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이성만, 자진 탈당...1박 2일 워크숍서 쇄신안 결론
'정치 탄압' 스텝 꼬인 민주당..."원칙있게 대응해야"
더불어민주당은 3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 쇄신 방안 마련을 위한 1박 2일 워크숍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일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불거진 지 3주 만에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관련 사건 피의자인 윤관석·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진 탈당했고, 이른 시일 내에 1박 2일 워크숍을 열어 사법 리스크 대응을 포함한 당 전면 쇄신안을 도출내기로 뜻을 모았다. 일각에선 '제3자 뇌물죄'로 기소까지 된 이재명 대표와 탈당 조치된 의원들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면서 "당이 시스템에 따라 원칙 있게 대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돈 봉투 의혹' 중심인물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 회의 후 "선당후사하겠다"며 자진 탈당 의사를 밝혔다. 돈 봉투 의혹이 알려진 사실과 다르지만 비판 여론이 거센 만큼 당을 떠나 수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신상발언을 통해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의원은 "녹취록의 일방적 정황에만 의존한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 검찰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윤관석, 이성만 의원은 3일 자진 탈당 의사를 밝혔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자진 탈당 의사를 밝힌 윤관석(왼쪽), 이성만 의원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두 의원은 논란 초반 "정치 탄압 수사"라며 탈당 요구에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대표가 먼저 자진 탈당하고,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도 정면돌파 방침을 강조하면서 압박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도 나서서 두 의원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원내지도부 출범 이후 당내 기류는 확연히 바뀐 모습이다. '수사 결과를 더 지켜보자'던 당 지도부 방침과 달리, 계파를 불문하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쇄신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도덕성이) 흔들리게 되면 민주당이 상당히 위험하다. 그런 점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안민석 의원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돈 봉투 사건의 본질은 기획수사가 아니라 민주당의 도덕적 해이가 본질"이라며 "도덕적 해이를 민주당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이번 기회에 도덕적 무장을 재무장하는 계기로 삼아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당의 직면 과제를 두고 25번의 자유 토론 발언 등 의견이 오갔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 이어 거듭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당 모든 의원님들을 대신해서 다시 한번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리겠다"며 "오늘 두 의원 탈당으로 이번 사건이 끝났다거나 어려움을 넘겼다거나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탈당을 계기로 민주당은 당내 선거에서의 공명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당 쇄신'을 피력했다.
약 3시간 가량 진행된 의총 결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1박 2일 일정의 워크숍을 열고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나눠 실시해 쇄신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워크숍을 실시하기로 했다. 의총에 앞서 의원 대상 심층 설문조사, 국민 여론조사 등을 진행하고 최근 1년 이내 당내 기구의 각종 보고서, 당 정치혁신위원회 안 등을 참고한다는 계획이다. 당 쇄신안은 사법 리스크 대응 방침부터 내년 총선 공천 제도까지 포괄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내재된 상태에서 전면적인 당 쇄신이 가능하겠냐는 회의론적 시각이 적지 않다. 이 대표 체제가 유지되는 한 '방탄'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는 주장도 일부 비명계 중심으로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에도 당직 개편 등 쇄신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전체적으로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수였다. 한두 번의 토론으로 끝낼 게 아니라 근본적인 쇄신의 계기로 삼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쇄신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대해 당이 원칙과 기준을 갖고 판단, 대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의총에서 악수하는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 /뉴시스 |
탈당한 두 의원과 이 대표, 노웅래 의원 등에 대해 같은 사법 리스크를 두고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여당은 이 대표를 향해 "염치없다"며 공세를 퍼부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당이 침몰하든 말든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탄압’이라 규정하고 민주당 의원들에게 방탄 대오를 주문했던 그가, 쩐당대회 돈봉투 살포는 철저히 '남의 일'이라고 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의총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사법 리스크 대응이)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판단, 처리돼야 하고 시스템에 대해 대응돼야 한다는 지적과 주장이 있었다"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비위 사실에 대한 혐의 제기됐을 때 당내에 조사 기구가 있는데 그런 기구들을 통해 판단이 이뤄지는 게 당사자들 입장에서 더 수용가능하지 않겠냐는 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대장동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해 당무위원회를 통해 지난 3월 '부패 혐의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의 예외 조항을 적용함으로써 이 대표 대표직 유지를 공식화한 바 있다.
'돈 봉투 의혹'에 강경 대응해야 한다던 안 의원은 이 대표 리스크 대응과의 형평성 지적에 대해선 "돈 봉투 사건하고 사법 리스크하고는 별개로 구분해야 되지 않겠나"라며 그 이유로 '당 단합'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검찰 정권과 싸워야 되는 시점인데 당 지도부 사퇴 이야기는 더 큰 분열만 초래한다. 당의 위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굳건하게 세워져야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면서 당 지도부가 '내부 총질'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쇄신 회의론과 함께 그동안 내부 결집의 원동력이었던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기조도 스텝이 꼬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 지도부가 이번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도 '검찰 독재 정권' 대정부 공세를 펼쳐온 당 전략과 어긋나는 부분이 고민 지점이었다고 한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의 기획수사적인 측면들이 있다"며 두 의원 탈당 조치에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도 돈 봉투 의혹에 대해 특유의 '반문' 대화법을 선보였다. 그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자진탈당을 설득했나', '이 의원이 탈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는데 당에서 제안을 했나'라는 물음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이른바 '공천 녹취록' 논란을 언급하면서 "태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된다고 합니까"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