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발의 불참' 與 "입법 기능 오남용 안 돼"
유족 "어떻게 정쟁이 될 수 있겠나" 호소
야당 의원 183명이 독립기구를 구성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하는 특별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야3당 원내대표와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공동발의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83명이 20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공동 발의하며 국민의힘에도 입법 참여를 촉구했다. 특별법은 독립적 조사 기구 설치를 통한 진상 규명, 희생자 추모 사업, 피해자 지원 사업 등을 담았다.
박홍근 민주당·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등은 이태원 참사 발생 174일째인 이날 오후 국회에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등과 함께 특별법 발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당 169명과 정의당 6명, 기본소득당 1명, 진보당 1명, 무소속 6명 등이 특별법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의원은 불참했다.
법안은 피해자 범위를 생존자, 희생자 유가족, 구조자, 참사 지역 주민 등으로 확대해 피해자 권리를 명문화했다.
또 국회 추천을 받은 17명의 위원(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가 참사 진상조사를 수행토록 했다. 조사위원을 꾸리기 위한 '조사위원 추천위원회'도 뒀다. 국회 추천 6명(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 3명, 그 외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3명), 희생자 가족 대표 추천 3명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정치적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야당은 설명했다.
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은 백서 발간까지 포함해 최장 1년 9개월이며 조사위 지원 조사관은 60명 이내로 구성토록 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당시 '120명 이내'보다 적은 규모다. 특조위는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언제든지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국회 상임위에서는 3개월 안에 심사를 마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토록 했다.
이 외에 피해자와 참사 지역에 대한 공동체 회복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건립 등 추모 사업을 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배상과 보상 부분은 가족들의 요구로 제외됐다.
국민의힘은 이미 경찰특별수사본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마쳤다며 특별법에 반대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8일 "이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새로 밝혀진 게 없다"며 "유족의 슬픔과 아픔을 달래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몫이지만 국회의 입법 기능을 이런 식으로 오남용하는 것은 민의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공동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이에 대해 야당은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국민의힘에 특별법 처리에 함께할 것을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단 한 명의 여당 의원도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법안 통과를 위해 집권 여당이 함께해 민의를 받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곧 국회 본연의 책무"라고 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참사 관련자들의) 책임을 완전하게 규명하고 일벌백계할 방법은 이제 독립적 조사기구밖에 없다"며 "특별법에서 다듬고 조정할 것이 있다면 협의 테이블로 나와 함께 논의하자. 특별법 원안의 취지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면 야당은 충분히 대화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지난 특수본 수사는 꼬리자르기 수사로 종결됐고 국정조사에서도 정부 책임자들은 책임 회피와 위증을 늘어놓았다. 그 결과 아직까지도 유가족과 국민들은 참사의 발생원인에 대해 납득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진상규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특별법은 특조위의 직권으로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동행명령, 고발 및 수사요청은 물론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 청문회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직권 남용'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남인순 민주당 이태원참사 대책본부장은 "이 내용들은 (이전) 사회적 참사법에 있던 제도와 유사하다"면서 "수사 기관에 고발 및 수사를 요청하게 돼 있다. 특검도 수사 필요 시 국회 의결을 요청해서 국회가 받아들일 때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무소불위 특조위'라는 식의 낙인 찍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참사 희생자 고(故)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국정조사는) 유가족들에게 수백 가지의 의문점과 억울함만 남겼다"며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객관적인 진상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씨는 "특별법은 억울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의 의문을 풀어주는 정의로운 법이다. 이것이 어떻게 정쟁이 될 수 있겠냐"며 조속한 입법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