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대법원 판결 부정' 논란에 한덕수 "한일관계 돌덩이 치워"
野 "피해자가 한일관계 훼방꾼인가"
3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한일 정상회담과 대일 외교를 두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굴욕 외교'라는 야당의 지적에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3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 정상회담과 대일 외교를 두고 '굴욕 외교'라며 맹폭했다. 정부는 강제동원(강제징용) 제3자 배상안에 대해서는 "불행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한 결단"이라고 자평하면서 독도 영유권·위안부 합의 논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수산물 수입 논의 의혹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실이 수차례 아니라고 했다"고 일축했다. 여당은 한일 정상회담과 대일 외교에 대한 정부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성과 부각에 집중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국민들이 당시 여러 가지 비판이 있었지만 결국 중장기적인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걸 느낄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대일 굴욕외교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반응에 대해서도 "본인이 처한 여러 가지 정치적 환경을 봤을 때 나름대로 한일관계를 불행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향해서 나가야겠다는 그런 큰 원칙에 호응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김 의원님이 말한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판결을 무시한 것도 아니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해서 모든 국민들이 다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국격, 국력 차원에서 봤을 때 동북아에서의 안보 문제, 경제문제, 문화의 문제 또 양국 국민 간의 교류 등을 지난 몇 년 동안 악화한 상태로 계속 갈 수 없다는 것에 상당히 많은 합의가 있었다"면서 "한일 간의 관계 정상화는 불행한 과거보다는 더 앞으로 협력해서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국과 일본이 여러 경제·안보 문제에서 협력하고 국제적인 상황에 기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봤을 때 저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께서 역사적인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그런 게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보수 극우 세력들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를 벗어나서 새로운 미래로 간다는 것의 핵심은 과거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과거의 해결은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시다 총리의 반응을 보면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으로 한국의 조치를 평가한다'고 한다. 자신들은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인 양 얘기한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를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얘기한다. 이건 아베 전 총리가 강제 동원을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총리는 "의원님 말한 대로 그런 부족한 부분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면 최근 몇 년간 악화한 한일관계를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시다 총리가 이제까지 모든 일본 내각이 해왔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특별히 '오부치-김대중 선언'을 언급했다. 그런 것을 앞으로 어떻게 일본 행정부와 기시다 총리가 이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좀 더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게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두고 '돌덩이'라고 표현하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해자의 사법적 권리를 돌덩이에 비유하냐"고 항의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의원(왼쪽)과 김한정 의원이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과 관련한 집중시위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한 총리는 "2018년 판결에 의해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들의 자산을 강제집행 하겠다는 일들이 진행되면서 한일관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며 "그 돌을 치우는 걸 계기로 양국 국민이 잘 교류하고 기업이 교류하고 정부 간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한일관계가 정말 바람직한 관계로 가도록 해나가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피해자들이 30년 넘게 투쟁해 얻은 사법적 권리를 돌덩이라고 표현하냐"고 항의하자 한 총리는 "그 사법적 권리는 2005년서부터 시작된 민관협의회에서 다 논의했던 내용"이라며 "그때에도 분명히 이런 보상을 일본에 요구할 수 있느냐고 했을 때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언론을 통해 나오는 독도 영유권·위안부 합의 논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수산물 수입 논의에 대해서는 "우리 외교부에서 여러 번 설명했다.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계속 논의했다고 하면 제가 여기서 어떻게 답변하나"라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왜곡 교과서 문제를 두고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대한민국에서 엄하게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과거 일본에서 사과를 전제로 피고 기업을 포함해 한일 양국 기업이 배상하는 안을 가지고 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은 일본이 가져온 안보다 10배, 100배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과 한 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한 총리는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국민 10명 중 6명은 강제동원 해법에 부정적이다.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가 제3자 해법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이분들이 끝까지 변제안을 거부하면 문제가 해결되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여당은 정상회담 성과 부각에 집중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소미아 복원이 북한 핵미사일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또 "기시다 총리가 선뜻 호응하지 못한 건 일본 정부 입장에서 한국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불신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라며 "또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 정치권의 우경화, 4월에 예정된 지방선거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공동 기자회견을 보면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현안을 풀겠다며 단계적 호응을 시사했다"면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면 이런 문제에 있어 구체적인 진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검수완박 법안) 유효 판단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헌재의 판단을 두고 "존중하지만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한 장관이 헌재 판결에 불복한다"고 질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
한편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유효 판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은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한 장관이 헌재와 입법부를 무시한다"고 질타했다.
검사 출신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이 헌재의 결정을 부정하며 검사의 수사권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며 '검수원복' 시행령을 두고 "입법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한 장관이 이번 권한쟁의심판 소송으로 국회의 입법권을 공격했다"며 "헌재의 결정은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 반성도 사과도 안 하는 국무위원을 어떻게 봐야 하냐"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시행령 개정은) 법 취지에 맞게 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위증·무고·깡패 ·마약 수사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걸 다시 국민이 피해 보게 되돌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오히려 정권 바뀌기 직전에 위장 탈당을 하면서 입법한 것이 더 문제"라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