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얘기'만 하다 끝난 전원위, 합의안 만들어질까
입력: 2023.04.14 00:00 / 수정: 2023.04.14 00:00

나흘간 100여명 토론...비례대표 확대부터 대선거구제까지

2024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가 13일 막을 내렸다. 지난 나흘간 100여 명의 의원들은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 의원 정수 축소 등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10일 전원위원회 개회 당시. / 이새롬 기자
2024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가 13일 막을 내렸다. 지난 나흘간 100여 명의 의원들은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 의원 정수 축소 등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지난 10일 전원위원회 개회 당시. /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2024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가 13일 막을 내렸다. 이번 전원위는 지난 2003년 국군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병 동의안 이후 20년 만이다.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국힘의힘 42명, 더불어민주당 50명, 비교섭단체 8명 등 100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 의견을 개진했다. 이제 전원위가 회의를 바탕으로 결의안을 의결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넘기면 정개특위가 이를 법안으로 만들어 본회의에 회부한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차가 크게 드러난 데다 의원마다 의견이 엇갈려 합의안 도출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제4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를 열었다. 여야 의원들은 지난 10일부터 나흘간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등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도 쟁점은 비례대표제였다. 여당은 비례대표제의 감축 또는 폐지를 주장했지만, 야당은 유지 또는 확대를 주장했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의원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여당은 '위성정당' 꼼수를 낳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대체로 과거 병립형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의견이 모이는 듯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스스로 키워왔던 국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의석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줄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보스 정치인들의 전리품처럼 사용된 비례대표제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권역별·병립형·개방형 비례대표제"를 제안하며 "지역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이 가능하며 사표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위성정당을 방지할 현실적 방안이 없다"며 "병립형으로 하되 수도권의 대승적 결단으로 지역구 의석을 감축할 수 있다면 비수도권 의석을 추가 배정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여당을 비판하며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했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비례대표제 폐지는 헌법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사표 방지를 위해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 수를 현행 253개에서 225개까지 28석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자"고 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이 최소한 '2대 1'은 돼야 한다"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비례대표제가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가능한 길"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강화"를 주장했다.

선거제는 의원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당내에서도 의견을 좁히기 어렵다. 이번 전원위도 하나의 합의안을 도출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전원위원회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이새롬 기자
선거제는 의원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당내에서도 의견을 좁히기 어렵다. 이번 전원위도 하나의 합의안을 도출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일 전원위원회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이새롬 기자

지역구 의원 선거제에 대해서도 여당은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로 의견이 모이지만 야당은 소선거구제 유지와 대선거구제 도입 의견이 엇갈렸다. 여당은 이날도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도시에 선거구를 두고 있는 분들과, 대도시·수도권에 선거구를 두고 있는 분들의 이해가 일치되지 않는다"면서 "지방과 대도시·수도권은 다른 방식의 선거제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인구 50만 이상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를, 인구가 적은 농어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소선거구제는 대통령제와 조응성이 높은 제도이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조응한다"며 "현행 소선거구제를 보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개혁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에서는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일부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지만, 농어촌이야말로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라며 "농어촌은 인구 소멸로 선거구 획정이 수시로 바뀌어 지역정치가 실종되는 일이 빈번하다. 선거구 획정이 안정적인 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는 다당제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개방형·권역별·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 70%가 국회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염치없는 일로, 현재 300석의 10%라도 줄여보자"고 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한다"며 "현행 유지, 정수 축소가 민심이라면 그 또한 존중되고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의원 정수 축소' 주장에 대해 "정치혐오에 기댄 포퓰리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여당의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은) 합리적인 선거제 개편은 안중에 없고 지금의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 보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합당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소모적인 논의"라며 "자칫 반정치 포퓰리즘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의원 수를 줄여 입법부의 역할이 약화하면 누가 좋아하느냐"며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도 시행령을 만들어서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행정부, 각종 이권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관료들을 누가 견제하느냐"고 했다.

전원위 마지막 날인 13일, 백가쟁명식 토론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향후 소위를 꾸리거나 국민 공론 과정을 거쳐 논의를 이어가자는 제안했다. 의원들이 토론발언순서를 살펴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전원위 마지막 날인 13일, 백가쟁명식 토론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그러면서도 향후 소위를 꾸리거나 국민 공론 과정을 거쳐 논의를 이어가자는 제안했다. 의원들이 토론발언순서를 살펴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날 전원위에서는 중구난방식 회의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 잔치로 끝나고 있다"며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는데 전원위가 끝나고 며칠 안에 새 합의안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졸속입법을 개혁이라 할 수 있겠냐"고 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치열한 토론도 없이, 합의 도출을 위한 성의도 없이, 그저 100인 100색의 의견만 쏟아내고 끝날 것 같다"고 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에 따라, 정당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합치된 의견이 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4일째 논의하는 이 토론에서 정확한 답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향후 소위를 꾸려 논의를 이어가자는 제안이 나오며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 공론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국민은 선거제 개편 논의를 정치개혁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밥그릇 다툼으로 본다"며 "진전된 논의는 국민 공론에 부쳐 국민께 맡기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전원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공론위원회를 구성해 시안을 정해놓고 논의토록 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합의된 선거제도를 성과로 만들어야 한다"며 "오늘 이후 각 당이 의견을 수렴해 민심을 온전히 반영하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 소위원회를 만들어 전원위 논의를 이어갈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소위를 구성해 시민을 폭넓게 대의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가능한 한뼘이라도 진전된 선거제 개편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혜와 의지를 모아달라"고 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지방소멸의 위기,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변화 부분은 전원위가 끝난 이후라도 소위를 만들어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야당에서 지난 선거제 개편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에 대해 사과가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여러 의원이 준연동형을 밀어붙인 민주당은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며 "저는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서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정개특위에 회부될 전원위 결의안을 위해 전원위 내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개특위 간사들과 상의해 국민의힘 측에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청했다"며 "지난 4일간 100명의 의원이 제안한 의견 중 현실 불가능한 것을 빼고 가장 많이 나온 공통적 주장을 잘 정리해 향후 전원위 소위에서 의견을 압축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든 양당 간이든 (여당과) 정책 협상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 준비해보자고 의장이 제안했고 저도 동의했다"며 "정부·여당에도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 답을 얻진 못했다"고 했다.

한편 정개특위는 전원위에서 넘어온 결의안을 바탕으로 법안을 만들기 위한 소위원회 구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개특위는 앞서 전원위에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다. 정개특위가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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