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전체 벼랑 끝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입장"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을 시사한 발언을 두고 "철회하라"며 외교 논란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박 원내대표.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조건부 군사적 지원 시사 발언에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식 철회를 요청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방미를 앞두고 또다시 우리나라와 국민 전체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위험천만한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로써 미국이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과 김성한 전 안보실장 간의 대화를 도청한 것은 명백한 사실로 확인됐다. '한국이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어길 수 없으니 공식적으로 해당 정책을 바꾸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던 이 전 비서관의 말 그대로 윤 대통령은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며 "'대통령의 워싱턴 국빈 방문과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제공에 관한 입장 변경이 겹치면 국민이 두 사안 간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여길 것'이라던 김성한 전 실장의 우려 또한 현실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경고를 언급하며 "군사적 지원이 시작되면 당장 우리 기업부터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러시아 현지에 법인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만 160여 개가 넘는다. 외교 안보 문제일수록 제발 신중에 신중을 기하라고 거듭 촉구했건만,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는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며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에 공식화했어야 할 것은 군사지원 가능성 시사가 아니라, '분명한 불가 원칙 고수'여야 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시작도 전에 또다시 미국 요구를 그대로 따르며, 스스로 운신의 폭만 좁혀놓았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 가능성 발언을 당장 공식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민주당은 국익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UN(국제연합)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도, 미국도 직접 개입하지 않는 전쟁에 뛰어들겠다고 러시아 같은 인접 국가와 적대관계를 자처하는 무모하고 무지한 대통령도 처음"이라며 "즉각 공식 취소하고 러시아에 공식 해명하고 국민에 공식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 안위, 국민 안전, 러시아 교민 안전, 러시아 진출 기업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전쟁 지역 군사지역 지원 불가'를 견지해온 역대 한국 정부의 원칙을 깨는 것"이라며 "헌법 정신 감안할 때 이런 국가 중대사에 관해서 최소한 국민 투표에 준하는 민심 확인을 거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살상용 무기 지원은 제한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 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