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여당 연속 '헛발질'…민주당엔 '웃음꽃' 폈다?
입력: 2023.04.07 00:00 / 수정: 2023.04.07 00:00

與 '밥 한 공기 비우기' '4.3은 격 낮은 기념일' 구설에 野 반사이익
당내엔 '잠복한 사당화·사법리스크' 걱정 여전


연이은 정부·여당의 실책과 헛발질에 더불어민주당이 웃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설화, 정부의 대일 외교 논란 등이 겹치며 민주당이 정치공학적으로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용희 기자
연이은 정부·여당의 실책과 헛발질에 더불어민주당이 웃고 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설화, 정부의 대일 외교 논란 등이 겹치며 민주당이 정치공학적으로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연이은 정부·여당의 실책과 헛발질에 더불어민주당이 웃고 있다. 최근 당직 개편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이재명 대표가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을 향해 과격행동 자제령을 내리면서 내홍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여기에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의 설화, 정부의 대일 외교 논란 등이 겹치며 민주당이 정치공학적으로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잠복한 당내 문제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는 당내 시선도 있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가 눈에 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2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1%, 민주당 47.1%, 정의당 3.1%, 무당층 11.0%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한주 전인 3월 4주 차(20~23일) 전국 18세 이상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한 결과에서도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7.9%, 더불어민주당 45.4%, 정의당 3.2%, 무당층 11.4%로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3월 3주차 결과 역시 국민의힘 37.0%, 더불어민주당 46.4%로 양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해당 조사기관에 따르면, 여야의 지지율은 3월 1주차에는 국민의힘 44.3%, 더불어민주당 40.7%였고, 3월 2주차에는 국민의힘 41.5%, 더불어민주당 42.6%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 바 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최근 2주 간 여야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오차범위 밖 우세를 점하고 있다. /리얼미터 갈무리
리얼미터에 따르면, 최근 2주 간 여야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오차범위 밖 우세를 점하고 있다. /리얼미터 갈무리

이 대표를 향해 의원들이 요구했던 '인적 쇄신'을 지도부가 일부 받아들인 것이 민주당 내 잡음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새 정책위의장에 김민석 의원, 전략기획위원장에는 한병도 의원, 디지털전략사무부총장에는 박상혁 의원을 임명하는 등 지도부를 대거 교체했다. 대변인단도 안호영 수석대변인과 김의겸·임오경 대변인이 물러나고 권칠승 수석대변인, 강선우 대변인이 합류했다. 다만 조정식 사무총장은 유임됐다.

또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 '규탄 집회' 등 집단행동을 보였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진정시킨 것도 당의 최근 움직임이다. 우원식·안규백·정성호 의원 등 민주당 4선 의원들은 지난달 24일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을 제안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의 폭력적 팬덤 행위를 자제해주길 당부하는 성격의 운동으로,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규탄 촛불집회 당시 격앙된 참가자들이 경찰버스에 올라타면 시민들이 "버스에서 내려와"라고 외치며 경찰의 강경 진압을 막은 데서 착안했다.

이 대표도 5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지지자들을 향해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힘을 모아야 이긴다. 단결과 통합이야말로 승리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며 "아직 참여하지 않은 여러 의원님들께서도 릴레이를 이어가 주시고, 당원과 지지자 동지들의 관심과 독려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향해 의원들이 요구했던 인적 쇄신을 지도부가 일부 받아들인 것도 당내 잡음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용희 기자
이 대표를 향해 의원들이 요구했던 '인적 쇄신'을 지도부가 일부 받아들인 것도 당내 잡음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용희 기자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연이은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민주당의 지지율에 적지 않게 영향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상대적으로 정부·여당은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로 한 주 전 조사보다 4%p 하락했다. 부정평가는 60%로 2%p 상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이른바 '굴욕 외교' 논란에 직면해 있다. 또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해 논의하며 나왔던 이른바 '주 69시간 근로제'도 부정적 여론을 불러왔다. 과잉 생산된 쌀을 일정 조건에서 정부가 의무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7년 만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제대로 된 대안 없이 거절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협치 실종' 우려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여당 최고위원들의 돌발 발언들도 잇따라 구설에 올랐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을 반대한다며 대신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안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지난 5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분들 같은 경우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밥을 잘 먹지 않는 분들이 많다.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는 오히려 칼로리가 낮지 않나. (양곡관리법 대신 쌀 소비 증진을 위해)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당 민생특별위원회 '민생 119'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을 반대한다며 대신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안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새롬 기자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양곡관리법을 반대한다며 대신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안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새롬 기자

방송 직후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야당의 뭇매를 맞았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 "집권여당의 농가 소득 안정 대책이 고작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이라니 기가 막힌다"며 "밥 한 공기 다 먹고도 그런 개념 없는 말이 입에서 나오나"라고 일갈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3 기념일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발언으로 도마 에 올랐다. 논란이 되자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이 한 매체 보도를 인용한 표현이라고 해명했으나 비판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한 달간 자숙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4·3 사건은 명백히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해 제주 4.3 희생자 유족을 비롯한 여론의 비판을 샀다. 태 의원은 이후에도 "4월 3일에 일어난 일은 결국 남로당 제주도당의 결정"이라며 "어떤 점에서 사과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내가 특정인들에 대해 조롱이나 폄훼를 한 일도 없다"고 말하며 사과를 거부해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보다 못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고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최근 불미스런 잡음으로 인해 우리 당의 개혁 의지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스럽고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자제령을 내렸다. 언행이 논란이 될 경우 자격 평가 시 벌점을 매기는 등 조치를취하겠다는 것이다.

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민심 이탈'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5일 박성준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 이후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도가 약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좀 있었다"며 "(정부의) 전통적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70대 이상 영남권의 지지율이 상당히 하락하고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민생 행보로 여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천 원 아침밥' 사업을 전국 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간사들이 참석하는 '3대3 TV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도 요즘은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대표 일정과 재판을 병행하고 있음에도)이미 10년 간 재판을 수없이 받아온 사람이라 (사법적인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하나의 일정을 소화하는 걸로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야당 내에서는 당의 미래를 정부·여당의 실책에만 기댈 수 없다며 반사이익으로 인한 당 지지율 강세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이새롬 기자
야당 내에서는 당의 미래를 '정부·여당의 실책에만 기댈 수 없다'며 반사이익으로 인한 당 지지율 강세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이새롬 기자

다만 일각에선 반사이익으로 인한 당 지지율 강세를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6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차기 원내대표와 관련해 "이 대표의 사당화를 희석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지금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가 방탄 정당, 팬덤 정당, 이 대표 사당화라고 다 보고 있다. 그걸 희석시킬 수 있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현 국회 상황을 두고 조 의원은 "원내 제1당으로서 민생을 주도하는데 여당에서 맞장구치지 않으나 이거는 독주밖에 안 되니 여당하고 협조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당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한들) 이 대표 문제를 비롯해 당이 전적으로 바뀐 것은 없지 않나. 윤 대통령과 여당의 헛발질로 인한 반사이익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최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행을 떠난 것을 꼬집으며 "이럴 때일수록 민주당은 합리적으로 행동할 때다. 민주당도 여당처럼 합리적이지 못한 발언이나 행위들을 한다면 지켜보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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