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與 "파업 만능 조장" vs 野 "노동권 보호"
입력: 2023.05.25 00:00 / 수정: 2023.05.25 20:38

野 "국민의힘, 의도적인 논의 지연" 비판
與 "입법 폭주...'돈 봉투·김남국 코인게이트' 국면 전환용"


24일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사위 회부 90일이 경과됐음에도 논의 결과가 없다면서 직회부 필요성을 설명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에 대해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24일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사위 회부 90일이 경과됐음에도 논의 결과가 없다"면서 직회부 필요성을 설명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건에 대해 전해철 환경노동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권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24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됐다. 노동계는 환영했지만, 정부·여당은 반대 입장을 밝히며 재고를 요구했다. 여당은 방송법처럼 권한쟁의 청구 등으로 맞서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 직회부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투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다. 환노위 재적의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이 9명, 정의당 의원이 1명으로 야당만으로 국회법상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을 충족한다.

표결에 앞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직회부 요건을 두고 충돌했다. 국회법은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유 없이' 60일 안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당은 법사위를 성토하며 법안이 요건을 충족한 만큼 직회부 여부를 표결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야당 간사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환노위가 네 차례 법안소위, 전체회의, 토론회 그리고 공청회 등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경제계·노동계·시민사회계 등 수많은 논의를 통해 법안을 정리하고 의결했다"면서 "더 이상 법사위의 '침대 축구' 논의 지연을 지켜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본회의 부의를 위한 의사일정 변경동의서를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노위원장 또한 "지난 2월 20일 상임위를 통과한 이후 90일이 경과됐음에도 아무런 논의 결과가 없다"며 "직회부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관련한 국민의힘 간사 임이자 의원 질의에 "법안 내용에 대해 위원장이 자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환노위에서 6개월 이상 이 법안을 논의했다. 소위도 하고 전체회의, 공청회도 했다"고 표결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 법안은 백지상태에서 사용자의 범위나 손해배상의 범위를 결정한 것이 아니고 현재 나와 있는 대법원 판례의 모습을 어떻게 하면 입법적으로 해결할까 하는 것"이라며 "입법부로서 거기에 대해서 답을 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그동안 아무런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아 현장의 노사관계에서 싸우거나 타협하거나 또는 끊임없는 갈등을 야기하는 것을 만들어 왔다"고 짚었다.

그는 "법안이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정부 의견이 다 반영되지 않았고 여당의 의견이 반영 안 된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면서도 "적어도 대법원 판례가 있다 하면 입법부로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결론을 내려야 하고 이 법은 그 결론의 일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사례를 언급하며 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하청노동자들이 사측으로부터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맞았다"며 "월 임금 200만 원의 하청노동자에게 200년이 걸려도 못 받을 금액"이라고 했다. 그는 "사측은 받을 수 없는 돈에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파업 노동자 괴롭히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장께서 법안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하고 있다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에서 토론이 끝났으면 넘겨야 하는 데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며 "법원행정처를 불러 의견을 묻겠다고 하는데 묻지도 않고 있다. 이건 고의적인 지연, 사실상 법안 처리에 대한 보이콧"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모호하게 해 노동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 건에 대해 전해철 환노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범위를 모호하게 해 노동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 건에 대해 전해철 환노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반면 여당은 "상임위에서 다시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직회부 시도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반발했다. 임 의원은 "김남국 코인게이트, 민주당 돈 봉투 사건 등을 가지고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말 급한 거나 전쟁이 났거나 위급상황일 때 의사일정 변경을 하는 것"이라며 "변경 동의를 하더라도 상임위에 와 있는 법률안을 심사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임 의원이 "이게 무슨 깡패인가"라며 전 위원장을 향해 "나중에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항의하자 장내에는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이 노동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 법으로 인해 국가적으로 엄청난 혼란이 오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지 시간 끌자는 게 아니다"라며 "김진표 국회의장도 여당 소속 환노위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엄청난 혼란이 오는 법이니 여야 위원들이 학자들과 더 깊이 있게 논의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환노위원들은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사위 절차를 무시하고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회부했다"며 "야당의 입법 폭주는 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게이트와 김남국 의원의 코인게이트에 대한 국면 전환용이며, 소위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특검법)'을 위한 민주당과 정의당의 검은 입법 거래"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임 의원은 "본회의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있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면 결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 입법을 막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면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이 가지 않겠냐"며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정부도 재고를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노사 법치에 기반한 노동개혁과, 자율과 연대에 기반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의 노력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입법에 대해 재고해 주실 것을 절박한 심정을 담아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수 기득권만 강화해 다수 미조직 근로자와의 격차를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결국 노사관계와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해 경제 발전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 목적과 정신에 명백히 어긋난다"며 "여러 법리상의 문제와 노동 현장에 가져올 큰 파장과 혼란이 너무나 명백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4일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되자 노동계는 수백만 명 하청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첫 번째 법률 개정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조법 2, 3조(노란봉투법) 제정을 위한 정의당 농성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4일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되자 노동계는 "수백만 명 하청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첫 번째 법률 개정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노조법 2, 3조(노란봉투법) 제정을 위한 정의당 농성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와 경제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내고 "현행 노조법은 노조를 감시·통제하는 사실상 '노조 탄압법'"이라며 "노조할 권리가 보장된다면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던 취약계층 노동자들도 노동권을 보호받게 될 것이고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주장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다소나마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 이번 개정안으로 노동권이 그나마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하청노동자의 실질 사용자는 원청이라고 한 대법원판결이 2010년에 나왔음에도 국회가 이제야 입법에 돌입한 것은 너무 늦었다"며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 국내법과 마찬가지로 효력이 있고, 대법원판결도 실질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데도 국민의힘이 대안없이 반대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 6단체는 공동성명에서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산업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켜 국내기업들의 투자뿐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 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힘을 앞세워 법체계 심사마저 무력화시키며 법안 처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민주당과 정의당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본회의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은 6월 임시국회에서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은 본회의 직회부 안건에 대해 30일간의 숙려기간을 둔 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첫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부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본회의 통과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통과될 경우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앞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후 의결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때리기'에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와도 맞지 않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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