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상 알리는 북한인권보고서…北 인권 개선 효과는 '글쎄'
입력: 2023.04.02 00:00 / 수정: 2023.04.02 00:00

통일부, 보고서 발간 취지 "북한인권 실질적 개선"

관람객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한인권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여성인권 실태 조사 전시에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관람객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북한인권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여성인권 실태 조사 전시'에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 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통일부는 지난달 31일 정부 차원의 북한 인권 실태 보고서를 처음 발간했다. 북한 인권의 처참한 실상을 알려 북한을 압박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통일부는 보고서 발간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권 문제는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주제다. 안 그래도 악화한 남북관계의 긴장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북한 주민 인권 개선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인권보고서는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자료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홍보 콘텐츠도 제작하여 국민들이 북한 인권 실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영문판 보고서도 발간해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도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통일부의 움직임은 "북한 인권 문제를 북핵 문제만큼 중시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이제라도 북한인권법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며 "통일부 뿐 아니라 교육부 등을 포함한 정부 각 부처는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통일부는 자문 기구 출범과 부처 개편을 통해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통일부가 6일 자문기구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출범한 것이 그 예다.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됐음에도 여야 간 합의 난항으로 설립하지 못한 북한인권재단의 기능을 수행하고자 하는 취지다. 북한인권법에서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남북인권대화와 인도적 지원 등 북한인권증진과 관련된 연구와 정책개발 등을 수행한다'고 규정돼있다.

통일부 내 북한 인권 관련 조직 기능도 보강될 예정이다. 북한인권, 이산가족, 정착지원 등을 담당하는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격상했다. 기존 인권인도실 산하 북한인권과는 북한인권기획과로 명칭을 변경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전략과 정책 수립 조정에 중점을 뒀다.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대·내외 협력과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인권증진과도 새로 만들어진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용희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남용희 기자

그러나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 확산하는 것이 실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인권분야에 15년 넘게 몸담아 온 전수미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진보 정권은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못 냈고, 보수 정권은 북한 인권을 북한 정권에 대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해왔다"며 "현 정부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인권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다면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과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 변호사는 "북한도 무역이나 생존을 위해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기능을 하고 싶어한다"며 "정부의 바람대로 인권문제를 국제사회 전체라는 틀을 이용해 압박하려면 북한인권재단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 정부·여당이 야당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모습이 절실해보인다"고 조언했다.

북한 인권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시각이 생명권, 자유권에 치중되면 현상에 대한 비판과 즉각 개선을 요하는 해결책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권의 한 영역이면서 북한정치와 사회 전반의 체질개선을 통해 구현될 수 있는 사회권, 평화권도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통화에서 "생명권·자유권 중심으로 상대에게 불명예를 안기는 접근 방식으론 남북관계도 악화할 수 밖에 없고 인권 증진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2014년 발간한 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이후 북한 인권이 향상된 뚜렷한 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예"라며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 전체의 평화권이 침해되는 역설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와 정상적인 국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포용하는 장기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며 "더 많은 교류와 개방을 유도해야 북한 사회 내부도 유연해지고, 그 빈틈으로 인권 의식이 함양될 수 있는 정보도 유입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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