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홍익표·'친문' 박광온 양강 구도 예상
당내 "여야 강대강 구도는 변함 없을 것"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초 내로 차기 원내 사령탑 선출을 준비 중이다.당내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내부로는 계파색이 옅고, 외부로는 '대통령실 입김'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새롬 기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달 초 차기 원내 사령탑을 선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물밑에선 유력 주자들이 몸풀기 중이다. '3선' 박광온·홍익표 의원의 양강 대결이 점쳐지면서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의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협상 파트너인 윤재옥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와의 케미도 원내대표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당내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내부로는 계파색이 옅고, 외부로는 '대통령실 입김'을 견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초 여당의 지도부 선출과 발맞춰 원내대표 선거를 이달 말로 당기는 안을 구상 중이었으나 다음 달 초로 연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5월 둘째 주에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 7일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체되고 5월 임시회 일정 등을 감안해 임기 단축을 고려해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 이후 원내대표 선거 일정과 관련해 "아직 나오지 않았고 현재 조율 중"이라며 "4월 28일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원욱 의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원내대표 선거 시기에 관해 "5월 초"라고 예상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는 '3선'에선 유력 주자로 꼽히는 박광온·홍익표 의원을 비롯해 윤관석·이원욱 의원, '재선' 김두관 의원 등이 현재 출마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4선' 안규백 의원도 후보군에 거론된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문재인)계 인사로 당내 '통합'을 내세워 차기 원내대표에 자신이 적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 당시 박 의원이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
박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문재인)계 인사로 당내 '통합'을 내세워 차기 원내대표에 자신이 적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0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단합해서 내년 총선에 승리하고, 현 정권 실정이나 폭주는 막아내자는 생각은 똑같기 때문에 충분히 의사를 모아가는 과정, 소통이 중요하다"며 "(나는) 소통에서 강점이 있다. 통합을 이뤄내는 데도 충분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홍 의원은 계파색이 옅다는 점을 노려 당내 표심을 모으고 있다. 홍 의원은 10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특정 계파 입장에 서는 것보다는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을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했다.
후보들은 일축하고 있지만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싸움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친명계와 비명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2인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내부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만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 대표가 개입하거나 '이 대표가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말이 들리기 시작하면 비명계 의원들도 반발할 것"이라며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다들 면밀히 지켜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국회에서 여야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여당 원내지도부와 차기 야당 원내대표와의 관계성도 주목할 점이다.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윤 의원은 경찰 출신으로 영남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선 당시 상황실장을 맡으며 '친윤'계로 분류된다. 이런 요인 탓에 여당의 새 원내지도부가 법안 처리 등에 있어 용산 대통령실의 입김이 들어간 결정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야당 내에서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이고 꼼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내대표로서 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고, 용산에서도 여당에 당무 개입을 한다는 의혹이 많지 않나"라며 "대통령실에서 (실언 논란)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하라는 얘기를 하는 등을 보면 여당 원내대표가 앞으로 얼마나 자기 소신을 지키고 일할 수 있을까에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회동한 자리에서 여야 원내대표는 1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서로의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밟고 있는 간호법·의료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는 국민의힘의 윤 원내대표 선출 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처음으로 협상하는 자리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을 찾아 박홍근 원내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윤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양곡법과 같은 개별법에 관한 안건뿐 아니라 전체적인 (본회의) 안건 일정이 안 잡혀 있다"며 "논의를 거친 후 안건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양곡법 재의결이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직회부한 안건 처리를 놓고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며 "그러나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더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원내대표는 회동 모두 발언에서부터 기싸움을 벌였다. 윤 원내대표는 '양곡관리법'을 겨냥해 "앞으로도 본회의 직회부 법안이 늘어나고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 이런 모습들이 국민에게 얼마나 불편을 줄지 걱정"이라며 "가급적 여야가 통상적인 입법 절차대로 법안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기선을 제압했다. 박 원내대표도 지지 않고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해서 정부를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여당이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어 아쉽다"고 맞받았다.
야당에서 새 원내대표가 뽑히더라도 여야 대결 구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투사'를 자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모르겠으나 원내대표 영향력보다는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 막중할 것으로 본다"며 "누가 원내대표로 선출되든지 간에 현 정부에 강하게 대항해야 하는 역할은 동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