원이 답했다. 사진은 잠행을 이어가는 김 의원이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지역사무소 내 불 꺼진 사무실에서 고심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허주열·신진환·김정수·조성은·설상미·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일명 코인) 보유·거래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김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도 현역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비슷한 투자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에 <더팩트>는 코인 보유·거래가 확인된 김 의원을 제외한 299명 전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투자 경험 등을 물었다.

<더팩트> 국회팀 취재기자들은 지난 16~22일 국회의원 299명의 사무실에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관련 설문지'를 공문과 함께 전달하면서, 29일까지 답변할 것을 요청했다. 공문에는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 논란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전수조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관련해 국민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에 '국회 내 논의 촉진'과 국민들의 궁금증 해소를 위해 21대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경험 및 현황에 대해 선제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자 관련 질의를 드리오니 5월 29일까지 답변 부탁드린다"라고 취재 사유를 명확히 밝혔다.

설문 문항은 △국회 차원의 가상자산 보유 전수조사 동의 유무 △21대 국회 출범 이후 가상자산 보유 경험 유무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다면 계기가 무엇인지, 또 지금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면 안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가상자산을 보유했던 경험이 있다면 투자금액은 얼마인지 △가상자산 투자 경험 및 현재 투자 중인 의원에 한해 수익률이 어떻게 되는지 등 7가지로 구성했다.

조사 진행 중 여야가 국회의원들의 '선의'에 기대는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회신을 받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국회 의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 양당이 소속 의원들에게 사실상 '언론이 조사하는 설문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회신을 한 의원 대다수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 관련 결의안 채택(17일) 전 답변을 보내왔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본지 조사 진행 중이던 지난 23일 "최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의혹과 더불어 국회의원 가상자산 전수조사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우리 당은 '공직자윤리법'과 '국회법'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며, 민심에 반하는 공직을 이용한 재산 취득의 규제를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데 이견 없이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언론의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취재 등이 이뤄지고 있어 취지와 다른 언론플레이로 당의 입장이 왜곡될 수 있기에 당부 말씀을 드리오니 이를 참고해서 의정활동에 임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공지했다.

설문에 응하지 않은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당 지도부 차원에서 언론이 하는 설문조사에 응하지 말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도 통화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 보유 전수조사에 대해서 정무위에서 결의안을 채택했고, 공직자 재산 신고 대상으로 가상자산으로 포함하는 것을 입법화하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조사하고, 공개할 예정이기 때문에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조사하는 것보다 저희가 좀 더 빠르게 잘 정리되도록 당 차원에서 노력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 경험을 묻는 <더팩트> 설문조사에 각각 청년들의 가상화폐 투자 붐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는 차원, 신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투자했고,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투자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50% 이상이었다. /더팩트 DB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 경험을 묻는 <더팩트> 설문조사에 각각 "청년들의 가상화폐 투자 붐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는 차원", "신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투자했고,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투자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 50% 이상이었다. /더팩트 DB

거대 양당의 '언론 조사에 응하지 말라'는 방침에도 적지 않은 총 76명의 의원이 설문에 응답했다. 정당별로 구분하면 △국민의힘 115명(18일 의원직 상실한 김선교 전 의원 포함) 중 29명 △민주당 168명 중 37명 △정의당 6명 전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양향자·이성만 무소속 의원 2명 등이다. 이들 중 가상자산 투자 경험이 있는 인사는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2명이었으며, 나머지 의원들은 '투자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가상자산에 투자와 관련해 "청년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 붐이 있어서 어떤 것인지 경험하는 차원에서 500만 원 이상을 투자했고, 지금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며 "수익률은 '마이너스 78%'"라고 답했다.

조정훈 의원은 "가상자산 신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암호화폐 전문가와 5~6차례 미팅을 하고, 실제 거래를 통해 왜 젊은 청년들이 이 분야에 열광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구매를 하게 되는지 이해하고자 소규모 투자(100만 원 미만)를 진행했다"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구매 가능한 코인을 분산해 투자했고, 초기 투자 이후에 추가로 구매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이어 초기 소액 투자 이후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애초에 보유 목적이 신산업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었고,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고, 당시 의정활동에 바빠 신경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재도 보유하고 있으며 수익률은 마이너스 '50%'가량'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중 △강기윤 △강대식 △구자근 △권성동 △권은희 △김미애 △김병욱 △김예지 △박대수 △배준영 △안철수 △윤영석 △윤주경 △이달곤 △이용 △이인선 △이주환 △이채익 △임병헌 △정동만 △조은희 △조해진 △최승재 △최영희 △최재형 △태영호 △허은아 △홍석준 의원은 21대 국회 출범 후 '가상자산 보유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의정활동에 집중하기 위해서(강기윤·최승재 의원)", "가상자산 투자를 통한 재산 증식은 국회의원으로서 바람직한 투자행위가 아니라고 판단(구자근 의원)", "경제적인 여력이 없어서(강대식 의원)", "가상자산은 투자 대상으로 여러 위험이 있다고 판단(윤주경 의원)",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투자보다는 도박에 가깝다고 생각된다(정동만 의원)", "관심이 없어서(김예지·최영희 의원)"라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 중에선 △강병원 △강준현 △고용진 △권인숙 △기동민 △김경협 △김두관 △김민철 △김성환 △김영주 △김윤덕 △김정호 △김철민 △김한정 △문진석 △박영순 △박정 △서동용 △소병훈 △신동근 △신영대 △안규백 △안민석 △안호영 △오영환 △이장섭 △이형석 △전재수 △전혜숙 △정일영 △조오섭 △주철현 △최인호 △최혜영 △한병도 △허종식 △홍성국 의원이 '가상자산 보유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이 중 홍성국 의원은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국정운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지난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심상정 △이은주 △장혜영 의원은 모두 '가상자산 보유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류호정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코인 투기가 횡행하는 가상자산 생태계의 법적 제도를 고안해야 하는 입법자로서 투기에 가담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배진교 의원은 "가상자산의 위험성과 자산으로서 가치에 대해 정부가 지속해서 주의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수 정당 및 무소속 의원 중에선 용혜인(기본소득당), 강성희(진보당), 양향자·이성만 의원이 '가상자산 보유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 "최근 국회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와 관련해 불법적 거래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63인 중 찬성 260표, 반대 0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선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 정무직 공무원을 포함한 재산등록 의무자가 등록해야 하는 재산으로 가상자산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재석 268인 중 찬성 268표로, 21대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한 국회법 일부 개정안이 재석 269인, 찬성 269표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7월께 국회의원들이 '자진'해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에 신고한 가상자산 보유 내역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가상화폐 현황을 등록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세부 규정이 없고, 가상화폐를 추적이 어려운 해외거래소로 옮기거나, 일종의 암호화폐 오프라인 개인 금고(탈중앙화 지갑)인 콜드월렛에 보관하면 외부에서 확인이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회의원 개인의 양심에 맞긴 자진 신고로 가상자산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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