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곤 "재외동포청, 궁극적으론 세계한인청 돼야"
입력: 2023.05.22 00:00 / 수정: 2023.05.22 09:21

"재외동포 정책, 한국-상대국 관계 넘어 전세계 평화 추구해야"
"임기 내 차세대 교육 확대 못해 아쉬워…차기 청장이 해줬으면"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재외동포 정책은 우리 정부와 재외동포 간 연대감 강화라는 좁은 울타리에만 묶어놔선 안 된다며 전 세계 인류의 평화라는 그랜드 비전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재외동포재단 서울사무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초=이새롬 기자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재외동포 정책은 우리 정부와 재외동포 간 연대감 강화라는 좁은 울타리에만 묶어놔선 안 된다"며 "전 세계 인류의 평화라는 '그랜드 비전'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재외동포재단 서울사무소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초=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서초=조채원 기자] "재외동포청은 궁극적으로는 세계한인청이 돼야 한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재외동포 정책은 우리 정부와 재외동포 간 연대감 강화라는 좁은 울타리에만 묶어놔선 안 된다"며 "전 세계 인류의 평화라는 '그랜드 비전'을 향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청 설립의 법적 근거인 재외동포기본법에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인간을 이롭게 함) 사상을 담은 게 그 이유"라면서다. 재외동포기본법 1조는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재외동포사회와 대한민국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인류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의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에 대한 정책과 사업을 총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전담기구다. 재외동포는 장·단기로 체류하는 재외국민과 해당 국가에 국적을 가진 외국국적동포를 포함한다. 2021년 기준 외교부가 집계한 재외동포 수는 732만5000여명이다. 재외국민 수만 251만1500명으로 경상북도 인구와 비슷하다. 재외동포청 설립에 따라 약 100만명으로 추산되는 국내 체류 재외동포도 보호와 지원 대상이 된다.

4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난 좌도 우도 아니다"라는 김 이사장은 국내외 정책이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휩쓸리는 데 부정적이다. 250만여명에 달하는 재외국민을, 지방선거 투표권이 있는 일부 외국적 동포를 '어느 진영의 유권자가 될 것인가'로 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 이사장은 "우리 동포들은 어느 나라에 살건 한국과 자신의 거주국과의 우호 증진, 세계 인류의 평화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며 "중국, 러시아 동포들이 평화통일을 위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들이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2020년 11월 취임한 김 이사장은 재외동포청 공식 출범과 함께 임기가 종료된다. 꼭 하고 싶었지만 못했고, 차기 청장이 해줬으면 하는 일은 '차세대 교육 대상 확대'다. "우리 재외동포들은 3세쯤 되면 완전히 현지화되는데, 양국의 우호증진이나 세계시민으로서 한민족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들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다. 그는 "2000년 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이스라엘 동포들이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 역시 하나의 구심점을 갖고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켜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정부와 유대인협회가 협력해 재외동포 정책을 펼쳐나가는 이스라엘을 예로 들었다. 이어 "이스라엘은 매년 5만명을 모국에 초청해 민족 정체성을 키우고 네트워크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최대 1500명인 초청 대상을 재단 임기 내에 1만 명까지 늘리고 싶었는데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이뤄내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18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동포청은 사실 소재지의 시민보다는 동포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통합민원실이 서울로 가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새롬 기자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18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동포청은 사실 소재지의 시민보다는 동포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통합민원실이 서울로 가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새롬 기자

-재외동포청이 공식 출범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사실 가장 큰 변화는 일반 공공기관이 정부기관으로 바뀐다는 거다. 직원들 신분도 공무원이 된다. 정부 기관이 외국적 동포들을 상대하게 되면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1997년 처음 재단이 생겼던 때에도 언급됐다. 특히 재외동포에서 중국 조선족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중국 정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앞으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청이 되면서 예산도 더 많아지고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일원화됐다. 이전엔 외교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재외동포 정책위원회가 정책을 만들고, 재단은 집행만 했다. 영사·법무·병무·교육 등 여러 부처에 흩어진 재외동포 업무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민원실을 만들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목할만한 점이다.

- 지난 8일 본청은 인천 송도, 통합민원실은 서울 광화문으로 소재지가 확정됐다. 적절한 입지 선정으로 보나.

