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30일~4월30일까지 보좌진 임·면 6000여명
기준 기간 면직된 보좌진의 평균 근속기간은 1.2년
23일 <더팩트>가 국회사무처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보좌진 임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임기 개시일인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전체 의원실에서의 임용 6202명, 면직 6092명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 DB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민주당 소속 A 비서관은 지난 2021년 말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5~6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어느 날, 당시 보좌관으로부터 면직 이야기를 들었고, 최종적으로 의원에게서 '미안하다. 그동안 수고했다'라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 그저 보좌관은 다른 '방'(의원실)으로 갈 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돕겠다고 했었다. 별다른 (면직) 사유는 듣지 못했다. 이제는 지난 일이지만 그때는 허탈했다."
23일 <더팩트>가 국회사무처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보좌진 임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 임기 개시일인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전체 의원실에서의 임용 6202명, 면직 6092명이다. 임면 차이는 110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여야 300명의 의원실에서 지난 3년간 약 20.6명, 매년 약 6.8명의 보좌직원을 바꾼 셈이다.
기준 기간 면직된 보좌진의 평균 근속기간은 1.2년이었다. 면직된 보좌진의 개인별 근속기간과 의원실별 세부 내용은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됐다. 보좌진의 직책과 명칭은 4급 보좌관, 5급 선임비서관, 6~9급 비서관으로 구분된다. 한 의원실에 보좌관·선임비서관 각 2명, 비서관 5명을 둘 수 있다. 여야 보좌직원만 2700명이나 된다.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 공공부문 일자리통계'에 따르면 정부기관의 일자리는 근속기간 3년 미만은 59만3000개(27.4%), 20년 이상은 46만7000개(21.5%), 10~20년 미만은 46만1000개(21.3%)였다. 정부기관 공무원은 근속기간 10년 이상이 전체의 58.4% 차지, 비공무원은 3년 미만이 전체의 50.1%를 차지했다. 평균 근속기간은 11.3년으로, 공무원은 14.8년, 비공무원은 4.6년으로 나타났다.
국가공무원법상 별정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국회 보좌직원은 다른 정부기관 공무원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업무 특성이 다를 뿐 아니라 선거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직된 국회 보좌직원의 근속기간은 상당히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국회 보좌진은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직군인 점, 의원실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면직자 근속기간) 14개월은 짧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21대 국회에는 299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8일 캠프 회계책임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확정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들을 보좌하는 의원실 보좌진들은 최대 9명으로 4급 보좌관 2명, 5급 선임비서관 2명, 6·7·8·9급 비서관 각 1명, 인턴 1명을 둘 수 있다. 사진은 의원회관 복도. /송다영 기자 |
이지백 민주당보좌진협의회 회장은 면직자들에 대해 "아예 의원실을 나간 분들, 의원실을 옮긴 분들, 내부 승진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실제 면직 남용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이면의 맥락을 따져 수치를 해석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진영에서 보좌진들에 대한 의원의 인식이 조금 후퇴하고 있다는 얘기는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B 보좌관은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보좌진을 정치적 동지로 여기는 의원과 단순히 스텝으로 생각하는 의원이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의원들의 갑질 사례는 들어보진 못했다"면서 "여전히 '영감'의 말 한마디에 실업자가 될 수는 있다. 특히 시선을 내년 총선에 둔 의원실은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영감은 보좌진들 사이에서 의원들을 칭하는 말이다.
국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의원실 채용 공고는 수시로 올라온다. 4급 보좌관부터 인턴비서관까지 다양하다. 지난 1월 1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모두 238건의 채용 공고가 게시됐다. 정치권에서는 어느 의원실에서 보좌진 교체가 잦다는 소문이 돌지만, 실제 어떤 문제로 의원이 임면권을 행사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중대 사유가 없는 한해 의원과 보좌직원이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는 사례도 있다. 야권 C 선임비서관은 "누가 봐도 큰 잘못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하루아침에 잘린 직원은 지난 3년 동안 없었다"며 "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건 방마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우리 의원님이 의리는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월부터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가 시행되고 있다.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 2021년 12월 본회의에서 통과한 것에 따른다. 국회의원은 보좌진 의사에 반해 면직을 요청할 경우 '직권면직요청서'를 면직일 30일 전까지 국회사무총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면직 보좌관에게 30일분의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보좌직원의 처우를 개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