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율 반등 어려움…당내 잡음 이어져
尹 대일 인식 또 도마 위…與 '유탄' 가능성
국민의힘이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설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호재에도 지지율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잇단 설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으로 당 윤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당내 잡음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면서 여당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7~21일 전국 18세 이상 2520명에게 조사해 24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3.1%포인트 떨어진 45.7%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이슈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0.6%포인트 오른 34.5%를 기록했지만, 양당 간 차이는 11.2%포인트로 여전히 오차범위 밖이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14.2%, 정의당은 3.3%로 각각 집계됐다.
전대 돈 봉투 의혹 악재에 민주당 지지율의 낙폭이 컸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하락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보다 1.0%포인트 떨어진 32.6%로 조사됐다. 4월 1주째부터 3주 연속 내림세다. 민간인 대량 학살 등 조건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 입장에 외교 논란이 불거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친윤계로 구성된 국민의힘의 지도부는 대통령 직할 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연동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통화에서 "(여론은) 민주당의 돈 봉투 사건에 대해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여야 경선 관련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돈을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비교적 외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100년 전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에 사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일본 과거사에 대한 인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왼쪽은 김건희 여사. /남윤호 기자 |
국민의힘은 중앙윤리위 인적 구성을 마쳤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윤리위 부위원장으로 전주혜 의원과 7명의 위원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당은 객관성과 중립성 등을 이유로 윤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는 윤리위는 김기현 체제의 발목을 잡는 설화 진화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잇단 논란을 일으킨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의 균열 조짐도 보인다. 제주 4·3 사건과 백범 김구 선생 관련 발언으로 역사관 논란을 일으킨 태영호 최고위원도 최고위에서 "소신대로 말한 것"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자진 사퇴 가능성도 일축했다. 특히 "지난 전당대회는 여론조사 3% 꼴찌로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고 언급했는데,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김기현 대표를 우회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잇단 설화 논란을 떨쳐내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계기로 반전을 노렸으나,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대일 외교관 논란이 불거지며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일본이 100년 전 일로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앞서 여당은 정부의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과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던 한일 정상회담 등 유탄을 맞은 바 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발언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외교·안보 이슈는 민감한 현안인 데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의 인식을 겨냥한 공세에 돌입해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수십 년간 일본으로부터 침략받아 고통받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결코 해선 안 될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을 지켜야 할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충격적"이라며 "윤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기에 일본을 대변하고 있나"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