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尹 향해 '거부권 행사' 요청할 듯
與 '이재명 방탄' vs 野 '당당하면 협조해야' 팽팽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결을 거부하며 본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야당 의원들이 단독 처리한 이후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무소속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이른바 '쌍특검'(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이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을 거부하며 본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연말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를 대비해 여당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쌍특검'으로 여야가 다시 대치 상황에 이르며 강대강 대결 구도는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무기명 투표 결과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이 총투표수 183표에 찬성 183표, 반대 0표로 통과됐다. 또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찬성 182표 반대 1표로 통과됐다. 표결 결과가 공개되자 야당 의원들은 손뼉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패스트트랙 본회의 통과를 축하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쌍특검 패스트트랙 표결 이전 야권 공조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 도중 퇴장하며 "저희는 표결에 참여를 안 하기로 결정했다"며 "사안에 따라 의결에 참여하는 것(법안)도 있고 참여 안 하는 법안도 있다"고 밝혔다.
전날인 26일 민주당과 정의당은 기본소득당·진보당·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등 총 182명 명의로 쌍특검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지정이 가능하다.
쌍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며 늦어도 12월 말 본회의에서는 두 특검법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 심사는 국회 소관 상임위 최대 180일과 본회의 숙려기간 최대 60일을 거쳐 최장 240일(약 8개월)이 소요된다. 야권은 연말께 쌍특검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화두에 오르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 정부·여당 공세로 선거 판세를 바꿀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야권은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비리 의혹을 덮으려 하는 것이라며 중도층을 비롯한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어서다.
쌍특검 패스트트랙 제안설명에 나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했던 자들이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고위공직자인사들에게 50억 원씩을 주기로 했다는 소위 '50억클럽' 의혹에 대해 관련자들의 불법로비 및 뇌물제공 행위, 수사과정에서 범죄혐의자로 밝혀진 자들의 불법행위 등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엄정한 수사를 통해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것"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 씨가 주식거래를 위한 통장대여뿐만 아니라시세조정 의심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라고 각각 알렸다.
장 의원은 "국정운영에 큰 책임이 있는 여당은 진상을 밝혀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보다 이전 정부의 수사를 핑계로 상식적인 문제 제기마저 정쟁으로 일축하며 관련된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두 특검에 대한 높은 국민적 동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반적인 법안심사 절차를 통해 적시에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것에 공감한 182명의 의원들은 불가피하게 이 두 건의 법률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자 뜻을 모은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의 건 투표 전 회의장을 집단 퇴장하는 모습. /뉴시스 |
국민의힘은 표결 직후 쌍특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강행했다고 맹폭했다. 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언급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름만 50억 클럽 특검법이지 실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못 하게 하는 '이재명 수사 방해법'"이라며 "검찰 수사 이후 미진한 부분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것이 특검의 보충성에도 맞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이 수석부대표는 "30차례 압수수색을 하고도 기소하지 못했고, 법원에서도 문제없다는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특검하자는 것은 대통령을 괴롭히겠다는 야당의 독선이자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며 "다수 의석을 내세운 야권의 독선과 독주를 막기 위해 우리 국민의힘은 대통령께 재의요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오롯이 야당에 있음을 명심하라"고 했다.
여당은 '특검 추천권'이 야당에만 있는 것을 두고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쌍특검 법안은 민주당과 정의당 중 '정의당 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의 경우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합의한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돼 있다.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 민주당이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돼 있다. 법안 내용 수정은 본회의 숙려기간에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수석부대표)은 "우리나라 특검 역사상 특검 추천권은 중립적인 대한변협이나 대법원장이 갖고 있었다. 여야 합의도 아닌 야당 단독으로 특검을 추천토록 할 경우 특검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 검찰의 수사나 기소 여부가 성에 차지 않으면 입맛에 맞는 특검을 추천해 이른바 '정치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와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쌍특검 법안 표결 이후 "우리 국민들 중 압도적 다수가 정말 필요하다고 지지해 왔던 사안이었다"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남용희 기자 |
이에 반해 야권은 '국회법에 따라' 쌍특검 법안을 처리한 것이라며 향후 여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쌍특검 법안 표결 이후 "우리 국민들 중 압도적 다수가 정말 필요하다고 지지해 왔던 사안이었다"라며 "물론 그동안 윤석열 검찰이 정말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신속하게 해왔다면 이 상황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국민 기대와 달리 봐주기와 부실 수사로 일관하다 보니 결국 국회가 국회법 절차에 따라 양특검 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입법 폭주'라는 비판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국회법은 그동안 여야가 합의해서 만들어 온 거다. 국회 운영에 대해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최상의 합의 내용이 국회법에 다 담겨 있다. 저희가 국회법 절차를 어겼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국회법 절차에 따라 패스트트랙 지정을 한 것이고 이후 안건을 신속하게 심사해달라는 요구인데 이마저도 거부하고 부정한다는데 국회의원으로 일할 이유가 있나"라며 "이건 입법 폭주가 아니라 국민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국민의힘은 패스트트랙 기한 240일을 어떻게든 꼬박 채워서 최대한 늦게 특검을 처리하겠다고 강짜 부리지 말고, 전향적으로 특검 논의에 나서 주시기를 바란다"라며 "정치검찰의 의도적 수사지연 행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국회가 서둘러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여당의 협조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