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질척' 전광훈에 골머리…"그 입 닫아라"
입력: 2023.04.18 00:00 / 수정: 2023.04.18 00:00

전광훈 '결별 선언' 암시했다가 돌연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 주장
김기현, 공천권 언급에 "기가 막히고 어이없어" 분노 폭발


국민의힘이 17일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히자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전 목사가 이날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이 17일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히자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전 목사가 이날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17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향해 처음으로 "매우 불쾌하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전 목사가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독려하며 총선 공천권을 언급하자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전 목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당원 가입 운동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과의 결별 선언'을 예고했던 전 목사는 "국민의힘에서 결별을 만류했다"는 취지로 입장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달라"고 촉구하며 "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새로운 자유 우파 정당을 만들어서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장 전 목사를 향해 "그 입을 당장 닫아주셨으면 좋겠다"며 불쾌해 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다"며 "도대체 지금 우리 당을 뭐로 알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는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전 목사에 대해 "당원이 아니"라며 언급을 자제해 왔다.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전 목사 주장에도 "우리 당 공천은 우리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제3자가 거기(공천)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면서 "다른 당 창당해서 대표하고 있는 분이 남의 당 일에 왈가왈부하고 감 놓아라 배 놓으라 하는 걸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고 전 목사에게 "매우 불쾌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유상범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전광훈 목사가 제아무리 당을 흔들려 해도 국민의힘은 끄떡없다"고 일축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전광훈 목사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선동하고 있다"며 "이는 반공주의, 국민 조직화 등 어떤 가치로 포장하더라도 결국 내년 총선 공천에 관여하겠다는 시커먼 속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당원도 아닌 사람이 당의 공천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작태는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매우 불쾌하기 짝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 수 있는 인물들을 당헌·당규에 따라 공정하게 공천할 것이다. 이 과정에 전광훈 목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1'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 절연을 여러 차례 명시한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전 목사는 당원이 아니다. 당에서 분명히 전 목사에게 당과 관련한 불필요한 언행을 자제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고, 김 대표가 여러 차례 당과 관련 없음을 명확히 밝혔다"며 "지금 전 목사의 발언을 당과 연결하는 것을 언론에서 멈춰주길 바란다"고도 요청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전 목사의 어떤 의도도 당에는 전혀 영향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당과 관계 없는 사람이라며 공식 반응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전 목사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데다 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이어가자 위기의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당과 관계 없는 사람"이라며 공식 반응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전 목사의 발언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데다 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이어가자 위기의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동안 전 목사에 대해 "당원이 아니"라며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 당과 관계없는 사람이 발언하는 걸 제지할 뾰족한 수가 없는 데다 지도부가 언급할수록 전 목사를 향한 관심만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전 목사가 당내 지분이 있다는 건 절대로 잘못된 말"이라며 "수십만 명의 당원을 동원할 수 있다면 자기 당을 키워야지 왜 우리 당에 영향력을 주장하겠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전 목사가 국민의힘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자기 체급을 키우려고 하는 것뿐, 당과 아무 상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 당 지도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해 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대표와 지도부가 전광훈 씨와 관계없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해 왔다"며 "이런 뉴스에 관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영호 최고위원 역시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저희 당이 전 목사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외부에서 자꾸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관계가 있어야 끊을 것도 있는데, 끊을 게 없는데 자꾸 끊는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전 목사와의 손절을 강하게 요구하며 김 대표를 비판하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되는 등 전 목사 사태가 당 내홍으로 번졌다.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전 목사에 대한 뚜렷한 반응이 없고 논란의 발단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중에 홍 시장에게 강경한 대응을 한 것을 두고 "전 목사가 실제로 당내 영향력이 강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졌다.

특히 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며 당내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0~14일 만 18세 이상 성인 2506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3.9%로 더불어민주당 48.8%에 15%P 가까이 뒤처졌다. 같은 기관의 지난주 조사에서는 8.9%P 차이를 보였는데 더 벌어진 셈이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

리얼미터는 "국민의힘은 최고위원의 연이은 설화에서 전 목사와 홍 시장의 설전, 홍 시장 상임고문 해촉까지 내부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당 지도부가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으나 전 목사와의 완전한 단절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당 안팎으론 '극우 단절의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한 달간 자숙에 들어가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의 행위는) 굉장히 심각한 해당 행위"라며 "윤리위원회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당론"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전광훈 이슈가 시작된 게 사실 김 최고위원부터다. (전 목사를) 만나서 5.18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도 부정하고 또 전광훈이 우파를 통일했다고 해서 전광훈과 우리 당이 한 몸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며 "(징계가) 진행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간 뒷북 징계긴 한데 타이밍을 놓친 면이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필요하다는 게 당내 다수 의견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윤리위원회로 간다면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수위에 준해 상당히 중징계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의에 "그럴 것 같다"고 답했다.

홍 시장도 전날(16일)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이후 가장 시급했던 일은 극우와의 단절이었는데, 극우 세력과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쳐내지 못하고 황교안 전 대표처럼 똑같은 길을 가고 있으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며 "총선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지도부 리스크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잦아들지 않으며 당 차원의 공개적인 반응까지 나오게 되자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황정근 신임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김 최고위원 징계에 대한 질의에 "다음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황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어떤 조직이든 윤리 의식이 결여 되면 계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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