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위, '국가안보실 업무보고' 공방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2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회의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오른쪽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24일 국회 운영위원회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됐다. 국가안보실이 업무보고에서 '북한 선의에만 기댔던 대한민국 안보'라고 명시한 것을 두고 야당 의원들이 '군, 전 정부 폄훼'라고 지적했고, 이에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반발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운영위는 이날 오후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 대상 운영위 회의는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이날 회의에는 대통령실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안보실에서는 조태용 실장과 김태효 1차장, 임종득 2차장 등이 자리했다.
대통령실 대상 운영위 회의는 초반부터 냉랭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국가안보실의 업무보고 내용을 지적하면서다. 김 의원은 업무보고에 '북한 선의에만 기댓던 대한민국 안보', '선의에 기댄 가짜 안보 평화' 부분을 꼬집으며 "안보실장 (업무보고에)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그는 "39년간 군복 입으면서 하루도 노심 초사 하면서 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비해 왔다. 왜 안보실이 국민을 대상으로 군, 과거를 폄훼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 실장이 "국회 운영위 보고를 드렸는데 그게 거짓말이라고 하니 실장으로서 가만히 있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는 "'북한의 선의에만 기댄 가짜평화'라고 보고드렸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정부에서 지난번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다니면서 북한에 비핵화 의지 있다고 보장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먼저 해제해달라고 했다. 과연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었나. 없었다. 따라서 '북한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실장 발언이 끝나자마자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싸우자는 겁니까"라고 반발했다. 이에 조 실장도 "김병주 의원이 제 말을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게 싸우자는 게 아니고 뭡니까!"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영배 의원은 "안보실장의 태도는 실망을 넘어서 굉장히 큰 문제"라며 "국민의 대표가 지적하는 건 국민 목소리가 있는 건데 국민 목소리를 나무라자면 어떻게 하자는 건가"라며 "틀렸다고 생각하면 설득하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거기에다 전직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면서 일방적으로 폄훼한다? 이건 국회를 무지할 뿐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고 전 정부에 대해 싸우자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안보실장이 먼저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렇게 태도가 오만방자하고 불손해서야 되겠나"라며 윤재옥 운영위위원장에 경고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국정감사나 대통령실 대상 국회 운영위 회의를 대통령실에서 직접 실시하자는 야당 제안을 두고도 맞붙었다. 김병주 의원은 "국정감사는 현장에 답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실에 가서 하는 방안이 좋을 듯하다. 대통령실이 졸속 이전 후 1년이 됐는데 체계가 잘 잡혔는지 꼭 봐야 한다"며 제안 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왜 그동안은 청와대에서 하지 않았나. 용산으로 대통령실이 바뀌고 나서 (현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나"라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