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에 '김남국 윤리특위 제소' 빠진 것 두고 '온정주의' 비판
김남국, 김어준 유튜브 나와 상임위 도중 코인 사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 숙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코인 보유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을 둘러싼 여진이 현재진행형이다. 당 지도부는 주말 새 장시간의 쇄신 의원총회를 열고 당내 논란 재발 방지 등을 위한 결의안을 내놨으나, 이마저도 '김 의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제소' 등 다수 의원들의 요구가 담기지 않은 것을 두고 회의론이 거세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의원을 향한 '온정주의'가 여전하다며 초기 진화에 실패한 당 지도부에 책임을 계속 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14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며 탈당을 선언한 뒤 오후 2시15분께 탈당계를 냈다. 박광온 원내대표 주재하에 쇄신 의원총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이었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탈당 이후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약 6시간 동안의 '난상토론'을 이어갔다. 공개발언에서 이재명 대표는 논란이 지속되는 것에 관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토론 끝에 당 지도부는 김 의원의 코인 논란과 관련해 △당 차원 진상조사 지속 △ 이달 안 가상자산을 재산신고와 이해충돌 영역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 추진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총에서는 이례적으로 약 30명의 의원들이 발언에 나서 당내 논란에 임하는 당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를 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돈봉투 사건'이나 김 의원 코인 논란에 당 지도부가 더 단호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 발언들이 꽤 많았다"며 "개중에는 이 대표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며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의총 당시를 전했다.
당 지도부가 쇄신안을 내놓으며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지만, 당내에서조차 의총 이후에도 김 의원 논란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당 지도부가 쇄신안을 내놓으며 논란을 진화하려 애썼지만, 당내에서조차 의총 이후에도 김 의원 논란과 관련한 당 지도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뉴시스 |
우선 김 의원이 의총 전 '꼼수 탈당'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초 당 차원에서 하기로 했던 진상조사, 이 대표가 긴급 지시했던 윤리감찰 등이 김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서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탈당 전까지 당이 요구한 자료 대부분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김 의원이) 이용거래소, 전자지갑, 거래 코인 종목, 수입 등 거래 현황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인 고민정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을 향해 "자진 탈당을 선언한 것을 많은 분께서 되게 가볍게 생각하시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스스로 내린 정치적 사망 선고"라고 비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더팩트>와 만나 "최근 이성만, 윤관석 의원에 이어 김남국 의원까지 3명이 연이어 탈당했는데 이걸 국민들이 뭐라고 생각할지 걱정이다"라며 "당이 수사기관도 아닌데 탈당한 김 의원더러 진상조사단 조사를 받으라고 한들 실효성이 있을지에도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의총 현장에서는 김 의원을 당 차원에서 윤리특위에 제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최종 결의안에는 이 내용이 빠진 것도 의원들에게 회의감을 안겼다. 김 의원의 윤리특위 제소가 결의안에 빠진 것을 두고는 이 대표가 '7인회' 소속으로 자신의 측근인 김 의원을 향한 '온정주의'를 떨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김 의원에 대한) 조사와 함께 민주당 의원 전원이 코인 거래를 했는지에 대한 자진 신고센터를 만들자, 혹시라도 신고를 등한시하거나 거짓 신고를 한 경우 다음 총선에 불이익을 주는 등 아주 강력한 조치를 해 나가자는 얘기들이 있었다"며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로 지도부들끼리 모여서 상환하는 과정에 그런 내용들이 빠진 건 굉장히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당 지도부가 결의안에 김 의원 윤리위 제소를 안 넣은 것 자체가 김 의원을 재신임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의원총회에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추가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내부에 (제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추가 논의할 예정"이라며 "(당 지도부 차원인지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건지) 논의 방식은 아직 이야기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김 의원이) 단톡(단체카톡)방에 아직 남아 있더라. 어제 새벽에도 글을 썼다"면서 "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방이라 어떤 분이 좀 나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
무소속이 된 김 의원을 향한 당내 여론은 싸늘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김 의원이) 단톡(단체카톡)방에 아직 남아 있더라. 어제 새벽에도 글을 썼다"면서 "후속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방이라 어떤 분이 좀 나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도중 코인을 거래한 사실을 시인하며 국민들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반면 그는 "윤석열 정부의 여러 실정을 이 이슈로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나에 대한 의혹을) 흘린 것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국가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정보를 얻어서 (최초) 기사를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코인 보유 의혹 제기가 '야당 탄압'이라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의 연이은 '뉴스공장' 출연을 두고 "거기서만 김 의원의 입장을 열심히 들어주니 계속 나가는 것 같은데, 김어준 방송에 나가서 변명만 늘어놓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김 의원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