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출입증 케이스 색깔이…"기자인지 쉽게 구분하려고..."
여야, 외통위 회의서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논쟁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인 지난 10일 대통령실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소통 부재' 불만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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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조채원 기자]
◆'샛노란색' 출입증 케이스 발급한 대통령실...기자들 "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어. 기자회견이나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같은 특별한 일정 없이 조용하게 보냈네.
-맞아. 1주년인 10일 일정을 보면 오전에 여당 지도부,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이들과 용산 대통령실로 와서 오찬한 뒤, 늦은 오후에 김건희 여사와 '청와대 개방 1주년 특별음악회'에 참석했어.
-오찬 후에는 용산청사 1층에 위치한 대통령실 기자실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어. 사전 공지되지 않은 일정이야. 그래서 점심을 먹으려고 외출했던 기자들이 'VIP 방문'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기자실로 들어오기도 했어. 윤 대통령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1,2,3 기자실과 사진기자실, 영상기자실을 모두 방문해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어. 이후 오픈라운지로 이동해 "새로이 맞이하는 1년도 언론이 정확하게 잘 짚어달라"고 짧은 인사말을 남겼어. '이런 자리를 더 자주 해달라'는 요청에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만 했어. 윤 대통령이 기자실로 오는 입구에 도착해 짧은 발언 후 빠져나가기까지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기대했던 만큼 악수와 덕담 빼고 '1분 짜리 간담회'로는 '소통 부재' 불만을 해소하지 못했어. 물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생략했었지만, 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까지 건너뛰었잖아. 대통령실로 최근에 출입하게 돼 처음으로 윤 대통령 실물을 보는 거라 긴장하면서 기다렸는데, 윤 대통령이 악수하면서 "수고했어요"라고 말한 뒤 곧바로 옆사람으로 이동해서 제대로 말을 꺼내지도 못했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회견은 언제하냐'는 출입 기자들의 거듭된 요청에 "다양한 소통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계속 기자들을 다독이는 중이야.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레스토랑 파인글라스 정원에서 출입 기자단과 깜짝 오찬을 갖기도 했어. 딱딱한 기자회견 대신 이런 식의 만남 기회를 자주 만들겠다는 의미인 것 같아. 윤 대통령도 "여러분과 그냥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기자 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면서 말했었지. 하지만 '소통 형식'과 상관없이 '소통의 질'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어. 오찬도 하고 이렇게 깜짝 간담회를 하더라도 '일방적 소통'이라는 느낌만 들어.
-출입 기자들이 기자회견 말고 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최근 발급받은 출입증 케이스 때문이야. 대통령실은 "출입기자 '전용 케이스'를 출입증과 함께 패용해야 청사 내 출입이 가능하다"고 공지했어. 그런데 대통령실이 기자들에게 발급해준 출입증 전용 케이스가 '샛노란'색인 거야. 또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비서실, 안보실, 경호처는 남색, 경호부대는 녹색, 방문인 등은 갈색으로 출입증 케이스 색을 구분 지었어. 특히 '노란색'은 눈에 확 띄는 색이라 불만이 커진 것 같아. 기자들 사이에선 "군대에서 관심 사병에게 노란 견장 달게 하는 것처럼 출입증만 보고 대통령실 직원인지 기자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어.
대통령실은 최근 출입 기자단에 '샛노란색' 출입증 케이스를 발급했다. 대통령실 직원과 기자를 쉽게 구분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케이스를 다른 색으로 교체해주겠다고 밝혔다. /박숙현 기자 |
-노란색이 정말 눈에 잘 띄긴 하더라고.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면서 대통령실과 프레스센터가 한 공간에 있는 만큼 기자들과 더 활발히 소통하겠다고 강조해 왔어. 하지만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은 지난해 11월 중단됐고, 기자들에게 질문받던 1층 로비에는 가벽이 설치됐어. 사실 기자들도 출입증 케이스 색에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는 보지 않아. 다만 이런 '소통 부재' 행보에 대한 아쉬움이 쌓여서 한꺼번에 분출된 것 같아. 대통령실은 지적을 수용해 조만간 케이스를 다시 교체해 준다고 하더라고.
-윤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전후해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어. 전세사기와 금융사기, 마약 범죄 급증은 물론 코로나19 방역도 '정치 방역'이었다면서 문 정부 실정이 컸다는 취지의 발언들을 공개석상에서 쏟아낸 거야. '취임 1년이 지났는데도 전 정부 탓만 한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과거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개혁을 하려고 보니까 지난 정부 잘못이 드러난 것"이라고 답했어. 대통령실이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내밀고 국정운영에 임했으면 해.
여야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놓고 충돌했다. 특히 정부가 후쿠시마에 시찰단을 파견하는 것을 놓고도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3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日, 원전 오염수 방류 눈앞…여야, 시찰단 실효성 두고 격돌
-여야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두고 충돌했다고?
-지난 9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였어. 오염수 방류가 올해 여름부터 시작될 예정인지라 여야 모두 '검증'에 초점을 두고 공방을 펼쳤지. 특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 시찰단'에 대한 실효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어.
-여당에서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었어. 정 의원은 "국민 불안을 떨쳐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의 대국민 홍보를 당부했지. 정 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태스크포스(TF)에 우리 전문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동참하고 있고, 여기에 시찰단까지 보내고 있는 만큼 촘촘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 정 의원은 자신의 질문 시간 대부분을 여기에 할애하며 '홍보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
-야당에서는 시찰단을 '속 빈 강정'이라고 깎아내렸어. 현장 방문 기간이 1박2일에서 2박3일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파고든 거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박2일 시찰해 이 문제를 국민들에게 해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일본의 방류를 허용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어. 박진 외교부장관을 대신해 출석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결과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따져야 된다"고 말했는데, 우 의원은 "아니 1박2일, 2박3일이면 당연히 미진하지"라며 쓴웃음을 보이더라고.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 장 1차관은 박진 외교부장관을 대신해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 뉴시스 |
-'오염수'라는 용어를 두고도 여야가 크게 부딪혔다며?
-맞아. 여당은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더욱 철저하게 검증하고 국민 생명을 담보로 이뤄지는 괴담은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었지. 특별위원장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맡았는데, 최근 "오염수가 아닌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다"라고 말해 야당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어.
-성 의원의 주장은 방류되는 오염수 자체가 이미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처리해서 나가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었어. 이에 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으로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는 것은 일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북한에서 날아오는 것은 아무리 발사체로 이름을 바꾸려고 해도 국민들은 그것이 미사일임을 알았다"며 "일본이 방류하는 것의 이름을 무엇으로 바꾸더라도 국민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만큼, 이럴 때일수록 여야가 합심했으면 해. 당장 이번 여름에 오염수가 방류되는데, 야당은 정부의 방침이 미흡하더라도 이를 무작정 공격하기보다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썼으면 좋겠어. 반대로 정부여당은 야당과 시민사회의 지적을 충분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