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정치권에서 '정쟁'으로, 또 언론에서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 듯"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4일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늘 국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시스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미국 정보기관의 우리나라 국가안보실 도·감청 정황이 담긴 기밀문건이 유출된 것과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14일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늘 국익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국익과 국익이 부딪치는 문제라면 언론은 자국의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늘 미국 정부 기밀문건 최초 유포자가 잡혔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고, 상당수 문건이 위조됐다고 발표했는데, 그 평가에도 변함이 없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프랑스·이스라엘·튀르키예 등 여러 나라가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지만, 정치권에서 이렇게 정쟁으로, 또 언론에서 이렇게 자세하게 다룬다거나 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불법 도청 의혹이 제기된 가해자인 미국을 피해자인 우리나라 정부가 두둔하는 이상한 상황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 등을 대통령실이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른 나라들처럼 도청 의혹에 대한 상세한 보도를 하지 않는 게 우리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그게 어떻게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사안을 정치권과 언론이 다루지 않으면 가해자인 미국의 국익에만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또 앞서 "양국 국방 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확히 밝힌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과 달리 모호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체적인 실상이 파악되지는 않은 것 같고, 그 가운데 한국 관련 정보가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도 공개된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지금 공개된 한국과 관련된 내용 중에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정확성에 대해서는 계속 따져봐야 될 것 같다"며 "용산 대통령실의 어떤 도감청의 문제라든지 한국을 겨냥한 어떤 행동이라든지 이런 것 하고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도 같이 이해를 해 주면 좋을 것 같고, 그 부분도 조사 결과가 나오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방부의 기밀 유출 용의자인 주방위군 소속 일병 잭 테세이라가 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서 체포되면서, 해당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주장한 우리 대통령실과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현재까지 외신 보도 등을 통해 위조가 명확히 확인된 문건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양측의 사상자 숫자 등 피해 집계치 정도다. 이 내용도 디스코드 채팅방에 최초 업로드된 '원본'과 SNS를 통해 유포되며 수정된 '위조본'을 비교해 보면 숫자 몇 개를 빼고 위치를 바꾸는 등 일부 내용만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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