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광훈의 강' 건널 수 있나...일단 거리두기?
입력: 2023.04.11 00:00 / 수정: 2023.04.11 00:00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vs "관심 주지 말아야" 의견 엇갈려
김재원 향한 불만도 "자숙으로는 부족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당내에서는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선 긋기에 나서고 있다. 당내에서는 논란을 일으킨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극우주의자'로 비판받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선 긋기에 나섰다. 그동안 전 목사와 관련한 논란이 확대되지 않도록 대응을 자제해왔으나 더는 가만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당 일각에서는 논란의 시작인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당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전 목사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전광훈 씨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극단적 언행을 하는 인물에 영향을 받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마치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전 목사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 것은 최근 전 목사와 관련된 논란 등으로 당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목사에 대한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먼저 전 목사와 '확실하게 끊어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전 목사가 부각될수록 극우 이미지만 더해진다. 청년·중도층의 반감만 커졌다"면서 "우리 당은 전 목사 측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국민께 확실하게 보여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도대체 전 목사가 집권여당에 얼마의 채권이 있길래 오만방자하게 떠드는 것이냐"며 "당 지도부는 전 목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반면 "언급할수록 전 목사에게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전 목사가 당내 지분이 있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며 언급할수록 '노이즈마케팅'에 휘말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전 목사가 전당대회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당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세력이 있다면 자기 당을 키워야지 왜 우리 당에 왜 이러나"라며 "책임당원의 숫자, 득표율 등의 수치를 봐도 전 목사가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장 선 긋기에 나서면서도 공개적인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이날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 관련된 질의에 "나중에 필요할 때 말하겠다"며 "그 사람은 우리 당원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그분과 우리 당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그분이 다른 당의 대표이신데 왜 그분 발언을 가지고 우리 당에 자꾸 연결해 저희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당 지도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전 목사는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일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당 지도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전 목사는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일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이 확실한 대응 방안을 정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되레 전 목사와 설전을 벌인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자제를 촉구하며 '전 목사 눈치 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확대했다. 그러는 사이 전 목사는 발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 목사는 이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권력을 가지므로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200석을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운이 달린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우파 대표 주자인 국민의힘에서 고작 더불어민주당이 불러일으킨 바람에 흔들려 광화문 세력과 한국 교회를 폄훼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며 "이제는 자유 우파를 분열시키는 일을 자제하고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국민의 염원이며, 국민의힘 당원의 바람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뜻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당내 지분과 영향력을 강조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김재원 최고위원을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당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 최고위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논란이 일어날 일도 아니었다"면서 김 최고위원을 향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 달 자숙으로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도 "논란을 키운 김 최고위원에게 당에서 공식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김 최고위원에게 확실한 조처를 해야 했다"면서 "지금은 전 목사를 끊어낸다는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손절한다는 상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목사는 자유한국당 시절 광화문에서 '문재인 정권 퇴진 집회'를 주도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거기 몰려가서 한마디씩 하지 않았냐"면서 "과거의 인연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장 소장은 또 "김 최고위원이 당 지지율 하락에 주요한 원인이 됐는데도 징계를 안 한 건 전 목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전 목사는 우리 당과 상관이 없다,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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