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이정근 게이트' 일파만파…돈 받은 의원 '지라시'에 곤혹
입력: 2023.04.22 00:00 / 수정: 2023.04.22 00:00

'전세 사기꾼' 배후에 野 정치인? 민주당 "당당히 밝혀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돈 봉투 의혹으로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사건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돈 봉투 의혹'으로 당내가 술렁이고 있다. 사건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이다. /이새롬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이재명, '돈 봉투 의원' 지라시 난무에 진위 확인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대표 후보 캠프를 중심으로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이 민주당 전체로 퍼지고 있네. 이성만·윤관석 의원이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 내에도 돈 봉투를 받은 이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얼마 안 가 '돈 봉투 받은 의원' 명단이라며 여러 버전의 '지라시'가 돌기도 했지.

-약 20명의 의원 명단이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포됐는데, 각기 다른 의원의 이름이 적힌 서너 가지 버전의 명단이 돌며 기재된 의원들은 사석에서나 공석에서나 부인에 나섰지. 개중에 이름이 중복 기재된 소수 의원이 있었는데, 그들도 돈 봉투를 받은 적이 없다며 강하게 억울하다는 의사를 밝혔어. 한 의원은 원래는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지 않았는데, '돈 봉투 리스트'에 오르고 나서는 마스크를 열심히 쓴다는 기자들의 추측 섞인 전언이 있기도 했어.

-지라시 유포자를 형사처벌하겠다고 나선 의원도 있었어. 김용민·장경태 의원은 자신들의 이름이 담긴 '돈 봉투 명단'을 유포한 불특정 유포자를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하네.

-20일엔 이재명 대표가 지라시 속 언급된 일부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위를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어. 해당 기사에 따르면 이 대표에게 전화를 받은 의원들은 자신은 '돈 봉투 의혹'과 연관이 없다고 결백을 호소했다고 하네.

-이번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는 송영길 전 대표는 22일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야. 측근 말로는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 후 다음 주에 한국에 귀국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송 전 대표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두고 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전세 사기 야당 유력 정치인 배후설 제기에 배후가 있다면 당당히 밝혀라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20일 오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를 방문해 피해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전세 사기 야당 유력 정치인 배후설 제기에 "배후가 있다면 당당히 밝혀라"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20일 오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를 방문해 피해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전세 사기꾼 배후에 野 유력 정치인 '그림자'…민주당 "연기만 피우지 말라"

-전세 사기 피해가 수도권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정치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어. 특히 전세 보증금 사기로 20~30대 피해자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인천 미추홀구의 사기꾼 남모 씨 행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국민의힘은 '남 씨를 도왔던 인천 지역 야당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배후설을 제기하고 있어. 남 씨는 어떤 인물이야?

-남 씨는 인천 미추홀에서 S종합건설을 세웠어. 세입자 전세 보증금으로 아파트와 빌라를 마구잡이로 짓고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을 반복했어. 일종의 '카드 돌려막기' 같은 거지. 그런데 전셋값이 하락하자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건물이 대거 경매에 넘어간 거야.

-남 씨는 활동 지역을 강원도로 넓혔어. 2017년 8월 동해이씨티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사업비 6674억 원 규모의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동해 망상1지구 개발사업' 사업자로 선정됐어. 해당 사업은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동해 망상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국제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2013년부터 추진한 사업이야. 이 과정에서 최 전 지사와 남 씨는 각종 양해각서를 체결했어. 두 사람은 2019년 12월, 2021년 9월 만찬 자리를 가지기도 했어.

-도지사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사업자를 만나는 건 문제 될 게 없잖아.

-그렇지. 다만 지역 정가에서 남 씨가 강원도 사업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말이 많았다고 해. 강원도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망상1지구 개발사업시행자 지정요건으로 '사업 부지의 50%' 이상을 확보해야 해. 2017년 8월 30일 당시 최 지사가 이런 내용을 결재했는데, 4일 후인 9월 4일 동해이씨티가 54만 평을 143억8000만 원에 낙찰받았어. 하지만 당초 사업 부지는 197만 평이었다고 해. 사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건데 강원도는 2018년 4월 정부 승인을 받을 때 개발 계획을 사업 부지 103만 평으로 변경했어. 모 시의원은 이에 대해 "처음 공지할 때부터 100만 평으로 하고 50만 평만 사서 들어와라 공지했다면 경쟁력 있는 우량 업체가 여러 개 들어와서 좋은 경쟁을 했을 것이라는 게 동해시민 주장"이라고 지적했어.

-또 동해이씨티가 강원도 측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는 '직원 수 2521명, 총자산 1조2000억 원, 연간 매출 3880억 원'으로 돼 있었다고 해. 지역에선 동해이씨티가 재정 능력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왔어. 실제로 동해이씨티는 53만 평을 매입하면서 뒤늦게 잔금을 지급했는데 215억은 대출, 개인 사채 40억으로 총 250억 원을 근저당으로 설정했어. 결국 남 씨는 동해 망상지구 개발 사업자 선정 때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됐어. 결국 현재 강원도는 사업 시행자를 바꾸기로 결정했어. 이를 두고 여당은 인천 지역 야당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해당 사업을 다루는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으로 와서 일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거야.

