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윤리위 앞두고 '자진 사퇴'...총선 때문?
입력: 2023.05.10 15:36 / 수정: 2023.05.10 15:36

"전적으로 저의 책임"...윤리위 징계 수위 반영 예상
사퇴 의사 안 밝힌 김재원에 압박 거세질 듯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녹취 파문을 일으킨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태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는 모습. /뉴시스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녹취 파문'을 일으킨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태 최고위원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뒤 당사를 나서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당 윤리위원회 징계 결정을 앞두고 "당과 대통령실에 누를 끼쳐 사죄한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리위는 이런 결정을 태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당초 자진 사퇴와 거리를 두던 태 최고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늘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대통령실이나 당 지도부와의 소통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백의종군하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징계 양정(懲戒 量定)에 영향이 있다는 판단으로 사퇴하는 건가'라는 취재진의 질의에 "제가 사퇴하는 길만이 당과 정부, 당원의 기대에 맞는 일이라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태 최고위원의 사퇴 발표는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된 윤리위 개최를 8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그는 그동안 자진 사퇴와는 선을 그어왔다. 지난 8일 윤리위에 출석하면서 관련된 취재진의 질의에 "자진 사퇴 입장이었다면 윤리위에 오기 전에 밝혔을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윤리위에서 자세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의 입장 변화를 두고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결정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태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점쳐졌다. 그렇게 되면 내년 총선에 국민의힘 당적으로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자진 사퇴함으로써 징계 수위를 낮추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리위도 이날(8일) 징계 결정을 유보하며 '정치적 해법'을 언급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진 사퇴할 경우 양형 사유에 반영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약에 그런 어떤 정치적인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 중징계가 예상되는 만큼 지도부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당 안팎으로 사퇴 압박이 거셌다. 대통령실은 이날(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 오찬 행사에 최고위원을 제외한 당 지도부와 국무위원만을 초청했다. 태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논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가 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라고 반발했다.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4일과 8일 정례 최고위원회의를 열지 않고 '최고위원 패싱' 행보를 이어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그냥 탈당을 권유하고 잘라내야지 어설프게 징계했다가는 명분도 없고 이미 수습할 시기도 놓쳤다"면서 당 지도부에 "길 잃은 양 두 마리 동정하다가 당이 침몰하는 수 있다. 살피고 엿보지 말고 결단함이 좋겠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도 "어설프게 당원권을 정지해서 절름발이 최고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냐"며 "일단 잘라내고 전국위원회를 통해 보궐선거를 해 중량감 있는 사람들을 모시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설프게 징계해서 당원권 정지를 해 자리가 비어있으면 당이 제대로 안 굴러간다"고 강조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전날(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황 위원장의 '정치적 해법' 발언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많은 분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며 "저도 상당 부분 그런 게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의 이같은 결정은 이날 결정될 징계 수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전주혜 윤리위 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윤리위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윤리위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정치적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직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김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태 최고위원은 태 최고위원대로 저희가 판단하고, 김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대로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전날(9일)까지 "자진 사퇴 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당 지도부가 5·18 기념식에 모든 의원이 참석할 것이라 예고하면서 김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중징계가 예상된다.

전 부위원장은 징계 심사 원칙에 대한 질문에 "당 지도부 일원인 최고위원의 말 한마디는 일반 의원이나 당원과 무게가 굉장히 다르다"며 "여러 실언의 무게감과 당의 지지율 악화에 영향을 끼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징계 결정을 내림으로써 지금까지 일어난 당의 어수선한 상황이 정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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