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성적 학대" 주장하는 장경태, 근거는?
입력: 2023.05.04 00:00 / 수정: 2023.05.04 12:24

당내에서도 "비판을 위한 비판...국민 공감 얻기 어려울 것"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화동 볼 입맞춤에 대해 미국에서는 성적 학대 행위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화동 볼 입맞춤'에 대해 '미국에서는 성적 학대 행위'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당시 화동의 볼에 입 맞춘 행위를 두고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에서는 성적 학대 행위"라고 주장하는 데에 '무리수'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내에서도 "국민이 이 주장을 공감하겠나"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캘리포니아주 형법, 텍사스·버지니아·테네시주 등 아동에 대한 신체 접촉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며 "우리 법원에서도 손등에 뽀뽀만 해도 강제 추행으로 벌금형 판결이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여 환영 행사에서 화동의 볼에 입을 맞췄다"면서 "미국에서는 아이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아이의 입술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에 키스하는 것은 성적 학대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행위는 심각한 범죄로 간주하고, 여러 주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 측은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더팩트>의 요청에 캘리포니아주 형법 647.6과 버지니아주 형법 18.2-370.6을 근거로 들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아동의 손등에 뽀뽀한 남성이 강제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내용의 언론보도 링크를 보냈다.

캘리포니아주 형법은 성적 학대에 성적 의도를 포함해 정의하고 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꽃다발을 선물한 화동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캘리포니아주 형법은 '성적 학대'에 '성적 의도'를 포함해 정의하고 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꽃다발을 선물한 화동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장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주 형법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형법을 살폈다. 조문은 캘리포니아주 법률정보(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누리집에서 찾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형법은 아동 학대에 대해 11164~11174.4항에서 다루고 있다.

'성적 학대(sexual abuse)'를 다루고 있는 11165.1을 살피면 성적 학대는 성폭행(sexual assault) 또는 성착취(sexual exploitation)를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성폭행'에 포함되는 행위를 열거한 (a)에는 '아동에 대한 음란행위(288)', 아동 성추행(647.6)이 포함되어 있다. 두 조항은 '성적 의도'를 필요로 했다.

캘리포니아주 형법 11165.1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웹페이지
캘리포니아주 형법 11165.1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웹페이지

288에서는 처벌 대상을 '의도적인 음란행위'(a person who willfully and lewdly commits any lewd or lascivious act)'라고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형법 288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웹페이지
캘리포니아주 형법 288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웹페이지

647.6에서는 (a)의 (1)에서 "18세 미만의 아동에게 지근덕거리거나(annoy) 성추행하는 모든 사람', (2)에서는 '아동에 대해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인 성적 관심(sexual interest)에 의해 동기부여를 받은 모든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주 형법 647.6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웹페이지
캘리포니아주 형법 647.6 /California Legislative Information 웹페이지

장 의원이 또 다른 근거로 제시한 '손등에 뽀뽀만 해도 강제 추행 유죄' 판결문을 살폈다. 피고인은 13세 미만 아동의 손등에 뽀뽀하고 자신의 손등에도 뽀뽀해달라고 한 혐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과 함께 피해자를 포함한 아동들에게 공원에서 성기를 노출한 혐의(공연음란)로도 함께 기소됐다. 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재판부는 △피해자가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지 못했고 △이와 같은 행위가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를 벗어나 일반 보통 사람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음란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중요한 점은 재판부가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의 성기 노출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6가지의 구체적 사실을 고려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중 "오히려 피해자는 이 사건 이전 불상의 일시에 피고인이 D 공원에서 불상의 목적으로 성기를 옷 밖으로 꺼내 놓은 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집에 돌아와 외할머니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알린 사실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에 대해 어느 정도는 경계하는 마음도 품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이 명시되어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환아 위문 사진에 조명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고발장을 공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환아 위문 사진에 조명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고발장을 공개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전문가들은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은 부적절할 수 있는 행위지만 '성적 학대'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짚었다.

이은의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장 의원의 주장에 대해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 나라에서 인사로 통용될 수 있는 정도의 신체 접촉이 있었고 해당 아동이나 부모, 국가에서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을 짚었다. 장 의원이 제시한 판례에 대해서도 "맥락을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 사건과) 같게 볼 사건은 아니"라고 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시대가 바뀌었고 지금은 볼 뽀뽀 같은 행위도 동의 없이 이루어진 신체 접촉이라면 마음대로 해선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도 "'성적 학대'라고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열성 지지자들에게도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런 비판을 해야 할 만큼 여야 관계가 예민하다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 의원이 이런 비판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한 비판으로 열성 지지자들은 좋아할 수 있겠지만 국민이 보기에 당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것 아니냐"면서 "중요한 건 국민을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너무 무리한 주장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양당이 열성 지지자만 바라보면서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 측은 "장 의원 발언의 핵심은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앞으로 유의하라'는 취지였다"면서 "'성적 학대'로 처벌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성적 학대'라는 표현만 부각되어 유감"이라고 했다.

장 의원 측은 또, 국내 판결 사례에 대해서도 "그런 내용이 언론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 부분은 언론에도 책임이 있지 않냐"고 토로했다.

p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