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21일 2박 3일간 G7정상회의
히로시마 원폭 위령비 한일 정상 공동 참배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차 외교 행보에 나섰다.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참석을 위해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집권 2년 차 외교 행보에 돌입했다. 방일 기간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연달아 예정돼 있다. 지난 1년간 돈독해진 3국 관계를 기반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등 안보 위협과 경제 안보 위기에 맞서 한미일 간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놓고 진전된 논의가 있을지 주목된다. 러시아, 중국을 향한 G7 정상들의 '경고' 성명이 채택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그 연장선에서 자유 민주주의 진영 한미일의 공조도 더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일제 강제징용 배상 등 국내 부정 여론이 뜨거운 대일 쟁점 의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 원폭 피해 관련 일정을 소화해 '과거사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내면서 '한일의 미래지향적 관계' 여론 조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한미일 정상회의...실질적 안보 협력 방안 논의
윤 대통령이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2박 3일간의 G7 정상회의 외교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간 NATO, 유엔 총회, G20 등 글로벌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한 후,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한 한미 안보 체계 강화, 한일 서틀외교 복원 등 한미일 관계를 다지는 데 집중해 왔다. 2년 차에는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국제적 연대를 공고히 하고 경제안보 실리 외교를 극대화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여러 국가들과의 연쇄 양자회담을 가교로 삼아 향후 이들 국가와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6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가장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더욱 끈끈해진 3국 관계를 기반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역내 공급망 불안정 등 공동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지난 한미일 정상회담 당시에는 '프놈펜 성명'을 통해 '북한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 등 3국 안보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합의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안에서 진전된 내용을 점검하고 실무 차원의 추진 동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올해 초 한국과 일본에 북한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신규 협의체 창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개월 간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신설 합의로 우선 한미 간 핵우산을 강화했고,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도 복원된 만큼, 다음 단계로 3국 안보 협의체 신설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는 공동 발표는 없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일 기간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비롯해 연쇄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022년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히로시마 원폭 위령비' 공동 참배...'후쿠시마 오염수'는 난제
방일 기간 또 하나의 주목할 포인트는 약 2주 만에 다시 마주앉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내 여론의 강한 반발에도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이 배상금을 우선 조성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안을 밀어붙인 후 일본의 상응하는 조치를 기다렸다. 한미일 경제안보 공조를 강화하고자 '전략적 외교' 차원에서 일본에 먼저 손을 내미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나 배상 참여에 응하지 않으면서 '대일 굴욕 외교' 비판에 직면했다. 이후 기시다 총리가 지난 7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해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와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을 약속하면서 기류는 조금 달라졌다.
이번 방일 기간에는 이 같은 합의 사항이 실행될 예정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의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히로시마 위령비는 당초 1970년 한인들이 모금해 평화공원 바깥에 세웠다가 1999년 한·일 공동모금으로 평화공원 안으로 옮겨졌다. 히로시마 원폭 당시 한국인 희생자 중 대다수는 인근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동양공업주식회사 등에서 일하던 강제동원 피해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기시다 총리의 이번 참배가 강제징용 희생자를 추모하는 성격을 띄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이 주장해온 '사과' 행보로도 읽힐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참배에 앞서 일정 첫날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 동포 10여 명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도운 대변인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을 만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라며 "이어 "한일 양국이 미래의 문을 열었지만, 과거의 문도 결코 닫지 않고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내 부정 여론에 휩싸여 한일 관계 진전이 쉽지 않자 '과거사 문제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향후 진전된 한일 관계 추진을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논의될지 주목된다. 양국 정상은 히로시마 원폭 한국인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할 예정이다. 지난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 |
이런 가운데 국민 건강과 직결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난제다. 양국 정상이 12년 만의 셔틀 외교를 복원하면서 합의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은 안전성 검증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히려 반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야당도 이에 대해 강하게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에 대해 "우리 정부에서는 아직도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과연 검증을 할 것인지, 수박 겉핥기 시찰을 하고 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내용이 결정되지 않은 것 같다. 이대로 가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민국 시찰단이 면죄부 도장만 찍어주고 오는 결과가 될 것 같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당당하게 일본에 철저한 원전 오염수 검증 협조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한 국민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4년 만에 회복한 한일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