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체제 이후 여러 악재 겹치며 與 지지율 내림세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 '뒤숭숭'...성찰 필요해
국민의힘 당 지지율이 임시 지도부 체제에서 김기현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김기현(왼쪽) 대표는 민생 행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지지율 늪에 빠졌다. 지난달 8일 구성된 새 지도부에 거는 기대가 컸으나 당 지지율은 우하향 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은 지난주보다 1.7%포인트 오른 47.1%, 국민의힘은 0.8%포인트 하락한 37.1%로 나타났다. 양당 간 차이는 무려 10%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는 원인은 복합 요인이 작용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주요 당직에 '친윤계' 인사를 발탁하며 소위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부터, 윤석열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와 '69시간 근로제' 등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요인으로 꼽힌다.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겨냥하며 '방탄' 공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지지율이 저조하다.
복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느는 추세다. 이에 관해 김재원 최고위원의 막말 논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극우 성향 전광훈 목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인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했고, 또 다른 자리에선 "전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언급했다. 파장이 일자 두 차례 실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양곡관리법과 일본 외교 문제 등 여러 현안을 두고 야당과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당내 분위기도 묘하게 흐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논란의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연일 쓴소리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전 목사와 설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자치행정 일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며 쓴소리하자, 홍 시장은 "전 목사에게 뭔 발목을 잡혔느냐. 그 밑에서 잘해 보라"며 맞받아쳤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주 4·3 기념일은 (3.1절, 곽복절 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커지자,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남용희 기자 |
이런 가운데 김 최고위원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4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4·3 기념일은 (3·1절, 광복절 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인데,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하는 자세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제주 4·3 사건 추모식에 불참한 것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지나친 정치 공세라는 취지로 읽힌다. 하지만 4·3 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굉장히 무례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러시냐. 국민의 마음에서 벗어나 내년 총선 필패의 길로 달려가는 이유가 뭔가"(허은아 의원), "그럼 '프로야구 시구행사는 격이 높아서 가신 것이냐', '서해수호의 날 행사는 격이 높아서 가신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하실 거냐"(김웅 의원) 는 성토의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SBS라디오에 출연한 조수진 최고위원은 김 대표에게 "더 독해져야 한다"며 강단 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김 대표가 당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는 당내 불만도 있다. 총선이 약 1년 정도 남은 만큼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해 총선 승리의 기반을 닦아야 함에도 김 대표가 전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정 지지율 반등과 2030세대와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민생 행보가 말도 안 되는 구설에 희석되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보수의 극우화는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통화한 원외 청년 당원은 "우리 당이 다시 '수구 꼰대당'으로 역행하는 느낌"이라고 푸념할 정도다. 김 대표는 SNS에 "당 대표로서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행스럽다. 냉철한 진단과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다시 초심을 새겨 보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