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당 조치·자체 조사해야" vs "수사 결과 후 조치"…엇갈리는 목소리
'체포 동의안' 대응 딜레마도
더불어민주당이 '돈 봉투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는 이재명 대표.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송영길 전 대표 조기 귀국 요청과 수사 의뢰 등 진화에 나섰지만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당내에선 난감한 기류가 감지된다. 관련자 출당 조치나 자체 조사 등 적극적이고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비이재명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역대급 악재'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으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지도부는 '돈 봉투 파문'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전날(17일) 이재명 대표에 이어 박홍근 원내대표도 18일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지는 분 아닌가. 그에 상응하는 발언과 함께 조기에 귀국해서 이 문제를 책임있게 매듭짓겠다고 하는 입장 표명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당내에선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캠프 관계자들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만큼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도 송 전 대표를 이번 수사의 종착점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조기 귀국 요청에도 송영길 전 대표는 응답을 보류한 상태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는 이 대표. /이새롬 기자 |
그러나 송 전 대표는 현재까지 조기 귀국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 봉투 조성을 인지한 정황이 녹취 파일에 담겼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도 여전히 "내가 뭘 알겠나"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진 지 10일 후인 오는 22일에서야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송 전 대표의 반응에 민주당 지도부는 난감한 모습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예의주시하겠다"면서 '송 전 대표가 귀국 불가 의사를 밝히면 어떻게 하나'라는 물음에는 "입장이 최종적으로 나오면 거기에 당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로선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이 절실한 상황이다. 송 전 대표는 '돈 봉투 사태'를 사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공개된 녹취 파일에 따르면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의 대화에서 송 전 대표 본인이 금품을 직접 줬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론'이 분출하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돈 봉투 사태'로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긴밀한 관계성이 재조명받고 있다. 2021년 10월 10일 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포옹하는 송영길 대표. 대선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2022년 3월 8일 지지 호소하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와 송 대표. 2022년 5월 16일 홍대거리에서 '벙개모임 홍대 투어'를 갖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5월 27일 재보궐 선거 앞두고 기자회견하는 당시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송영길 캠프 제공 |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관계가 재조명 받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친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지로 송 전 대표가 당선되고, 이후 송 전 대표는 이 대표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전·현직 대표 리스크'로 규정하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에 대해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친소관계에 따라서 도와줄 수는 있겠지만 이재명 측에서 전당대회에 개입한다는 소리를 듣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며 친명계의 전당대회 개입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의 직접적인 요청에도 귀국을 미룰 경우 이 같은 의혹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체 진상규명 조사를 보류한 당 지도부 결정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비명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대형 악재인 만큼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임시 출당 조치나 윤리감찰단을 통한 자체 조사 등 선제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이 터졌을 때,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의원들한테 자진 탈당을 권유했었다"며 "지금 당의 대응을 보면 상당히 무감각해져 있고 윤리 감각이 엄청 퇴화해있다"고 비판했다. A 초선 의원도 "단호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설프면 결과적으로는 역풍이 불 것 같다는 내부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며 "(수사를) 보고 대응할지, 아니면 추이를 보고 근거가 뚜렷하지면 출장 조치를 하든지 이런 걸 고민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돈 봉투 의혹' 전달자로 지목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이를 두고도 당 지도부가 딜레마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노웅래 의원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돈 봉투 의혹' 당사자들이 '야당 탄압'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가결할 경우 '이중 잣대'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부결시킨다면 '방탄 정당' 비판에 또 직면할 수 있다. A 의원은 "(1차 체포동의안 때) 이 대표가 당당하게 법원에 출두해서 실질심사를 받는 것도 해봄 직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하지 못했다. 다음(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부결 가능성이 높은데 계속할 수는 없지 않나. 이번에 이게 터져서 이번 건도 체포동의안이 넘어오면 참 딜레마"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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