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위 3일차 與 "의원 정수 축소" 野 "비례 의석 확대" 되풀이
입력: 2023.04.13 00:00 / 수정: 2023.04.13 00:00

총론은 같아도 각론에서 차이...전원위 차원의 합의안 어려울 듯

12일 전원위원회가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사흘째 토론을 이어갔다. 쟁점인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를 두고 여야의 입장은 달랐다. / 이새롬 기자
12일 전원위원회가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사흘째 토론을 이어갔다. 쟁점인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를 두고 여야의 입장은 달랐다. /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2일 제22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사흘째 토론을 이어갔다. 여야는 핵심 쟁점인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야당은 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해 확대를 주장했지만 여당은 여론을 이유로 축소를 주장했다. 다만 각 당의 입장이 완전히 통일되지 않은 데다 당초 논의하기로 한 세 가지 안 외에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면서 전원위를 통한 합의안 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이날 '제3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를 열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올린 세 가지 안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전원위에는 국민의힘 9명, 더불어민주당 13명, 비교섭단체 2명 등 총 24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여야가 추천한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 박명호 동국대 교수, 이현출 건국대 교수, 지병근 조선대 교수도 참석했다.

전원위 시작부터 야당은 정개특위 결의안에 없던 '의원 정수 축소'를 갑작스럽게 들고나온 여당을 질타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치열한 논의 끝에 3개의 안이 포함된 결의안을 합의했고, 이 결의안을 전원위에 회부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각 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는 내용"이라며 "그런데 회의 개최를 앞두고 여당 대표가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을 제안하자 소속 의원들은 소중한 질의 토론 시간에 정수 축소만 외치고 현 정치의 문제를 모두 남 탓으로 돌리며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회의에서마저 정개특위의 합의 사안을 깨고 여당 대표는 합의를 위반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제시했다"며 "(지도부가)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소속 의원들은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런 관행부터 개혁해야 되지 않겠냐"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이렇게 합의사항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고 약속을 밥 먹듯이 깨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이런 철면피 정치부터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의원 정수 축소'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그렇게 국회를 운영하려면 왜 300명이 필요한가. 여야 대표 각 1명씩 2명만 있으면 되지 않겠냐"며 "(여당이) 정치 혐오에 기대어 대안도 없이 의원 정수 축소만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당초 의원 정수 확대가 포함된 개편안을 제시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고정한 세 가지 안을 결의했다. 지난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의 선거개혁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비례성과 대표성 확대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회 정개특위는 당초 의원 정수 확대가 포함된 개편안을 제시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고정한 세 가지 안을 결의했다. 지난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의 선거개혁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지난 이틀에 이어 이날도 쟁점은 비례대표 의석 확대 여부였다. 야당 의원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체로 의견이 모였다. 의석수에 대해서도 방법은 엇갈렸으나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많이 제시했다. 여당 내에서는 일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에는 부정적이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전국을 6개 권역으로 구분하면서 권역별 의석수는 인수 수대로 배분하되, 수도권과 광역시 외의 지방 농어촌 지역의 인구는 2배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의 '지역 균형 비례대표제'를 제시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4대 1, 즉 240석 대 60석으로 조정해 비례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하자"고 말했다.

맹성규 민주당 의원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면 우선 다양성과 비례성, 지역주의 완화라는 난제부터 해결할 수 있는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원 정수 증원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의석수 확대는 정치 제도 논의의 본질을 마저 앗아가 버리는 블랙홀"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의석수 확대 없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지역구 의석 축소를 포함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 비례성 강화, 지역소멸 방지의 원칙을 가지고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소선거구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지역 대표성 강화가 보장된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의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이 방식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의 간극을 좁히고 최소한의 지역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군소 정당 내 원내 준치를 돕는 장점이 있다"며 "총 300석의 의석 중 지역구 의석인 7석을 줄인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을 기준으로 하여 권역 내에서 선거구 조정에 따라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의 변동이 이뤄지도록 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저는 국민 수용성에 주목해서 300석 의원정수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3:1, 255석: 75석으로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발의했다. 지역구 의석을 약 10% 정도만 줄여서 국회의원들의 수용성도 감안했다"며 "이 제도는 지금보다 사표를 많이 줄여서 비례성을 높이고 지역주의가 상당히 해소되며 소수당도 의미 있는 의석을 획득해서 국회의 다양성도 확보가 가능한 안"이라고 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혼합형 선거제도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선거구제의 대표성과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 비율을 균등하게 하는 것"이라면서도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감안해서 이번 선거제 개편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재 지역구 의석을 줄여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최소 4:1로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선거제 개편 시 그 비율을 2:1로 하고 최종적으로는 1:2 비율로 맞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개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소선거구제 및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며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1:1로 맞추는 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렇게 조건을 설정한 다음에 지난 21대 총선 결과를 재구성해보니 선거제에 따른 초과 권력이 거의 사라진다. 대신 비례성과 대표성, 다양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며 "또 각 권역의 인구와 면적을 고려해 수도권 비례 의석수는 줄이고 비수도권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 일부도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되 개방형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권역을 수도권 호남, 영남권과 같은 식으로 나눈다면 이것은 지역주의를 더 공고화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례대표의 권역을 동서로 묶는 방법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원위를 앞두고 의원 정수 축소를 제시하며 전원위에 참석하는 의원들을 설득했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자유로운 토론이라는 전원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전원위를 앞두고 '의원 정수 축소'를 제시하며 전원위에 참석하는 의원들을 설득했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자유로운 토론'이라는 전원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여당 의원들은 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하며 비례대표 의석 축소, 나아가 폐지를 주장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의원 정수 30명 축소'를 주장하며 전원위에 참석하는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몇몇 여당 의원들은 비례대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눈길을 끌었다.