재단 차원에서 한 여론조사에서는 70%가 서울을 희망했다. 외교부나 통일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동포들이 대부분 서울에서 일처리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동포청은 사실 소재지의 시민보다는 동포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그나마 통합민원실이 서울로 가는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나 청 직원들의 주거지 확보 측면에선 서울보다는 집값이 싼 인천이 가진 장점이 있기도 하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선 촬영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선 촬영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재외동포청을 외교부 산하에 두게 되면 범부처정책인 재외동포정책을 총괄하기는 힘들 것으로, 국무총리실 소속 재외동포처로 설립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설립 과정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었나.

일리 있는 주장이고, '처'인가 '청'인가를 두고 발의된 법안도 다수 있었다. 결국 외교부 산하 청이 된 것은 재외동포 지원 등 업무처리는 해외 공관을 통해 이뤄져왔고 지금도 해외공관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 한국의 재외동포에 대한 정책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어떻다고 보나. 정책의 방향성은 어떻게 설정돼야 하나.

한국은 재외동포를 타국에 비해 잘 챙기는 편이다. 미국이나 일본 같이,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한 이들을 별도로 지원하지 않는 나라도 많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미국 한인회 소속 재외동포의 경우 80, 90%가 미국 국적을 취득했는데도 우리가 지원하고 있다. '너무 의존적인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민족이라는 정체성, 한국말을 한다는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이들이 한미간 연대감 형성에 기여하기도 한다. 결국은 민족으로 보느냐 국적으로 보느냐인데 현실에선 두 개 다가 작동한다. 정책에선 이 둘을 잘 조화시키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곤 재외동포 이사장은 외교부 산하 청이 된 것은 재외동포 지원 등 업무처리는 해외 공관을 통해 이뤄져왔고 지금도 해외공관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김성곤 재외동포 이사장은 "외교부 산하 청이 된 것은 재외동포 지원 등 업무처리는 해외 공관을 통해 이뤄져왔고 지금도 해외공관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법무부에서 3년 이상 된 (18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 국적의 재외동포, 즉 조선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정치권에선 3년 이상 거주를 5년 이상으로 강화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말도 하고 문화도 비슷한 조선족이 주 대상이 될 것이란 점에서 3년이나 5년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싶긴 하다. 개인적으론 기본적인 복지, 교육은 지방정부의 책임이고 공동체의 구성원이기도 하니까 지방선거권 정도를 주는 게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 투표권 보유가 불가한 중국과 비교하면 상호 평등주의에는 어긋나기에, 강화 방안도 논의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다만 이것이 중국이나 조선족에 대한 혐오 정서에 좌우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임기를 마치고 이사장을 역임하셨던 사단법인 '평화' 활동을 하실 거라고 했는데.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사단법인 평화는 상극보다는 상생, 대립보다는 타협이라는 중도적 입장에서 평화통일을 지향한다. 평화통일은 헌법에 나와 있는 조항으로 진보·보수를 막론해 지향해야 할 가치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대북정책 뿐 아니라 국내외 정책이 이념과 진영 논리에 편중돼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반도는 미일중러 모든 나라와 두루 잘 지내야 하는 균형·조화 외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나는 이것을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외교, 홍익외교라고 정리한다. 신냉전의 흐름에 휩쓸리면 한민족 전체가 피곤해진다. 최근 중국에 갔다 왔는데 현지 기업인들이나 재중동포들도 현 한중관계를 굉장히 불안해하며 '기업 문 닫게 되는거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중국, 러시아에 사는 동포들 뿐 아니라 한반도의 7500만 남북한 동포들을 대립, 긴장 상태로 몰아넣어 얻는 이득이 대체 뭐란 말인가.

☞김성곤 이사장은 누구? 1952년 생. 미국 템플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을 거쳐 15대 국회에 입성했다. 10년 넘게 재미동포로 살면서 재외동포의 정체성을 고민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의(재외동포위원회) 수석부의장 등 정치권의 '재외동포 전문가'로 활동했다. 17·18·19대 국회의원과 31대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을 지냈다. 현재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으로 5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의 형은 미국 해군정보국 정보분석가로 일하다 주미한국대사관 무관에게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1996년부터 옥고를 치른 로버트 김씨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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