여당은 전세 사기범 남 모 씨 배후에 야당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1년 8월 31일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 제1지구 개발사업 투자 양해각서 체결식 모습. 오른쪽 두 번째에 당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양해각서를 들고 있는 모습. /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여당은 '전세 사기범' 남 모 씨 배후에 야당 유력 정치인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1년 8월 31일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 망상 제1지구 개발사업 투자 양해각서 체결식 모습. 오른쪽 두 번째에 당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양해각서를 들고 있는 모습. /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여당은 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이 현재 전세 사기 피해를 양산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전세 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집값 폭등기에 일방적인 임대차법의 개정으로 임대차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지금과 같은 전세 사기 피해의 원인이 뿌려졌다. 거기에다가 무제한 전세금 대출이라는 선심 정책까지 내다보니까 처지가 어려운 서민들은 그것도 고마운 줄 알고 폭등한 전셋값을 제대로 가격 정보도 없이 들어갔다"고 주장했어.

-배후설·책임론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강선우 대변인은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향해 지난 18일 "이 사무총장은 연기만 피우지 말고 지칭한 '유력 정치인'이 누구이고 해당 정치인이 전세 사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히라"면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일 경우 책임을 묻겠다고 했어. 하지만 국민의힘은 멈추지 않았어. 20일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야당 유력 정치인 개입 의혹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청한 거야. 그러자 박성준 대변인은 "대체 무엇을 하자는 건가. 야당 유력 정치인이 개입됐다는 확실한 제보가 있으면 3일 내내 연기만 피우지 말고 당당하게 이름을 밝히라"며 '물타기용 의혹'이라고 비판했어. 민주당은 20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 아파트 세대를 방문한 뒤 피해자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의제 선점에도 나섰어.

-인천 지역 민심은 어때?

-인천 미추홀구 시의원들을 취재했는데 다른 지역과 달리 미추홀구에 유독 나홀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건 확실히 의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했어. 인천 미추홀구청장은 2002년과 2010년까지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민주당 소속이 선출됐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다시 여당이 차지했어. 남 씨의 S건설 설립 일자는 2011년 5월 11일이야. 또 인천미추홀구청 '주택건설 사업자 등록 현황'에 따르면 남 씨의 S건설 등록 일자는 2017년 6월 16일이야. 그의 딸도 자신의 이름을 딴 종합건설을 세웠는데 2020년 3월 5일 등록한 것으로 나와. 사업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겠지. 정치권은 공방보다는 피해자 보호 대책과 예방 방안에 집중하면 좋겠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당 대변인이 말한 대로 당분간 입을 닫고 있을 테니 경선 때 약속한 당 지지율 60%를 만들어 보시라고 했다. /국회사진취재단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당 대변인이 말한 대로 당분간 입을 닫고 있을 테니 경선 때 약속한 당 지지율 60%를 만들어 보시라"고 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상임고문직 해촉된 홍준표, '정치 메시지' 중단

-홍준표 대구시장이 '친정' 국민의힘을 향한 쓴소리를 중단한 듯해.

-그런 모양새야. 홍 시장은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분간 당 대변인이 말한 대로 입 닫고 있겠다"고 했어. 홍 시장은 또 김기현 대표를 향해 "경선 때 약속한 당 지지율 60%를 만들어 보라"고 했어. 김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지지율 55%·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 공약을 내세웠어.

-김 대표와 홍 시장이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 '관계 단절'과 설화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두고 신경전을 지속하자,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17일 당 내부 분란이 있는 것처럼 국민께 비칠 수 있다며 홍 시장에게 자제를 당부했었지. 홍 시장이 유 수석대변인의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야.

-당을 향한 비판 명분이 약해졌다는 시각도 있어. 홍 시장은 김 대표를 비판해 오다 지난 13일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됐어. 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당 상임고문을 겸직한 전례가 없었다는 게 해촉 이유로 알려졌어. 그런데 지난 3일 홍 시장은 "유일한 현역 당 상임고문이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거든. 김 대표가 홍 시장을 향해 "지방자치 행정을 맡은 사람도 그 일에만 전념했으면 좋겠다"며 쏘아붙인 데 대한 반박이었어. 이제는 홍 시장이 상임고문이 아니기에 쓴소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지지율 55%,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남용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지지율 55%,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60%'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남용희 기자

-홍 시장이 아예 SNS를 중단한 것은 아니지?

-맞아. 윤희숙 전 의원이랑 맞붙기도 했어. 홍 시장은 19일 SNS에 "땅 투기 혐의로 의원직까지 사퇴했던 사람이 조용히 반성하며 사는 줄만 알았더니, 요즘 부쩍 언론에 나타나 좁은 식견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다"며 정치판을 떠나라고 촉구했어. 윤 전 의원의 인터뷰 발언에 발끈한 것이야. 윤 전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권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는데, 특히 '대구·경북(TK) 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어.

-홍 시장에게 SNS란 필수 플랫폼이 아닐까 싶어. 홍 시장은 정치적 의견이나 시정 성과를 소개하는 데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야. 내년 4월에 실시되는 총선이 점점 다가오는데, 홍 시장이 과연 당을 향한 쓴소리를 언제까지 멈출지 관심사야. 일부 기자들은 홍 시장이 얼마 못 가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낼 거라는 쪽에 무게를 싣더라고(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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