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결 앞둔 양곡관리법에 野 "정부, 거짓말 말아야"
입력: 2023.04.11 18:12 / 수정: 2023.04.11 18:12

정황근 "거짓말이라 하지 마라" 맞서며 고성 오가
간호법·의료법 정부 중재안에 野 "이미 합의한 사안...시간끌기용" 일축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재의결을 앞둔 양곡관리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맞붙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서가 거짓말을 바탕으로 한 허위 공문서라고 맹공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거짓말이라고 하지 말라며 맞받았다. 정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재의결을 앞둔 양곡관리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맞붙었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서가 "거짓말을 바탕으로 한 허위 공문서"라고 맹공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거짓말이라고 하지 말라"며 맞받았다. 정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은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서가 허위 사실을 근거로 작성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이 시장기능을 무시하는 법이라고 맞섰다.

농해수위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을 상대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 농민 배신 식량주권 포기'라고 적힌 손팻말을 걸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협의 무시한 상임위 일방 운영! 강력 규탄한다!' 고 적힌 손팻말을 걸었다.

전체회의가 시작하면서 여야 의원들은 정 장관 등의 출석 자격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처음 열린 지난 3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여당 의원들과 정 장관 모두 불출석했다.

민주당 소속의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정 장관의 출석을 요구하며 '증인 출석 형식을 취하되 국무위원 자격으로 답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두고 여아 간 공방이 벌어졌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재의요구 내용이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 특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많다. 지난 전체회의는 이런 문제들을 토의하기 위해 정 장관이 출석하지 않아 부득이 증인 신청을 했다"면서 "국무위원 자격으로 답변한다고 하더라도 증인과 같은 위치에서 진실에 부합하도록 답변해달라"고 했다.

반면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농해수위에서 안 좋은 선례를 계속 반복적으로 남기고 있다"며 "국회법상 국무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도 "기관장으로서 장관을 상임위원회에 부를 때에는 증인으로 부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전문위원이 나와서 답변하라"고 요구하며 한때 고성이 오갔다. 정 장관도 "증인으로 오라고 했으면 안 왔을 것"이라며 "국무위원 자격으로 오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농해수위 회의 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원래 오늘부터 3일간 여야 간 농해수위 일정이 합의돼 있었다. 거기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난 3일 야당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쌀값 조절 기능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라며 "(의무 격리를) 고정하지 말고 정부에 재량권을 달라는 얘기"라고 항변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을 두고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농경연이 분석하지 않은 걸 분석한 것처럼 거짓말했다고 지적하자 농경연 원장에게 물어봐라고 비꼬았다. 지난해 12월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해양수산위원회의 양곡관리법 본회의 직회부 의결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세종=임영무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을 두고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이 "농경연이 분석하지 않은 걸 분석한 것처럼 거짓말했다"고 지적하자 "농경연 원장에게 물어봐라"고 비꼬았다. 지난해 12월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해양수산위원회의 양곡관리법 본회의 직회부 의결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세종=임영무 기자

이날 여야는 양곡관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근거가 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두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뤄진 것처럼 했다"고 주장하며 정 장관과 설전을 벌였다. 야당은 대통령의 재의요구서와 국무총리의 담화에 담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한국농업경제연구원에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뤄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면서 "거짓말을 보고해 대통령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앞서 윤 대통령이 국회에 재의 요구서를 보내며 농경연의 분석을 인용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 장관도 지난 대국민 담화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 같은 결과를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어린아이들도 보는데 거짓말이라고 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그는 '벼 재배면적이 늘어나면 정부의 매입 의무를 면제'하는 양곡관리법의 조항을 두고 "농업인들이 얘기를 듣고 웃는다"며 "현실성이 전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쌀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는데 '늘어나면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현실성이 있나"라면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주 의원이 "농경연은 법안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장관과 총리는 농경연이 분석한 것처럼 거짓말했다"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농경연 원장에게 물어봐라"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말씀 막 하면 안 된다"면서, 항의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말씀을 과하게 하신다. 질문을 제대로 하라"고 되받았다.

법안 내용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주 의원이 "법안의 효과를 분석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쌀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을 때 의무격리(의무매입)하는 내용"이라며 "생산량이 떨어져도 가격 폭락의 위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그게 아니다. 생산량 하락 또는 가격 폭락 중 하나만 충족해도 이 법에 따라 강제 매입해야 한다"며 "법안을 내놓고 그러면 안 된다"고 치받았다. 그러면서 주 의원이 "제대로 분석한 게 맞나"라고 되묻자 정 장관은 "구체적인 걸 질문하라"며 들이받았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도 "시장 격리를 하면 쌀 가격이 올라가는데 왜 대통령의 재의요구서에는 시장격리를 하면 쌀값이 하락한다고 되어 있느냐"고 묻지 정 장관은 "격리하면 일시적으로 효과가 분명히 있는데 이걸 의무화해서 매년 격리하면 다른 작물 재배가 쌀 재배 쪽으로 많이 전환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재의요구서에는 시장격리를 하면 쌀값이 하락해 농민에게 불리하다고 쓰여있다"면서 "왜 국민을 호도하냐"고 질타했다.

여당은 엄호에 나섰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중재안에는 쌀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 강제 매입을 면책하는 조항이 있는데 쌀 소비량이 급감하고 인구도 줄고 있는 상황에 재배 면적이 늘어날 리 없지 않냐"며 "생산비를 지원해주는 방향으로 가야지 생산한 걸 사주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도 "쌀 생산량을 줄여 나가면서 타 작물을 재배하는 데에 유인을 줘야 한다고 모두 합의했다. 정부에서도 올해 쌀 80kg에 20만 원 정도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왜 확정적으로 (정부 매입량을) 의무 고정하고 시장 기능을 무시하는 법을 고집하는지 설명해달라"고 반발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관련한 질타도 이어졌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을 향해 "방류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게 시작"이라며 "토양과 바다에 흘러가는 게 아니라 누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그것까지 포함해 국제사회의 공조 하에서 검증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두고 '66%가 가 범위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그래서 일본의 처리계획에는 희석해서 방류한다고 나와 있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장관은 일본 장관이냐, 우리나라 장관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곡관리법은 오는 13일 본회의 재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날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13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에 대한 재의결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양곡관리법 재의 표결을 하면 부결시키는 것을 당론으로 했다"고 밝혔다.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다른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곡관리법 외에 직회부되어 13일 표결을 앞둔 간호법과 의료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이날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중재안을 발표했다. 당초 정부·여당은 야당이 직회부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정부·여당의 중재안은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은 간호법의 명칭을 '간호사 처우에 관한 법'으로 바꾸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기존 의료법에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야당은 중재안 제시를 "때늦은 시간 끌기 꼼수"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간호법은 상임위에서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법"이라며 13일 본회의에서 그대로 처리할 방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손 놓고 있다가 이제 부랴부랴 직회부를 앞두고 있고 의장께서도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하니까 나서는 모양새를 하는 척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부·여당의 중재안에 대해 "시간 끌기용 쇼에 불과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중재안은 달라진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법안 심의 과정에서 불가하다고 했던 내용들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내놓았을 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무슨 중재안이라는 말인가. 정부·여당은 간호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보여주기식 쇼만 계속하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여야가 합의했고, 여야 대통령 후보가 간호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그 약속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회 법제사법소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는 '50억 클럽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으로 특검 임명 권한을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과 기본소득당에 부여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항의하며 전원 퇴장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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