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상화 긍정적…친윤 중용해 '연포탕' 구호 퇴색
당 안팎에서 지도부 설화 사전 차단 못한 점 아쉽다는 평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누구보다 당 대표를 맡은 제게 큰 책임이 있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여당의 지휘봉을 잡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리더십 시험대에 섰다. 최우선 핵심 현안으로 민생에 방점을 찍으며 민생 챙기기에 주력했지만, 오히려 여론이 악화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설화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총선 승리는 윤석열 정부 성공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당내 리스크 관리와 외연 확장이 과제로 남았다.
김 대표의 한 달은 순탄치 않았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임시 지도체제의 당을 빠르게 정비하며 정상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요직인 당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 조직부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엔 박성민·배현진 의원을 각각 발탁했다. 문제는 주요 당직에 친윤 인사들을 채웠다는 점에서 자신이 강조해온 '연포탕(연대·포용·탕평)'과 거리가 먼 인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당정일체'를 강조했던 만큼, 당정 간 소통은 원활했다. 하지만 일부 정책을 두고 혼선을 빚으며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정부발 저출산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근로시간 개편안 등을 두고 당정은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당정이 오락가락하면서 비판 여론은 커졌다. 당정은 지난달 31일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뒤집고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강한 의중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논란도 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도부의 설화는 이 대표의 한 달을 악몽으로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와 만난 자리에서 '5·18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 통일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김 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징계 요구에도 경고로 넘어갔다. 이후 김 최고위원이 제주 4·3 추념식은 격이 낮다는 발언으로 재차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동시에 김 대표의 책임론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도부 일원들의 '설화'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오른쪽은 잇달아 실언 논란에 휩싸이며 이달 활동 중단을 선언한 김재원 최고위원. /남용희 기자 |
태영호 최고위원은 '4·3 사건 김일성 개입설'을 주장한 이후 제주도민의 거센 반발에도 자기 뜻을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가 취임한 이후 1호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민생119' 위원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거론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 대표 "그게 대안이 될 수 있겠나"라고 되었던 것처럼 여론 역시 싸늘했다. 여당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 김 대표도 유탄을 맞은 셈이다.
이런 악재가 겹치며 김 대표 취임 이후 당 지지율은 빨간불이 켜졌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32%, 민주당은 변동 없이 33%를 기록했다. 박빙의 양당 지지율이지만,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민주당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1%, 부정 평가는 61%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그렇다 보니 총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텃밭인 울산 재보궐 선거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김 대표는 7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누구보다 당 대표를 맡은 제게 큰 책임이 있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모두 심기일전해서 비장한 각오로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동여맨다는 각오로 선공후사의 자세, 선당후사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선 결과적으로 김 대표의 단호한 리더십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김 최고위원의) 실언이 나왔을 때 엄중하게 경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 달이라는 시간은 김 대표를 평가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라면서도 "다만 김 대표가 세게 나왔으면 지도부의 실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당내 시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여러 논란이 불거졌지만, 좀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민생 현장을 찾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김 대표 지도부를 지지했다. 그는 "극단적인 정치는 정치 혐오와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지도부는) 극성 지지층이 아니라 중도층에 어필해야 한다. 지도부의 시선은 약자들에게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