먼저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삼중고에 절규하고 있다.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라며 "국회도 의석수에 더 연연하고 말고 정말 국민들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의석수를 줄여보자"고 했다. 그는 "한국행정연구원이 밝힌 국민 의식조사 결과 27%가 비례대표 폐지를, 24%가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 의견을 밝혔다. 절반이 넘는 국민이 비례대표제를 부정적으로 보시는 것"이라며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 대표와 인구 대표 체제로 가야 한다는 국회 헌법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례대표 장애계 몫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한 '비례대표 할당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여성, 장애인, 청년, 노동자 등 국회 내 정치적 약자 계층의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 등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과학기술인 출신 국회의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당사자가 국회에 진출하여 전문성과 대표성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포용적 선거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약자를 대표하는 인물 그리고 국방, 외교, 과학기술 등 직능 분야의 전문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비례대표 고유의 취지를 십분 발휘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결정을 제도화한다면 국민들의 반감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례대표 제도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렸으나 여당 의원들은 지역구 의석에 대해 '도농 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의견이 모이는 모습을 보였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 지역은 한 선거구당 2인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서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은 지역 대표성을 고려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수도권 의석수가 적고 농어촌 의석수가 많은 국민의힘에 유리하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2명을 선출할 경우 거대 정당이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3명 이상을 선출해야 한다. 또 5명 이상을 선출하게 되면 득표율 10% 미만의 후보자도 당선될 수 있어 대표성의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하며 "중선거구제를 적용하려면 최소한 인구수가 50만 이상의 도시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하는 다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개특위 안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안은 도농복합형 중선거구제"라며 "이 제도는 단순한 선거제도를 넘어서 국가 균형 발전의 정치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특별시, 광역시, 특례시는 물론 과밀지역인 경기도 전체의 중선거구제를 적용해 수도권부터 의석을 줄여야 한다"며 "서울에서 5석, 경기도에서 7석, 인천에서 2석 비례대표에서 2석을 줄이면 30석을 줄일 수가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위를 향해 각 의원 개인의 의견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다며 참석률이 점점 저조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3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곳곳에 의원석의 비어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위를 향해 "각 의원 개인의 의견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다"며 "참석률이 점점 저조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5회국회(임시회) 제3차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원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곳곳에 의원석의 비어 있다. /뉴시스

전원위 안에서 여러 방안이 나오며 당초 취지대로 전원위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원위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원위가) 이틀이 지난 지금 의원들로부터 스스로 기대가 없고 국민의 호응도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이틀 동안의 전원위에서는 토론도 합의도 없었다"며 "각 의원 개인의 의견들이 무질서하게 쏟아져 나왔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사안의 경중을 뽑아내고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 없이, 국회의원 개인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기만 하는 회의의 참석률이 점점 저조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며 "토론 절차를 효율화하고 표결도 실질화해야 하며 본회의까지 이어지는 권위도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전원위가 취지와 다르게 의원 개인들이 일방적으로 의견 개진만 하고 있다"며 "전원위가 끝나고 어떤 안이 도출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선거제는 의원 개개인이 가진 이해관계가 달라 당내에서도 의견을 모으기 힘들다"며 "큰 틀에서 개편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비례대표제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전원위에서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원위가 끝나면 논의한 내용이 정개특위로 다시 넘어간다. 정개특위는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선거제 개편안을 결정해 본회의로 넘긴다.

국회 전원위는 지난 11일부터 정개특위가 마련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안을 토대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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