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위험 인물?"...外信 간담회 120분 이재명 "청문회 기분"
입력: 2023.04.12 06:56 / 수정: 2023.04.12 10:36

'100분 진행' 외신기자 간담회서 尹 정부 외교 "부족하다" 평가
'제3자 변제방식 철회' 가능성 묻자 "무효할 사안도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외교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외신기자 앞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 등 외교 현안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일본 강제징용 '제3자 변제' 배상안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질문에는 "수치스럽다"며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약 100분간 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를 진행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 측에서 지난달 초 간담회 개최 의사를 먼저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교롭게도 한·미 정상회담을 보름여 앞두고 간담회 일정이 잡힌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이날 간담회를 앞두고 전날 실무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지난 대선 시절부터 강조해온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한·미·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심화됐다 이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악화는 대외 교역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에 치명적"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연하고 실사구시적인 외교 접근법이다. 사안별로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는 국익 중심의 유능한 실용외교의 지혜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선택을 강요당할 게 아니라 우리가 주변국에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 포용적인 다자 외교, 한미 정상회담 계기 반도체 지원법과 보조금 신청 요건 완화, 한국기업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수출규제 유예 연장, 한반도 평화정착 역량 집중 등을 요청했다.

특히 한일 관계에 대해선 "한일관계 개선은 동북아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일본 전쟁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박탈해선 안 된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안은 철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주변국가들과의 공동 조사, 국제연대 기구 구성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윤 정부의 외교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기대 수준에 따라서 판단은 다를 것 같지만 저나 지금 국민 대다수 판단은 부족하다, 만족스럽지 못하다인 것 같다"며 "현 정부가 좀 더 많은 노력 기울여서 국익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 실행되길 바라고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스러운 사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대표는 미국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스러운 사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美 도청 의혹에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

이 대표는 파장이 확산하고 있는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저희로선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긴 한다. 그러나 미국 언론에서 이 사실이 보도됐고 상당한 논거와 근거가 있기 때문에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신뢰에 기반한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태"라며 "사실이라면 재발 방지와 미국 정부의 사과, 우리 정부의 도청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한 핵 공유나 전략적 핵배치 방안에 대해선 "자체 핵개발 또는 핵무장 문제는 일단 현실성이 없고 실효성이 없다"면서 "안보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민감한 외교 현안 질의에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넘겼다. 북한을 대화 협상장에 불러올 방안을 묻는 질의에 이 대표는 "구체적인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문 외교관도 아니어서 그 답을 드리긴 어렵다"며 "우리 스스로 위기가 격화될수록 대화를 위한 노력을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진보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차별금지법 추진 계획에도 이 대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 계속해나가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입법화하는 게 필요하지만 무리해서까지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난민 정책 입장을 묻는 질의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난민 문제는 당분간은 대한민국 현안으로 대두될 것 같지는 않는다"며 "원칙적으로 인간의 존엄은 인정돼야 하고 보편적 인권은 나라, 지역을 불문하고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사법 리스크 질문에는 불편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사법 리스크 질문에는 불편해 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회사진취재단

◆尹 대일 외교 정책 맹비판..."한일 정상회담 잃기만 해"

이 대표는 대일 외교 현안에 대해선 철저히 준비한 듯 막힘없이 답변했다.

최근 한일 정상회담 평가에 대해 그는 "외교의 가장 기본은 균형이다. 어느 한쪽도 손해봤다는 생각도, 어느 한쪽도 과하게 이익봤다고 생각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한일 정상회담 결과는 얻는 것은 없고 잃는 것만 많았던, 일본으로선 얻는 것은 많고 잃는 것은 없는 결과였기 때문에 국민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본다"고 윤 정부를 거칠게 비판했다. '차기 대선에서 집권할 경우 제3자 변제방식을 무효화할 건가'라는 질의에는 "가정적인 답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한일 간에 강제동원, 제3자 변제방식은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제안이었고, 장관 간 합의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효화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정부의 제3자 변제방식을 철회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외신 기자와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 지지통신 소속 기자가 "정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독도를 일본에 바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장외 선전에 나섰다. 새로운 친일몰이 아니냐고 지정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의 활동에 대한 득실 판단을 부탁한다'고 묻자 이 대표는 "사실 관계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민주당이 '독도를 일본에 바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하는데 확인이 필요한 일 같다"면서 "오히려 그런 것 자체가 괴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주당 인사들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윤석열정권 망국적 친일야합 독도까지 바칠텐가!'라며 비슷한 취지의 현수막을 게시한 바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태평양에 속한 많은 국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고 환경단체들도 마찬가지인 입장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문제들에 대해서 대한민국 정부가 명백하게 입장을 밝히거나 또는 논의여부를 분명하게 확인해주지 않는 등의 불투명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야당으로서 당연히 그 문제를 지적하고 국민에 호소하는 것 역시 우리 당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일본에는 "지구촌이라는 거대 공동체의 일원으로 일본이 이웃국가에 대해 좀 더 많은 배려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게 크게 멀리보면 결국 일본 국익에 더 부합할 것"이라고 했다.

◆연이은 사법 리스크 질문에 "수치스럽다"

이날 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는 이 대표의 기소와 재판 상황 등 사법 리스크 질의도 나왔다.

워싱턴타임스 기자가 이 대표 주변인 5명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언급하며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위험인물로 보아야 할까요?"라고 묻자 이 대표는 멋쩍은 듯 "제 주변 분들이 검찰에 수사를 받다가 유명을 달리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는 그들의 사망에 대해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상태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아사히 신문 기자도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을 묻자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 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고나 할까"라면서 "집안의 문제는 가급적이면 집안에서 해결하면 좋은데,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뒤이어 나온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냐'는 질의에는 "재판 기소에 대해선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대체하겠다. 특별히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간담회는 예정보다 20분가량 더 진행됐다. 질문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청문회 하는 기분입니다"라며 웃기도 했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